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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도 아닌 내가 쓴 교과서가 종북·좌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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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교조도 아닌 내가 쓴 교과서가 종북·좌편향?"

[인터뷰]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이인석 전 교사

"제가 종북좌파라고요?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가입도 안 했습니다."

'국정 교과서'여야만 하는가. 지난 12일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계획을 밝히기 전부터 수도 없이 반복된 질문이다. 정부 여당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들을 문제 삼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집필자들의 사관이 '반(反)대한민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그들의 편향된 성향과 이념이 스며든 교과서를 수정하라 일러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매서운 눈길을 보냈다.

정부 여당의 말 한 마디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들은 검정제를 몹쓸 것으로 만든 '원흉'이 되어버렸다. 역사 교과서 파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집필자들은 총 50여 명. 그 가운데 이인석 전 교사는 벌써 10년 넘게 '교과서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가 집필한 교과서는 '좌편향 교과서'의 시초였던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그리고 삼화 출판사 <한국사>, 두산동아 출판사 <한국사>다. 이 가운데 금성 교과서와 두산동아 교과서는 정부로부터 수정 명령을 받았고, 이에 불복한 이 씨는 두 번 다 국가를 상대로 취소 소송을 냈다.

3년 전 교단에서 물러난 그는 그저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교사였다고 했다. 집단행동이 싫어 '전교조' 가입도 하지 않았고, 소송을 치를 때마다 언론 인터뷰가 쇄도했지만 그때마다 모두 마다했다고 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자신은 '종북좌파' 교사가 되어있었고, 나라는 하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정부의 국정화 발표 이후, 각계에서 시국 선언을 선포하고, 역사학자들은 국정 교과서 반대 선언을 넘어서 집필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백억을 준대도 국정 교과서 집필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아무리 잘 만든 국정교과서도 어떤 검정 교과서를 못 따라가고, 아무리 잘 만든 검정 교과서도 어떤 자유발행제 교과서를 못 따라갑니다." 다음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이다.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두산동아 <한국사> 등 교과서를 집필한 이인석 전 교사. ⓒ프레시안(최형락)

"간섭이라 느낄 정도검정제 취지 모르는 정부와 재판부"


프레시안 : 금성 교과서에 이어 또다시 두산동아 교과서로 정부와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첫 소송과 현재 소송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

이인석 : 우선 금성 교과서는 2003년 처음 나왔을 때부터 논란이 됐다. 소위 뉴라이트 진영에서 좌편향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때 교육부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냥 지나갔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08년 결국 정부가 수정 명령을 지시했고, 이듬해 적법 여부를 따지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땐 교육부도 처음이라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전문가협의회로만 수정 심의를 하는 바람에 절차 부족으로 결국 우리 쪽이 승소했다.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소송은 교육부가 2013년 6종 교과서에 내린 수정 명령에 대한 취소 소송이다. 처음엔 800여 건 수정 권고를 받았고, 그 가운데 50여 건에 대해선 각 출판사 집필진이 납득할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소를 제기하게 됐다. 교육부가 이번에는 수정심의회를 꾸리는 등 형식적이나마 검정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서 1, 2심 재판부로부터 모두 절차의 적법성을 인정받았다. 결국 지난 1일 집필진들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과연 제대로 수정 검토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수정심의회가 1, 2차로 나뉘었는데, 1, 2차 모두 사흘 정도씩밖에 안 걸렸다. 2차 심사에서는 심사자 가운데 근대사 전공자가 한 명, 현대사 전공자가 한 명씩 있었다. 실질적으로 수정 명령이 내려온 부분 대부분이 현대사임을 감안하면, 한 명이 사흘간 거의 혼자 심사한 거나 다름 없다.

프레시안 : 정부의 수정 권고 가운데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한 내용은 어떤 것들인가.

▲지난 2008년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사연구회 등 21개 역사학회는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에 교과서 수정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프레시안
이인석 : 간섭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자율성이 침해받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두산동아 출판 교과서 경우, 한국광복군 서술이 조선의용군 서술에 비해 적으니 보완하라는 수정 명령이 내려왔다. 사실 광복군 서술은 적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조선의용군은 한 군데에 서술된 반면 한국광복군은 주제에 맞게 여러 군데에 분산해 서술하는 바람에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분산한 것을 다 합치면 조선의용군보다 많다. 그런데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서술하라는 명령이 내려온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뭐가 있나. 저자들의 자율성에 맡겨야 할 문제 아닌가.

재판 결과도 마찬가지다. 제가 볼 때, 재판부도 검정 제도가 어떤 건지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검정제의 취지는 교육과정 기준만 지키면 좌든 우든 어느 정도 자율성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한국광복군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도 아니고 비중이 조선의용군에 비해 적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정제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아마도 다른 판결이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정부 여당은 지금 한국사 교과서들이 "북한 교과서 같다"고 한다.

