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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해고 어려운 독일의 국가 경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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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해고 어려운 독일의 국가 경쟁력은?

[독일에서 살아보니] 안정적인 일자리, 어떻게 만들어졌나 ④

독일에는 '해고 보호법'이 있어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51년이다. 2차 대전의 후유증으로 독일이 거의 폐허가 된 상황에서 재건을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노동자의 권익을 먼저 생각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 법은 총 26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요 내용은 사용자가 종업원을 해고할 경우 반드시 정당한 해고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질병에 따른 업무 수행 불가, 노동자의 잘못된 행위, 기업의 구조 조정에 대한 객관적 사유 등과 같이 해고의 근거를 명시적으로 정해놓았다. 이러한 일반적인 규정들 외에도 노사 간 단체 협상에 따른 여러 조건이나 예외 규정들을 충족해야만 해고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직장을 갖게 된 노동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신의 일자리를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다. 살아가는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원래 이 법의 적용 대상은 5인 이상의 기업이었는데, 이로 인해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민당(SPD) 출신의 슈뢰더 총리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2003년 '아젠다 2010'이란 개혁 프로그램에서 해고 보호법의 적용 대상을 10인 이상의 기업으로 완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일 노동 시장의 경직성 문제는 최근까지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노동 시장 유연성 119위인 독일, 국가 경쟁력은 6위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으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2~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보고서'에서 독일은 국가경쟁력 부문에서 전체 144개국 가운데 6위를 차지했으나, 노동 시장의 유연성은 119위,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은 127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139위에 머물렀다. 참고로 한국은 국가 경쟁력 19위,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 109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 63위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고용과 해고가 쉽지 않고 임금 결정 과정이 경직적이어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거의 꼴찌에 육박하고 있지만 독일의 국가 경쟁력은 거의 세계 최고수준이다. WEF 조사결과에서 독일(인구 8000만 명)보다 앞선 경쟁력을 보인 국가는 스위스(780만 명), 싱가포르(530만 명), 핀란드(540만 명), 스웨덴(950만 명), 네덜란드(1600만 명)로 모두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들이다. 따라서 강대국 중에서는 독일의 경쟁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조사 결과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흔히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위 결과는, 그동안의 인식이나 주장과는 상반된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데, 이제 그러한 생각을 바꾸는 것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위의 독일 사례가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반대로 노동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사회적 정의다

이와 같은 고용 안정의 문제와 더불어 한 가지 더 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같은 일을 했을 때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이다. 지난 6월 독일의 건설 노조(IG Bau)와 사용자 단체는 임금협상을 통해 서독 지역 청소원들의 임금을 현재 시간당 9유로(1만3500 원)에서 2014년부터 9.31(1만 3965원)유로, 2015년에는 9.55유로(1만4325원)로 인상하기로 합의하였다.

구동독 지역에서는 현재 7.56유로(1만1340원))에서 7.96유로(1만1940원)를 거쳐 8.21유로(1만2315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구동독 지역은 아직 서독 지역과의 격차 때문에 가격이나 비용에서 항상 조금씩 낮게 책정된다. 독일에는 약 55만 명의 청소원들이 있는데, 이번 임금 인상의 결과는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기업별 노조가 발달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에서는 산업별 노조가 임금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각의 산별 노조와 사용자 단체가 자율적 협상을 통해 임금을 결정하면, 각 해당 산업의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임금을 받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노사 관계나 특히 노노 관계의 갈등 해결을 위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별 동일 임금이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노조에 대해서는 다음 주제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이처럼 동일한 산업의 경우, 어디에서 일하든지 동일한 임금을 받기 때문에 같은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면, 중소기업의 노동자가 굳이 보다 큰 기업으로 옮겨갈 당위성이 크지 않다. 오히려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자신의 기술이나 제반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숙련 노동자가 될수록 하는 일이나 급여 등에서 모든 조건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은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개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원칙이 정착된다면 졸업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대기업에 가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소위 '스펙 쌓기'와 같은 불필요한 무한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모두들 대기업으로만 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최근 삼성그룹이 채용 과정에서 쓸데없이 과도한 비용이 들어서 문제라고 발표했는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도 산업별 동일 임금의 원칙이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 사회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임금을 받는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독일에서는 이런 것을 '사회적 정의'의 문제라고 하며,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모든 논의에서 항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있었던,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가 생각난다. 그들이 하는 일은 예를 들어 시청 소속의 청소원들이 하는 일과 차이가 많은 것일까? 똑같이 청소 일을 하는데 왜 급여가 달라야 하는지, 또 독일처럼 시간당 7~9유로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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