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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로켓에 핵실험까지, 북한 이러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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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로켓에 핵실험까지, 북한 이러다 죽는다

[정욱식 칼럼] 9.19 공동 성명 10주년 특별 기획 (3)

북한은 왜 이럴까?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 시사에 이어 핵실험을 암시하고 나선 것을 보면서 든 의문이다. 북한이 핵과 로켓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일정 정도 예견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의도와 파장을 분석해볼 필요는 있다.

북한이 행동에 옮기면 헤어진 가족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이산가족의 염원은 장거리 로켓과 함께 허공 속으로 사라질 위험도 커진다. 8.25 합의로 모처럼 열린 남북 관계의 문도 또다시 굳게 닫힐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반도는 또다시 격랑 속으로 휩싸이고 말 것이다. 마땅히 북한이 자제해야 할 까닭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어땠나?

2005년 9.19 공동 성명이 채택된 이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4차례, 핵실험은 3차례가 있었다. 그 각기 양상을 복기해보는 것은 오늘날의 상황을 분석하고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9.19 공동 성명 이후 첫 로켓 발사는 2006년 7월에 있었다. 당시 북한은 대포동(중장거리), 노동(준중거리), 스커드(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모두 7발 발사했다. 이에 대해 미국 주도하에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가 채택되자, 북한은 그해 10월 최초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유엔 안보리 대응→북한의 핵실험→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한반도 위기 고조'로 이어지는 '코리아 연쇄 반응'은 이때 만들어졌다.

당시 북한의 의도는 '벼랑 끝 전술'에 있었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금융 제재를 비롯한 미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었다. 북-미 직접 대화를 한사코 거부했던 부시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대북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의 승리로 여겼지만, 부시의 변신 사유는 이라크 전쟁 여파로 네오콘이 쫓겨난 데에 있었다.

두 번째는 2009년 상반기이다. 북한은 그해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했고,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새로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특사를 보내 만류하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프라하 연설'을 8시간 앞둔 시점에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단단히 화가 난 오바마는 직접 연설문을 수정해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고, 이명박 정부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선보였다.

▲ 북한이 2009년 발사한 광명성 2호. ⓒ연합뉴스

당시 북한의 의도는 첫 번째 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우선 2006년 사례와는 달리 '국내용' 성격이 짙었다. 김정일 정권 출범 3기를 맞이해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축포(?)였던 것이다. 물론 대외적인 성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06년에는 부시의 대북 정책 '전환'을 의도한 것이었다면, 이때에는 새로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시험'해보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시험'은 세 가지 맥락에서 나왔다. 첫째는 오바마 행정부가 9.19 공동 성명에 명시된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을 존중할 의사가 있느냐였다. 둘째는 '김정일 와병설'을 이유로 강화된 한미 군사 훈련을 계속 실시할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셋째는 미국이 북한을 이란과 동등하게 대할 자세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었다. 참고로 유엔 안보리는 이란에 대해서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란은 북한의 로켓 발사 두 달 전인 2009년 2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그런데 시험 문제를 받아든 미국은 아예 시험지를 찢어버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란과 달리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했다. 어떤 나라가 위성을 발사했다는 이유로 안보리에 회부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북한식 패턴'으로 간주하고 그 패턴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북한이 빠지고, 한-미-일 삼각동맹 추진이 대신하게 된다. 북한도 6자 회담을 거부하곤 '핵 억제력' 강화에 매진하고 말았다.

세 번째는 2012~2013년이다. 권력을 승계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위성 발사를 아버지의 유훈 사업으로 간주하고 2012년 4월 태양절 즈음에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 이를 2.29 합의 위반으로 간주한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규탄 성명으로 응수했다. 3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팽배해졌다. 그러나 북한은 그해 8월 미국의 비밀 특사를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정전 협정을 대체할 평화 협정 논의를 시작하자고 요구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그러자 북한은 그해 12월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를 강행했고, 이에 맞서 미국 등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에서 규탄 성명보다 더 강경한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그 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한반도는 1994년 전쟁 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 번째 사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첫 번째가 '협상용', 두 번째가 '국내용' 성격이 짙었다면, 세 번째는 '핵 억제력 강화'에 무게중심이 옮겨진 것 같다. 북한은 2012년 4월 개정헌법 전문에 '핵 보유국'을 명시했고, 이듬해 3월 말과 4월 초에는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천명하면서 관련 법을 제정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의 목적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평화적 목적이라던 기존 입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의도도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러한 김정은의 노선은 크게 네 가지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첫째는 대미 억제력 확보이다. 둘째는 중국에 대한 자주성 확보이다. 셋째는 북한의 힘을 한껏 과시하고 위기를 고조시켜 미국을 평화 회담 테이블에 불러내려는 것이었다. 끝으로는 핵 억제력 강화를 통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는 경제 건설에 전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네 가지 가운데 김정은의 뜻대로 된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는 어떨까?

'국내용'일까? 이런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등장한 선수들은 외무성이나 국방위원회가 아니라 국가우주개발국 국장 및 원자력연구원 원장이다. 그리고 이들은 '인공위성의 경제성'과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 병진 노선에 큰 성과가 있는 것처럼 정치 선전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이처럼 국내용 성격이 짙다면 4차 핵실험은 몰라도 장거리 로켓 발사는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다음날인 2013년 2월 13일,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노동자들이 3차 핵실험 성공 소식을 듣고 환희에 차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핵 억제력 강화용'은 어떨까?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하고, 이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문제 삼으면 이를 구실로 삼아 4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 사례와 흡사한 경로를 북한의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가장 우려할 만한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나는 '대외용'에 방점을 찍고 싶다. 그 이유는 북한의 경제 발전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김정은 체제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 사정은 올해 들어 북-중 무역 규모의 급감, 북-러 경제 협력의 정체, 대가뭄과 대홍수, 외자 유치 부진 등으로 인해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북한이 화전 양면 전술을 동원해 8.25 합의문을 유도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크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번엔 미국을 겨냥해 위기를 조성하고 협상을 통해 "경제 발전에 유리한 대외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닌가 한다.

북한은 또한 미국과 중국을 보면서 '좋은 타이밍'이 왔다고 여길 수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이란 핵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란과의 협상보다도 어렵다던 상원의 동의도 받아냈다. 북한으로서는 '이제 나와 상대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것이다.

아울러 북한은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자극해 다가오는 미-중 정상 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중국의 전략적 우려란 북한의 장거리 로케 발사와 핵실험이 사드(THAAD) 배치를 비롯한 미국의 군비 증강과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싫으면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것이 북한이 중국에게 발신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건 실수가 될 공산이 크다.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의 환기된 관심은 '짜증'과 '경고'로 점철되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에게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점증하는 실망감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면 자신이 그토록 바란다는 "경제 발전에 유리한 대외 환경"은 더 더욱 멀어지게 된다.

하여 북한이 선택해야 할 노선은 핵과 로켓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것이 아니라 8.25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면서 미국에게도 대화를 제의하는 데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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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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