이인석 : 북한에 대한 묘사가 많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일단 한국 전쟁이 남침이라는 건 어느 교과서나 다 밝히고 있다. 그리고 보천보 전투가 김일성이 이끈 항일 전투인데 이걸 비중 있게 썼다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마지막 부분을 보면 결국 그 전투가 나중에 북한에서 김일성이 우상화되는 데 이용됐다는 서술이 나온다. 이렇게 김일성을 비판하는 내용이 북한 교과서에 실릴 수 있겠나.

"교육부-국사편찬위, 수정 명령 전에 사과부터 해야"


프레시안 :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모두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 과정 틀 안에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아닌가.

이인석 : 실컷 검정 통과시켜놓고 난 다음에 이제 와서 잘못됐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만약 교과서들이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교육부도 그렇고 검정을 통과시킨 국사편찬위원회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러나 수정 명령은 내렸으면서도 어디 한 곳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데가 없다.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프레시안 : 어쨌거나 대부분은 정부 권고대로 수정이 된 내용으로 재발행됐다. 그리고 나머지 수정 명령 건에 대해선 법원이 1, 2심 모두 교육부 손을 들어줬다. 정부 요구대로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한 셈인데, 그렇다면 검정 체제 안에서도 교과서 오류나 편향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된 게 아닌가.

이인석 : 그래서 다들 국정 전환 대신 검정제 유지를 주장했다. 어차피 검정은 준 국정에 가까우니까, 저자들이 마음대로 쓸 수 없다. 교육부의 검정기준 첫 번째 조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왜곡·비방하는 내용이 있는가'다. 지금 체제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교과서는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우리로선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들(정부 여당)이 그렇지 않다고 하니….

ⓒ연합뉴스

프레시안 : 보통 집필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

이인석 : 그리 길지는 않다. 삼화 때는 2년이 걸렸다. 다음 교육과정이 발표 나고 집필에 들어가면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제가 알기로는 각 출판사 집필자들은 미리 다른 나라 교과서도 보고 준비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 고시가 나온 뒤 순수 집필 기간만 따져 볼 때 1년 정도,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1년 반 정도 걸린다. 그 뒤 나머지는 1차, 2차 검사하고 수정 작업하는 데도 서너 달은 걸린다.

프레시안 : 교육부가 당초 2018년으로 예정됐던 시기를 앞당겨 2017년부터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다음 달 집필진을 꾸려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간다고 했다. 물리적으로 볼 때 기존 검정제 때보다 집필 기간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인석 : 검정 심사하듯 제대로 확인하려면 굉장히 빠듯할 거다. 교과서라고 하는 게 보기에는 쉽게 쓰이는 것 같아도 단행본 집필과는 아주 다르다. 보통 단행본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써도 상관없지만 교과서는 토씨 하나도 그게 최선인지를 따져야 한다. 특히 학생들 보기에 문장이 읽기 쉬운지를 봐야 한다. 또 본문하고 보조 장치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도 기간을 이렇게 짧게 잡았다니, 교과서 만드는 걸 쉽게 아는 건가. 우리끼리 가끔 농담으로, 얼마나 잘 만들지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한다(웃음).

"좌편향 매도, 갈수록 도 지나쳐법적 대응 고려"


프레시안 : '좌편향 집필자'로 불리는 소감이 어떤가.

이인석 : 내가 좌편향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우파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무조건 좌파라고 매도한다. 사람들이 정말로 좌파라고 오해할 수 있으니 불편하다. 화도 난다. 인터넷에 금성 교과서하고 제 이름을 넣어 검색해보면 어느 보수 인사가 비난하는 글부터 나온다. 기분이 좋을 리가 있나.

정부가 명명한 국정 교과서 이름이 '올바른 교과서'다. 이 이름 속에는 현행 교과서들이 올바르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저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쁜 이야기다. 학생들이 10년 가까이 공부한 교과서인데 그걸 올바르지 않다고 일괄적으로 매도하고 저자도 그놈이 그놈이니까 새로운 필진을 구성하겠다는 건데, 저자 입장에서는 모독에 가까운 이야기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 최근 현수막도 만들었다. 문구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다.

이인석 : 정말 모르고 하는 얘기다. 지금 교과서에 적용된 2009 교육과정을 보면, 중학교 교육과정에 주체사상을 서술하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비판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북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쓰라는 지침이 있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주체사상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체사상이 어떤 건지 언급을 하는 거지, 정말로 주체사상이란 건 좋은 거고, 마르크스레닌주의보다 좋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게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흡사 북한을 찬양한 것처럼 이야기하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법적 대응을 할지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뭐든 법으로 해결하는 건 좋지 않다. 상식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금성 교과서 때부터 하도 좌편향이니 친북이니 하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집필자들 사이에서 명예훼손 고소 얘기가 자주나왔다. 10년이 넘었으니, 명예훼손을 문제 삼으려고 했으면 수도 없이 했을 거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 있겠느냐고 생각해서 놔뒀는데 최근에는 정말이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보단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 전체 차원에서도 그렇고, 나 개인부터도 그렇다.

