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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 절반 지났는데, 뭘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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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 절반 지났는데, 뭘 했지?"

[분석] 2년 반 동안 '무능' 입증…4년차엔 '레임덕' 예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내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24일 "이명박 정권은 실패했고, 박근혜 정권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한 무능한 정권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를 상반기 결산 키워드가 "무능"이 됐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오는 8월 25일이 박 대통령의 임기반환점이다. 5년 중 2년 반 동안 국정을 이끌어왔다는 말이다. 이제 박 대통령은 임기 하반기에 접어든다.

정책 브랜드 하나 또렷하게 남기지 못한 박근혜 정부가 '무능'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러 근거로 설명된다.

2년 반 동안 입증된 것은 '무능'…3년 지나면 어느 정권이든 '레임덕' 속으로

24일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날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32%, 부정평가는 60%였다. 긍정 평가자에게 물으니 "열심히 한다", "노력한다"(23%)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답변했다. "경제 정책"이라고 대답한 이는 5%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자는 "소통 미흡"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최근 정국을 흔들고 있는 '국정원 해킹 사찰 의혹'을 부정 평가의 이유로 든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해킹 정국'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결국 문제는 경제다.

민생 경기 체감도는 최악이다. 정부가 목표로 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3.1%인데,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올해 연간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경제 지표는 대통령 지지율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은 평가한다. 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메르스 사태 등 외생변수의 탓도 있지만, 변명이 되지 못한다.

먼저 박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을 방어하느라 임기 초반을 다 날려버렸다. 그때 전 정권과 단절을 선언하고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을 실시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임기 반환점을 앞둔 지금까지도 '국정원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국정원 문제'가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청와대는 오독하면 안 된다. 국정원 문제는 결과적으로 국정 동력을 엉뚱한데 소진함으로써 경제 정책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켰다.

▲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그리고 무능은 무능을 낳았다. 세월호 침몰 사태에서 보여준 무능,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무능은, 경제 정책에서의 무능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른바 '거위 깃털' 발언으로 촉발된 '서민 증세' 논란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연말 정산 대란'이라는 말이 나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앞세운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경기부양책은 역대 정권의 단골 레파토리를 재현한 것, 딱 거기까지였다. 체감도가 높은 복지 공약은 줄줄이 후퇴했다. '증세 없는 복지'의 덫에 스스로를 가둠으로써 정책적 상상력이 발휘될 여지를 아예 없애버렸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니 결국 '대기업의 투자'와 같은 요행을 바라게 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후원하고 있는 17개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대기업 총수들은 '경제인 사면'을 숙원으로 여기고 있다. 아직은 '교착상태'다. 양쪽 다 절박하긴 한데, 보통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얻을 것을 얻는 반면, 정부는 기업에 기대하는 것을 충분히 얻지 못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건 이명박 정부 시절(2009년)부터 최근(2014년)까지 5년간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은 두 배 늘었다.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최근 1년 사이에 40조 원 가까이 늘었다.

박 대통령이 성공한 것은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산 환수 시도 정도가 기억나지만, 한 때일 뿐이다. 정치 이슈로 본 '재미'는 오래 가지 못한다.

지지율을 출렁이게 할 수 있는 정치 이슈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카드가 하나 남았지만, 현재까지 상황에서 미뤄 짐작컨데 이 정부에서 사용될 일은 없을 것 같다.

기대감마저 사라졌다남은 것은 '자화자찬'뿐

앞서 언급한 갤럽 여론조사는 나아가 절망적인 상황을 시사한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개혁 추진'에 미온적인 여당 원내대표를 내쫒으면서까지 연일 강조하고 있는 이른바 '4대 부문 개혁'에 대한 여론 호응도는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대감이 없다는 말이다.

경제 정책은 '심리'의 문제요, 바꿔 말하면 유권자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다. 그러나 박 대통령 지지그룹은 "열심히 한다", "노력한다"를 제 1의 지지 이유로 꼽았다. 기대감 대신, 측은함이 느껴진다.

박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간담회에서 '자화자찬'성 발언을 내놓았다.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각종 국제회의에서도 모든 국가들이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둘러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창조경제를 주축으로 하는 우리의 경제성장 전략과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혁신센터 모델은 이미 세계 각국의 호평과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경험하셨듯이 많은 나라의 정부, 대학, 기업들이 혁신센터를 다녀갔고 저도 순방을 다니면서 우리의 혁신센터 모델에 대한 외국정상들의 높은 관심을 점점 더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한 온두라스 대통령도 일정까지 바꿔가면서 부산 혁신센터를 방문하면서 온두라스에 접목시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할 만큼 깊은 관심을 보인 바가 있습니다. 이제 이렇게 마련된 창조경제 기반을 충분히 활용하고 또 발전시켜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창출해 내야 하겠습니다."

성과가 없으면 초조해진다. 그렇다 보면 스스로 평가하고 그 평가 속에 갇히게 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전임 대통령의 '화법'이 오버랩된다. 닮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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