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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도 사람답게 살려면 '이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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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도 사람답게 살려면 '이것'이 필요하다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사회복지 ⑤

한국의 노동자 파업을 보다가 독일의 파업 뉴스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띈 점은, 격렬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파업이 머리띠를 두르고 마치 사생결단을 내듯이 비장하게 싸우는 모습이라면, 그들의 파업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다. 독일의 노동자가 특별히 착하고 온순하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렇게 강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협의 시스템에 따라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직장을 잃더라도 여러 가지 지원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서 굳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투쟁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 시스템 중의 하나가 바로 실업보험과 실업급여II(하르츠IV) 제도이다.

1920년대에 시작한 실업보험

독일에서 실업보험이 처음 생겨난 것은 1927년 '고용알선과 실업보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부터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실업보험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95년이었다.) 그 이전에는 지원이 필요한 실업자는 1918년부터 관할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지원하는 실업구호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위해 1923년부터 근로자와 사업주는 이 구호금의 재원 마련을 위해 일정액의 보험료를 내야만 하였다. 2차 대전 이후 1952년부터 실업보험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게 되었다.

실업보험(또는 고용보험)에는 의무적 가입자와 자발적 가입자가 있다. 의무적 가입자에는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예외를 인정함), 직업 교육 중인 청소년, 공익근무 중인 군인(병역 의무자), 교도소에서 노동하는 수감자, 예비 수녀나 신부 등이 해당하고, 자발적 가입자에는 자영업자, 양로원의 간병인 등이 속한다. 일반적으로 가입 기간이 최소 12개월은 지나야 실업급여의 청구권이 생긴다.

실업자가 받는 실업급여는 주로 실업보험료에 의해 충당된다. 개별 보험료는 2011년부터 총소득의 3.0%이며, 이를 근로자(1.5%)와 사업주(1.5%)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참고로 한국의 실업보험료는 2013년 7월 기준 1.3%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65%씩 부담하고 있다.) 2006년까지는 보험료가 6.5%였는데, 2007년 4.2%, 2008년 3.3%, 2009~10년에는 2.8%로 계속 줄어들다가 다시 인상되었다. 2009년에 보험료를 인하한 까닭은 세계금융 위기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기업의 경영 상태가 어려워지고, 단축 조업 등으로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하자,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실업보험료를 낮췄기 때문이었다.

연금보험과 마찬가지로 실업보험료 산정에서 근로자의 소득에 그 상한선을 두고 있다. 2013년부터 구서독 지역은 월 5800유로(약 840만 원)를 최대치로 보고, 그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이 최대치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따라서 최대 월 보험료는 174유로(약 25만 원; 5800유로의 3%)이고, 개인 부담은 그 절반인 87유로(12만5000원)이다. (동일한 금액 840만 원을 한국의 고용보험 비율로 적용했을 때, 개인부담은 5만4600원이다.) 구동독 지역은 월 4900유로(약 710만 원)가 최대치이다.

이 실업보험은 연방노동복지부 산하의 연방노동청(뉘른베르크 소재)이 관리하고 있다. 이 노동청은 실업급여의 지급 이외에도 보다 적극적인 다양한 고용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직업 및 노동 시장에 대한 상담, 수습생 및 일자리의 알선, 새로운 직업에 대한 편입의 지원, 직업 선택 및 직업 교육의 지원, 단축 조업 지원금을 통한 고용 유지의 지원, 장애 노동의 지원 등이 그것이다.

▲ 2009년 경기 침체로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2010년 1월 19일 오후 서울북부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취업 희망자들이 실업 인정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업급여, 평균 월급의 40%

실업급여 액수의 산정은 대단히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친다. 대략 각 실업자의 최근 1년간 평균 월급의 약 40% 정도이다. 실업급여의 지급기간은 나이와 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 50세 미만이고 보험 기간이 24개월 미만일 때, 실업급여의 지급은 최대 1년이다. 24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였고, 50세 이상일 경우에는 규정된 조건에 따라 14~32개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사민당(SPD)의 슈뢰더 총리 이전에는 실직하게 되면 먼저 '실업급여(Arbeitslosengeld)'를 받게 되고, 그 기간이 끝나도록 재취업이 안 될 경우 이보다 조금 줄어든 액수의 '실업보조금(Arbeitslosenhilfe)'을 받았다. 이후에도 여전히 취업이 안 될 경우에는 다시 그보다 조금 더 줄어든 '사회보조금(Sozialhilfe)'을 받아 생활하였다.

