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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사교육 부추기는 악법"

인성교육진흥법 규탄 기자회견… "순응적 소시민 만드는 게 목적인가"

21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법이 탄생했다. 인성교육을 법에 명문화하는 이른바 '인성교육진흥법'이다. 많은 교육 단체는 이 법의 시행으로, 학생들이 입시 경쟁도 모자라 '인성 경쟁'에까지 내몰릴 것이라 우려하며, "세계 최초의 법이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초유의 법이 탄생한 배경에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로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이 붕괴된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 법안을 발의했다. 인성교육 강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여야 의원 102명이 동참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해당 법안은 199명 전원일치로 국회 통과됐다.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핵심 가치를 교육하자는 좋은 취지의 법안이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법안 곳곳에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었다. 가장 논란이 인 부분은 대학 입시에 학생 인성평가를 반영하는 안이었다. '인성면접 과외' 업체가 출몰하는 등 사교육 시장이 들끓었다. 신종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 여론에, 결국 교육부는 해당 법안에서 '대학 입시 반영' 부분을 들어낸 시행령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그래도 인성교육을 강제한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었다. 교육부 장관은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교육감은 해당 계획을 토대로 인성교육시행계획을 수립한다. 또 교육부 장관 소속의 인성교육진흥위원회가 꾸려지고, 인성 전문가 양성을 위해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비영리법인 등이 전문인력 양성 기관으로 지정된다. 교사들은 매년 4시간 이상 인성교육 연수를 받는다.

▲21일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규탄 기자회견을 연 교육운동연대와 교육혁명공동행동 등 교육 단체들. ⓒ프레시안(서어리)

"세월호 문제가 개인 인성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이날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는 데 대해 '인성 교육'을 강조해왔던 교육 단체 활동가들은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교육운동연대와 교육혁명공동행동 등 교육 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성왜곡, 인성경쟁 불러올 위험천만한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춘식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세월호의 문제는 제도의 문제고,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였는데 이를 개인 인성 문제로 풀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했다. 최은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역시 "학교 폭력, 자살 문제는 과잉, 경쟁교육을 완화시키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요즘 애들이 문제'라고 하는, 인성 교육을 많이 받은 국회의원들은 교육을 많이 받은 만큼 좋은 일을 하고 있으시냐"고 되물었다.

교육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정형화된 인성의 상을 상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현행 인성교육진흥법은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과 양심 결정의 자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교육 단체는 이어 "정부는 몇 가지 편향적인 인성 덕목을 제시하고 이를 강제함으로써 보수적이고 순응적이고 소시민적인 인간 육성을 도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보수 단체에 인성교육 독점 인증권 줬다"

이날, 교육 단체는 인성교육진흥법의 본질적인 문제를 짚는 한편, 교육부가 인성교육에 대한 독점적 인증권을 보수 단체에 부여하려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부터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인실련)'이라는 단체에 인성교육프로그램 인증권을 부여해왔다. 한국교원단체연합, 바르게살기운동중앙회 등 기존 보수 단체가 연합해 꾸린 단체다.

교육 단체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됐는데도 여전히 법에서 규정한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증 설명회를 오는 7월 31일 개최할 예정이어서 교육부가 인실련에게 법정 인증 권한까지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부와의 유착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인실련은)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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