금성 교과서 사태가 났을 때도 저는 언론에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다. 사람들도 내가 금성 교과서 저자인 줄도 잘 모른다. 만일 논란이 정상적으로 벌어진다면 그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논란이 번지는 과정을 보면 그게 아니다.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거다. 이건 정말 심하다 싶다. 게다가 교사들이나 학자들이나 열심히 반대 운동도 하는데, 나만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싶어서 인터뷰도 나서게 됐다.

"어떤 검정 교과서든 최선을 다한 국정 교과서보다 낫다"


프레시안 : 교과서 집필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

이인석 : 아주 오래전부터, 교과서가 굉장히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지금은 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향력이 막강하다. 예전 국정 교과서는 민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우리 문화와 역사는 무조건 자랑스럽다는 식으로 가르치려는 뉘앙스가 강했다. 이걸 가지고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정 교과서 문제점이야 많이 느끼고 있었고, 또 현장에서 역사 교사를 오래 하고 있으니 교과서 하나 정도는 써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사실 난 조직 활동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교조도 가입을 안 했다. 그런데 역사 교육에는 관심이 많으니 전국역사교사모임 산하의 작은 모임에 가입했고, 20년 넘게 활동했다. 검정 체제가 되기 전부터, 검정이 되면 우리 소모임에서 함께 고민하고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교과서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삼화 교과서였다.


프레시안 : 교단에 있을 때, 국정 교과서와 검인정 교과서 모두를 다뤘지 않나. 실제로 비교해보면 어땠나.


이인석 : 기본적으로 제 소신은 자유발행제다. 그런데 자유발행제는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다. 특히나 한국은 대학입시와 겹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검정제를 택할 수밖에 없다.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잘 만든 국정교과서도 어떤 검정 교과서를 못 따라가고, 아무리 잘 만든 검정 교과서도 어떤 자유발행제 교과서를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어떤 검정 교과서든 최선을 다한 국정 교과서보다 낫다. 어찌 되었든 국정 교과서를 만들면, 역사적 해석에 정답이 생긴다. 아이들에게 다양하게, 제 나름대로 역사를 바라보게 해야 하는데, 국정 체제에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 김춘추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삼국통일을 했는데, 이걸 잘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김춘추가 잘했나, 못했나, 이런 문제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국정 교과서는 교사를 난감하게 한다.

프레시안 : 말씀대로, 현장 교사들 반발이 크다. 그렇지만 교과서가 하나이기 때문에 싫어도 꼼짝없이 국정 교과서로 가르쳐야 할 텐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인석 : 아이들에게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더라도, 검정제 땐 "이 교과서에선 이런데 다른 교과서에선 저렇게 말한다"고 말하면 된다.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정 교과서로 배우면 애매하다. 교과서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뭣하다. 대안 교과서, 보충 교재 식으로 '배움책'이라는 걸 현장 교사들이 만들 순 있다, 그런데 다양성이 인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배움책을 활용하는 것과, 다양성이 인정이 안 된 상태에서 만드는 것은 천지 차이다.

ⓒ프레시안(서어리)

"수백억 준대도 국정 교과서 집필 안 해"

프레시안 : 아직 국정 교과서 집필진이 꾸려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2015 교육과정 개정안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임시정부 및 독립운동사가 대폭 축소됐고, 특히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기했던 것을 이번 교육과정에선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꿨다. 뉴라이트식 사관이 그대로 투영된 국정 교과서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인석 : 확실히 그럴 염려가 있다. 이미 공청회 할 때도 그 점을 많이 지적했었다. 지금 한국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내용 중 대표적인 게 남한은 정부 수립이고 북한은 국가 수립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임시정부 법통을 승계한다고 했고 북한은 그렇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그것도 8종 가운데 2종만 그렇게 기술돼있고 나머지는 북한도 '정부 수립'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문제라고 한다면 이건 헌법 정신을 무시하는 일이다. 이런 모순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프레시안 : 교육부 장관이나 국사편찬위원장 모두 균형 있는 교과서를 자신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인석 : 어떻게 필진들을 고루 섞고 균형 있는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로 균형 있는 교과서를 만들려면 주제 하나만 가지고도 몇 날 며칠을 이야기해야 할 텐데 이 짧은 시간 내 할 수 있을까. 할 수만 있으면 그야말로 '사건'이다.

비전공자들도 집필에 참여할 거라고 들었다. 물론 역사학자가 아닌 분들도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인 교과서를 역사학에 대한 전문성 없이 쓸 수 있을까? 상당히 어려울 거다. 아는 내용을 쓰는 것과 전혀 모르는 내용을 쓰는 건 천지 차이다. 글에 생명력이 없어지고 어려워진다.

프레시안 : 학자들이 집필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 교육부가 집필자를 찾는 데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할 의사는 없나.

이인석 : 전혀 없다. 국정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설령 수백억을 준다고 하더라도 할 수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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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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