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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박근혜, 김대중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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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박근혜, 김대중에게 배워라

[정욱식 칼럼] 사드' 3NO'? 새로운 '3NO'가 필요하다

사드(THAAD) 배치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 때 수그러들었던 논란이 김기종 씨의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당 부분은 '자가발전'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드 배치 공론화를 다시 시도한 탓이 크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알쏭달쏭한 표현으로 논란을 피해고자 했던 박근혜 정부는 새누리당에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는 '중국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며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아직 배치 결정이 나지도 않았는데, 중국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3노(NO)'로 압축된다. "미국의 요청이 없었기(No Request) 때문에 한미간의 협의도 없었고(No Consultation) 이에 따라 결정된 것도 없다(No Decision)"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일부 관계자들은 "비공식 협의가 있었다"고 말해 박근혜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보다 중요하게는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하면 안보에 도움이 된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발언을 줄곧 해왔다. 또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를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 미국의 배치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새로운 3NO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미 지난 2주 동안 네 차례의 글을 통해 사드 문제를 상세히 분석한 바 있다. 핵심적인 요지는 '사드가 없는 게, 대한민국 안보에 이롭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에게 새로운 '3NO'를 주문하고 싶다. '북핵이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No Use), 북핵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며(NO More), 궁극적으로는 북핵 해결을 도모하겠다(NO Nuke)'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No Use'와 관련해 정부가 이렇게 밝혔으면 한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북핵 위협과 관련해 한미연합전력은 최강의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또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개선해 북핵이 사용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제거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제(MD)가 대북 억제력 차원에서 필요한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건 과유불급이다. 대북 억제는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북한이 가공할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켜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MD는 군비경쟁 억제와 전쟁위기 관리 모두를 어렵게 한다. 특히 우리의 당면 목표인 'No More'와 궁극적 목표인 'No nuke'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북핵이 늘어나지 않고(No More) 북핵을 해결하기(No nuke)를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밖에 길이 없다. 때마침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탐색할 수 있는 대회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드 논란이 이마저도 집어삼키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것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사드 논란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사드가 배치되면 한중관계가 결코 무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복하고 나올지는 '예측의 영역'에 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만류하고 나선 점을 고려할 때,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을 추종하든, 미국을 두려워하든, 한국이 사드 배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한미관계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이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결정된 바 없다고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다. 더구나 펜타곤은 자신의 수준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 결정해 요청해오기 전에 말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중 정부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1999년 미국 국방부는 한국에게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 오늘날 지역 MD를 의미함) 참여를 요청했다. 98년에 북한의 금창리 핵의혹 시설 논란이 불거지고 북한이 3단계 로켓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린 것에 편승해서 말이다.

그러나 DJ 정부는 비용 대비 효과, 남북관계 및 주변국에 미칠 영향, 경제적 부담, 방어적 실효성 부족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그렇다고 한미관계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DJ 정부는 MD의 대안은 한미연합전력을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미국을 설득했다. 그 결과 미국에선 페리 프로세스가 탄생했고, 2000년엔 북·미 간의 특사 교환까지 이뤄질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바로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및 6자회담 재개에는 주저하면서 사드 배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미국 내 '사드파'와 ‘대북 협상파’의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거꾸로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면서 미국에게도 대북 협상에 나설 것을 설득하면 미국 내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입장을 가장 중시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결코 어려운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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