그런데 사회복지비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독일 경제가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노동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3년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적록연정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개혁 프로그램인 '아젠다 2010'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 과거의 실업보조금과 사회보조금을 통합한 '실업급여 II(Arbeitslosengeld II; 이러한 개혁을 하르츠 위원회에서 주도하여 보통 '하르츠 IV'라고도 한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급여의 수급자는 2000년대 후반 약 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II'의 금액은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고려하여 책정된 것이다. 먼저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변화와 평균 노동자들의 순소득 변화를 반영한, 그래서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금액(Regelbedarf: 기본필요액)이 있다. 이는 2013년 기준 월 382유로(약 55만원)이다. 여기에 6세 미만의 아이가 있을 경우 224유로(328만8000원), 6~13세 사이일 경우에는 255유로(37만3000원), 또는 14~17세일 경우에는 289유로(42만3000원)가 추가된다.

다음으로 주거비인 월세를 지원하는데, 베를린의 경우 혼자일 때는 378유로(55만3000원), 2명이면 444유로(65만3000원), 3명이면 542유로(79만3000원), 4명이면 619유로(90만6000원), 5명이면 705유로(103만2000원)이고, 이후 가족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50유로(7만3000원)씩 증가한다. 난방비용은 식구 한 명당 위에 언급한 '기본필요액'의 2.3% 정도를 추가로 계산한다. 이사를 하여 월세가 오를 경우, 사전에 구청에서 확인을 받으면 그 인상분도 지급된다.

또 임신하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 또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는 그에 필요한 추가적인 금액(Mehrbedarfe: 추가필요액)이 포함된다. 각각의 경우에 따라 기본필요액의 12~36%를 별도로 받게 된다. 그밖에 일할 능력이 안 되는 경우 등에는 사회급여(Sozialgeld)가 지급된다. 의료보험료는 공보험의 경우에는 전액을, 자영업자나 사적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공보험에 해당하는 액수까지만 지원한다.

최저생활만은 보장해야

이외에도 희소병 등에 대한 치료 약이나 보조 기구에 대한 비용 등 특수한 경우들에 대해서도 지원 규정을 촘촘히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것들이 전부 시스템적으로 운영되어 누구나 실업이 되더라도 기본적인 최저 생활에는 어려움이 없도록 보장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독일과 같이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다면, 그래도 우리의 파업이 지금과 같이 격렬할 것인지 궁금하다.

그 밖에도 아이들을 위해 정부에서 세금으로 부모에게 지급하는 자녀수당(Kindergeld)이 있다. 이 제도는 원래 나치 시대에 처음 도입되었던 것으로 처음에는 1회성 지원금이었으나, 이후 월정액으로 발전하였다. 이 월정액 지급은 초기에는 5번째 아이부터만 해당하던 것을 점차로 확대하여 1954년부터는 3번째 아이부터, 1961년부터는 2번째 아이부터, 1975년부터는 첫 아이부터 지급하게 되었다. 또한 1955년부터는 실업자도 똑같이 자녀수당을 받게 되었다.

독일에 거주하는 거의 대부분 부모는 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에도 세금을 내고 있으면 똑같이 받게 된다. 이 수당의 지급 기간은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18~25세 때까지이다. 더욱 자세한 조건은 '연방자녀수당법(Bundeskindergeldgesetz)'에 규정되어 있으며, 월 지급액은 경제 상황에 따라 조금씩 인상되어 왔다. 2010년부터 첫 번째와 2번째 아이에 대해서는 각각 월 184유로(27만7500원), 3번째 아이는 월 190유로(28만5000원), 4번째 아이부터는 각 월 215유로(32만2500원)를 받게 된다. 그래서 유학생들 사이에 독일에서는 아이를 많이 낳으면 일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였다.

끝으로 독일 유학 중에 들은 소문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독일에서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을 공부한 한국 유학생들이 귀국하기를 꺼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한국에 돌아가면 적당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그러면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 활동을 계속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일자리가 없더라도 생계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예술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조 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 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제 "어떠한 경우에도 사회 구성원의 최저 생활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가 공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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