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기업의 매출액을 국내총생산(GDP)과 견주어볼 때 한국 경제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주요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천959억2천만 달러(223조9천억원)로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액(GDP)인 1조4천169억 달러(1천691조원)의 13.83%에 달했다.
이는 GDP 1조 달러가 넘는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가 내 부가가치의 합인 GDP와 기업의 총판매액을 뜻하는 매출액은 개념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 국가가 특정 기업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국내보다 해외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GDP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1개 기업의 매출액이 한 나라 GDP의 14%에 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BP 매출액(직전 회기연도 기준)은 3천535억7천만 달러로 GDP(2조9천451억 달러)의 12.01%에 이르러 삼성전자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나머지 13개국에서 매출 1위 기업의 GDP 대비 매출액 비율은 모두 10% 미만이었다.
러시아 대표기업인 가스프롬은 GDP 대비 매출액 비율이 7.97%로 3위였고 이탈리아 엑소르(7.56%), 프랑스 토탈(7.45%)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홍역을 치르는 독일의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은 한 해 동안 2천689억6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업체의 매출은 독일 GDP 총액(3조8천595억 달러)의 6.97%에 해당한다.
스페인 방코 산탄데르(6.83%), 브라질 페트로브라스(6.10%), 일본 도요타(5.39%), 멕시코 아메리카 모빌(4.97%), 중국 시노펙(4.35%)의 비율은 7%를 넘지 않았다.
호주 웨스파머(3.82%)와 인도의 인도석유(3.59%), 미국 월마트(2.79%), 캐나다 매뉴라이프(2.69%)의 매출액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비율은 한국과 GDP 규모가 비슷한 호주, 스페인과 비교하면 2∼3배 수준이다.
삼성전자 매출액을 국내 2위 업체인 현대차(5.98%)와 합치면 한국 GDP의 20%에 육박한다.
한국에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쏠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창출한 부가가치총액(2013년)은 140조2천억원으로 GDP의 10% 수준에 달했다.
4대 그룹의 부가가치 총액은 전년보다 3.7% 증가했고 500대 기업 내 비중도 50.7%에서 55.2%로 높아졌다.
이들 4대 그룹을 뺀 나머지 500대 기업의 부가가치 총액은 전년보다 13.5%나 감소해 4대 그룹 의존도는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 경제가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면 기업이 흔들릴 때 경제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커진다.
노키아의 몰락에 핀란드 경제가 휘청거린 사례나 최근 '폴크스바겐 사태'로 독일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나오는 것이 좋은 예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의존도 면에서 볼 때 한국에서 '폴크스바겐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물론 이들 대기업에 엮인 협력업체들에 미칠 파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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