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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 우리 병원은 얼마나 망가졌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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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 우리 병원은 얼마나 망가졌느냐면…

[기고]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민간 위탁의 그늘

저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권옥자라고 합니다. 정부가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제가 일하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공공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청주시가 날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대한 복지사업의 하나로 2009년 시민 혈세 157억 원을 투자하여 건립한 노인전문병원입니다.

그러나 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민간 병원에 운영을 위탁했습니다. 청주시 보건소가 관리 감독만을 하게 되었고, 그나마도 관계기관의 관리 소홀과 담당자의 직무유기로 방치되었습니다. 병원은 민간위탁자들의 횡포에 가까운 이윤 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1인 1실 간병 → 1인 3실 간병…병원 "CCTV 보면서 돌보면 된다"

민간 위탁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되자,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형편없어졌습니다. 저희 간호사와 간병사, 작업치료사 등은 모시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어르신들을 내 부모 모시는 마음으로 돌보고 있지만, 생활하기 힘들 정도의 저임금과 너무 부족한 인력은 환자를 제대로 돌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더욱 심각하고 안타깝습니다. 환자들이 드셔야 할 건강식이 원산지도 알 수 없는 식자재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의 대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한수환 병원장의 형수인데, 그 대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영양실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납품업체 대표의 남편, 즉 한수환 병원장의 형은 납품업체의 식자재를 검수하는 영양실 총괄 책임자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환자 급식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전 5년간 운영되어 오던 1인 1실 간병제가 직원과 보호자의 동의도 없이 1인 3실제로 강제 변경되었습니다. 1명이 3개 병실의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는 없다고 하자, "CCTV를 보면서 돌보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환자의 안전과 직원에 대한 처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느 민간 요양병원에도 못 미치는 환경이 되어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청주시 노인 복지사업, 민간이 '빨대 꽂아'

복지사업을 잘 해보겠다는 청주시의 사업계획은 사실상 개인 위탁자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빨대 꽂힌 우유 통 신세'로 전락하였습니다. 전국 요양병원 원장들의 연봉이 평균 1억3000만 원 정도라는데,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한수환 원장의 연봉은 연간 3억 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원장의 개인 소득세 1억5000만 원을 병원 회계로 대납해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일하지도 않는 CNC병원(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민간 병원) 직원의 급여가 지급되기도 합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관리 감독기관인 보건소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개인 병원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면서 관리·감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임금은 8억9000만 원이나 체불되었습니다.

▲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항의하는 병원 노동자들. ⓒ프레시안(김윤나영)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지난 2011년 한 차례 민간 병원과의 위탁 계약이 해지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위탁 운영을 밭고 있던 효성병원이 간병사들에 대한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탁업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환자 안전을 무시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사태가 발생했고, 위탁 해지가 불가피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공공병원의 민간 위탁, 즉 민영화 정책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익적으로 관리 감독을 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려면 시민의 혈세는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공공복지라면 시가 직접 운영하여 개인 위탁자가 챙기는 이윤을 환자들에게 돌려주고, 직원들에게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환자도 직원도 안전하지 못한 의료기관이 어떻게 공공복지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겠습니까. 청주시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CNC병원과의 위탁 계약을 즉각 해지하고, 시가 직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문제가 '의료 민영화 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 자회사나 돈벌이 부대사업 허용 같은 정책들은 병원을 장사꾼으로 만드는 정책입니다. 병원이 장사꾼이 되었을 때 발생하는 지옥 같은 일을 저는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에서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이제 이런 일이 전국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의료 민영화 정책은 꼭 막아야 합니다. (☞ 관련 기사 : 일방적인 '의료보험 중단', 그는 결국 죽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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