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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수린 쇼크, 중국 정치를 강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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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수린 쇼크, 중국 정치를 강타하다

[양갑용의 중국 정치 속살 읽기] ‘젊은 피’의 부패

중국은 당이 지배하는 국가이다. 당이 국가와 사회보다 우위에 있으며 사회 각 분야에 당 조직이 만들어져 있고 곳곳에 당원들이 포진해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당은 중국공산당을 가리킨다. 1921년, 전체 50여 명의 당원으로 출발한 중국공산당은 30여 년 동안 혁명과 항일 투쟁에 참가했고, 이른바 반봉건주의와 항일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1949년 드디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주역이 되었다.

이후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신중국이라는 이름으로 30여 년간 사회주의 혁명을 추진하다 문화혁명 등 좌편향의 오류 속에서 국가 존망의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이에 국가의 발전 방향을 급선회하고 1978년 말부터 개혁 개방을 추진하여 현재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른바 'G2 국가'로 성장했다.

중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에 중국과 세계 모두 놀라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당이 선두에 서서 개혁을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당의 역할이 핵심이었고 각 영역 또한 당의 지도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당이 사회 전반을 압도하는 체제를 학술적으로는 '당국가 체제(party-state system)'라고 부른다. 몇 가지 미세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당국가 체제는 사실상 중국공산당 통치의 핵심으로 굳건하게 지속되고 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

중국의 당국가 체제를 지탱하는 관건은 바로 사회 각 분야에 포진해서 당과 국가의 정책과 방향을 몸소 실천하는 엘리트들이다. 그들은 중앙에서 지방, 국가 기구에서 사회 기구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전 영역에서 진출하여 사회 자원, 경제적 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정치 엘리트, 혹은 통칭하여 간부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공산당 당원이다.

물론 모든 간부들이 중국공산당 당원인 것은 아니다. 공산당 외에 소위 8개 민주당파라는 조직이 있어 중국공산당과 다른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는 엘리트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은 직접 정치권력을 장악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의지도 없다. 중국공산당의 일당 집권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른바 당외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하고 있다.

신흥 부유층으로 성장한 기업가들 또한 중국공산당 당원이 되거나 당이 조직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당의 외연을 넓히는 일에 주저 없이 나서고 있다. 따라서 사실상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과 중국의 명운을 좌우할 '젊은 피'의 수혈

이런 중국공산당의 기초는 바로 당원이고, 당원을 지도하고 이끄는 역할이 이른바 간부들에게 주어져 있다. 특히 간부의 자율성과 능동성이 여타 정치 체제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사회 자원의 배분 등 국가 운영에서 간부의 역할은 당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게 간주된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은 국가 발전에 필요한 간부의 수혈, 특히 젊은 간부의 수혈을 위해서 세 차례에 걸쳐 폭넓은 젊은 간부 수혈 조치를 취하게 된다.

첫 번째는 1980년대 초반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에 필요한 간부들을 대규모로 발탁한, 공산당 간부의 연소화, 지식화, 전문화, 혁명화를 의미하는 이른바 '간부 4화'가 추진되었다. 이제 막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 중국으로서는 사회 각 방면에서 이를 실천할 대규모 인원이 필요했으며 이를 젊은 간부의 수혈로 충당했다. 1982년 14차 당대회에서 최연소 중앙위원으로 후진타오가 등장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젊은 간부 충원은 1992년 14차 당대회를 전후로 이뤄졌다. 천안문 사건을 겪은 중국이 다시 개혁의 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른바 '사회주의 시장 경제'라는 기치 아래 경제 능력을 높이고 경제 성과를 이끌어 낼 대규모의 주력군이 필요했다. 이 역시 젊은 간부의 충원으로 이어졌다.

세 번째 대규모 젊은 간부의 수혈은 제5세대 지도부를 구성하던 시기인 2007년 제17차 당대회를 전후로 이뤄졌다. 특히 이때는 지방에서부터 순차적으로 간부가 교체되면서 폭넓은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젊은 간부들이 사회 곳곳에 포진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나갔다.

기층 간부들의 이미지가 당의 이미지 결정

이처럼 중국에서는 중국공산당의 다양한 정책과 방침이 간부라는 세포를 통해서 전 사회 영역으로 퍼져 나간다. 따라서 양질의 간부는 당과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적인 요인이다. 특히 시진핑 시기에 들어서 시진핑은 자신의 통치 철학에서 당과 기층의 경험을 수없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민들에게 투사되는 기층 간부들의 이미지가 당과 국가의 이미지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간부들에게 다양한 요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간부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도록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훼손되면 바로 당과 국가의 통치 근간이 흔들리게 되고 이렇게 되면 중국의 사회 안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중국공산당은 간부들에게 엄격한 청렴성을 요구하면서도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여 간부들이 자율적이며 적극적으로 당과 국가의 사업에 나서도록 허용하고 있다.

쑤수린의 낙마 : 치명적인 '젊은 피'들의 부패

이 과정에서 몇몇 간부는 개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사회 자원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거나 국가 자산을 사유화하는, 이른바 부패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18차 당대회 들어서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이른바 큰 부패를 저지른 '호랑이'와 작은 부패를 저지른 '파리', 그리고 해외로 도망간 '여우'까지 잡아들이겠다고 반부패 운동에 팔을 걷고 나서는 모양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 때문에 낙마하는 간부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7일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푸젠성(福建省) 성장 쑤수린(蘇樹林)이 소위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격 발표했다. 현직 성장으로서는 시진핑 시기 들어서 처음으로 조사를 받게 된 최고위급 인사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중국 석유화학(中國石化) 등 유수의 기업에서 20여 년 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아 당정 기관으로 특채된 케이스로 이른바 '60후(1960년 이후 출생)'의 선두주자였다.

중국 공산당 당내 인사의 발탁뿐만 아니라 사회 각 영역, 심지어 기업 내에서도 훌륭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수혈하여 개혁 개방 사업에 나서게 한다는 취지로 영입한 인사 가운데 부패 인사가 나오게 되면서 '젊은 피' 수혈이 갖는 인사 충원의 문제점 또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문제가 있으면 처방을 내고 처방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고 하지만 최고 지도부의 의지에 따라 발탁된 젊은 간부도 부패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드러나면서 중국의 간부, 특히 젊은 간부들을 어떻게 충원하고 관리할 것인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당과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의 성공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 통치의 명운이 간부의 충원과 관리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는 또 하나의 심각한 고민이 생긴 셈이다.
"'차이나 인사이트'를 보는 독자들은 중국을 더 깊이 알게 될 것입니다."

중국! 누구나 한 마디씩은 말을 거들 수 있는 화두입니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류의 역사가 장구합니다. ​1992년 양국 간 수교 이후 경제적-인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관련 기사와 담론 또한 '정보 과잉'을 방불할 만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종잡을 수 없고 혼란스럽습니다. 우호와 경계, 낙관과 비관이 교차합니다.

<프레시안>은 오랜 시간 중국을 연구해 온 중국 전문가들의 네트워크형 싱크탱크 '지식집단 CK'와 손을 잡고 더욱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중국 컨텐츠 서비스에 나서고자 합니다. 기존 언론과 공론장에서는 좀체 접하기 힘든 맥락과 이면까지 전달하는 심층 서비스 '차이나 인사이트'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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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갑용 성균관대학교 교수
양갑용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중국의 정치 엘리트 및 간부 제도와 중국공산당 집권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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