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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파동, 제2의 천안함 사태로 번지나?

[정욱식 칼럼] 무인기가 일으킨 '나비 효과'

한반도 상공에 무인기가 일으킨 '나비 효과'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나비 효과는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우를 일으킬 만큼 엄청난 변화를 야기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와 흡사하게 소형 무인기의 등장은 온갖 '괴담'을 수반하면서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의 폭풍우를 일으키고 있다. 더 나아가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발생함으로써 회담 재개의 문도 더욱 굳게 닫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무인기 파동은 4년 전 천안함 침몰과 너무나도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46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과 구글어스보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사진을 찍고 다닌 '무인기 파동'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침소봉대와 안보상업주의, 군 당국의 오락가락 해명,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남북한의 비방전, 선거를 앞둔 여야의 정치 공방전까지 가세하면서 '제2의 천안함 사건'처럼 비화되고 있다.

무인기 파동, 제2의 천안함 사태 되나? 

흡사해지고 있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건 발생 시점이 3월 말로 비슷하다. 천안함 침몰 직후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소행에 무게 중심을 두지 않았었다. 파주에서 무인기가 발견되었을 때에도 군 당국은 "대공 용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갔고 정부와 군 당국도 이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무인기 역시 보수언론이 '자폭용', '생화학무기', 심지어 '핵탄두' 탑재 가능성까지 온갖 괴담을 유포하자 군 당국도 "새로운 위협"이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조사 결과를 놓고도 공방이 벌이지고 있다. 국방부가 주도한 천안함 중간조사결과 발표가 나오자 북한은 강력히 부인했고 여러 과학자들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언론과 정부·여당은 '불신은 곧 종북'이라며 색깔론을 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인기가 북한제라는 조사결과에 의문을 표하는 것 자체를 북한에게 반박의 빌미를 주는 것이자 심리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여론몰이가 기승부리고 있다. 공동조사를 제안하는 북한과 이를 일축하는 남한의 행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무인기 침투의 주체가 북한이라면 이는 남한군이 경계에 실패했다는 의미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도 판박이이다. 천안함 침몰 직후에는 서해 5도를 군사 요새화를 한 것처럼, 무인기 파동을 거치면서 휴전선 일대에 저고도 레이더와 타격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도 흡사한 대응 양태이다. 

부정적 나비 효과는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국방부는 미국 조사단까지 참여시켜 조만간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최종 결론이 나오면 강력한 대북 대응 방안도 발표한다고 한다. 시기적으로 6월 4일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4월 말이나 5월이 될 전망이다. 이 역시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5월 20일 조사결과 발표와 5월 24일 대북 제재 조치 발표로 이어진 천안함 사건의 경로와 너무나도 닮은꼴이다. 

6자회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흡사한 양태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천안함 침몰 직전에 북미 간에 6자회담 재개를 향한 활발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었다. 2009년 12월에는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가 방북했고, 이듬해 3-4월에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도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즈음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6자회담마저 침몰하고 말았다. 

필자가 다른 글에서 분석한 것처럼(칼럼 보기), 최근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미중간의 신경전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와중에 무인가 파동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은 더더욱 위축될 공산이 커졌다. 미국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의 입장이 대단히 중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남북한이 무인기를 둘러싸고 대결 양상이 커지면서 남북한의 전향적인 입장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인기 최종 조사결과 발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순방과 조우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북한 위협을 근거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론의 득세 가능성이다. 천안함 침몰이 남남갈등-남북갈등-미중갈등으로 비화되었던 유사한 패턴이 무인기 파동을 타고 다시금 고개를 들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 남북 공동조사 추진해야

'나비 효과'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무인기' 파동은 인공적인 현상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거대한 폭풍우가 될 수도 있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유력한 방법은 남북한 공동조사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와대는 "범죄 피의자가 범죄 수사의 증거를 조사시키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고, 국방부는 "대한민국 내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저급한 대남심리전에 불과한 것으로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비난했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북한을 "범죄 피의자"로 단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결정적 증거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국방부가 발표한 것이다. 또한 남북한에는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검증하고 판결할 수 있는 재판부가 없다. 국내 사법체계의 잣대로 북한을 상대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게 무정부적 국제정치의 현실이자 남북관계의 현주소이다. 

오히려 남측 정부가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면, 북한의 공동조사 제의는 향후 남북관계에서 남측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자신이 배제된 상태에서 나온 최종 결론을 강력 부인하고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반면 북한의 참여하에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다면 북한의 부인 여부와 상관없이 남한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의 명칭과도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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