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핵무기 만들겠다고 마음 먹으면 만들 수 있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핵무기 만들겠다고 마음 먹으면 만들 수 있나?

[기고] '북핵'에 '핵'으로 맞서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

한국의 핵 안보 분야 엘리트들은 아직도 핵무기 개발을 희구(希求)하는가?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정말로 일본처럼 핵무기 개발을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당장의 핵무기 보유는 명백한 자살행위라고 여기는가? 게다가 핵무기에는 핵무기로 맞서야 한다는 강(强)對강(强) 논리가 사실상 냉전이 끝난 21세기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

핵무기 개발에 드는 비용과 고농축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과 같은 핵무기물질 확보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대한민국과 같이 SNS가 첨단으로(?) 발달한 사회에서 고도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가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5년 단임의 어느 대통령이 자신의 직을 걸고 핵무기 개발을 용인할까? 행여 대통령도 모르게 이 거대한 비밀 프로그램이 작동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국민 절대다수는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 국제사회로부터 가해질 수 있는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핵무기 개발에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필자는 그래서 한국핵정책학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핵무기 보유에 조건 없이 찬성하는 사람들의 높은 민족주의적 애국심을 이해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핵무기 개발 후 닥치게 될 다양한 제재의 후과(後果)가 어떠하리라는 사실들이 가감 없이 올바르게 국민들에게 전달된다면 그래도 핵무기 보유를 고집할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단군 이래 적어도 경제 수치상 최고 부흥의 시대(?)를 누리고 있는 현재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었던 시절에서 너무 멀리 왔다. 이렇게 위험한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국가정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여전히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다. 핵무기 보유에 관한 남한 국민들의 비원(悲願)이 이미 핵무기 보유국임을 선언한 북한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보는듯하다. 과거 한국이 비밀리에 핵물질을 부적절하게 다룬 사례가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여기에다 북한이 세 차례 핵실험을 한 이후 핵무기 보유를 지지하는 국내 여론 추이는 시시각각 워싱턴으로 전달되고 있다.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해도 북한 핵으로부터 더 안전해지지 않음은 자명하다. 북핵은 한국 경제를 일거에 침몰시킬 수 있는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거칠게 말하자면, 남한이 어느새 북한 핵의 인질이 된 셈이다. 게다가 북핵의 존재가 어쨌거나 남북한 또는 북미 간 협상에 있어 커다란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참다못해 한미 양국은 북핵 억지력 수단으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을 한반도 내에 구축하려 한다. 탈냉전이 유독 한반도에만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이는 북핵으로 촉발된 또 하나의 냉전을 머리에 이고 계속해서 불안하게 살아야 함을 보여준다.

핵의 시대에 남북한 군사모험주의자들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군비경쟁은 한반도의 미래 안보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는 한국이 동북아 지역 미·중 간 경쟁적 대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미·중 관계가 한국의 대외정책을 사실상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되었지만, 한국이 미·중 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인은 거의 전무하다. 전쟁을 추구하지 않은 역내 유일한 평화세력으로서 외교다변화와 독자적 '호흡의 공간'을 가지려는 한국이 안보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한미 관계가 미래에도 변함없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낡은 생각이다. 양국 젊은 세대들의 동맹관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6.25 전쟁을 체험한 세대들이 중국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대다수 젊은 세대들은 중국을 긍정적이고 친근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수많은 양자, 다자간 국제관계의 부침(浮沈)이 늘 그러했다.

우리가 왜 그토록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 받으려고 했는지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동맹도 때가 되면 떠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세계 무역 점유율 순위 9위 국가의 지도자라면 한미동맹에 대한 뿌리 깊은 심리적 의존을 극복하고 동맹이 떠난 자리에 핵무기가 아닌 평화와 화해가 들어서도록 유연하면서도 밀도 높은 중장기 국가전략을 짜야 한다. 우리에게 과연 이러한 국가대계(國家大計)가 있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국제관계의 엄정한 현실과 한미-미·일 동맹에서 보듯 위계적 동맹의 복잡한 역학 구조를 우리만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심지어 미국의 전술핵 도입으로 동맹의 무게를 측정하자고 주장한다. 짧은 생각이다. 그 결과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만 더 높이게 될 것이다. 황소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드는 격이다.

거듭 말하지만 핵무기는 보통무기가 아니다. 한국이 핵무기의 '뉴 키드 온 더 블록'이 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초·중등학교 때부터 평화교육과 핵비확산문화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핵확산 금지가 단순한 정치적, 군사적 신중함에서 표방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구성원 전체가 본질적으로 핵무기 사용에 강력한 터부(taboo)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주지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정책 엘리트, 핵공학자, 정치인, 종교인들이 윤리적인 비확산 규범 강화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핵비확산 규범 확산은 국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