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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천하'로 끝난 쇄신파 반란…얻은 것은 '수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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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천하'로 끝난 쇄신파 반란…얻은 것은 '수사' 뿐?

박근혜 의총 참석에 박수 환호…원희룡 "朴-쇄신파 회동, 내용 없어"

15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사회를 맡은 이화수 의원은 "오랜만에 의총에 참석하신 분이 있는데 누구라고 굳이 말씀을 안 드리겠다"며 박수를 유도했고,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어제까지는 먹구름과 폭풍이 몰아쳤지만 오늘 아침 다시 큰 희망을 느낀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당의 '분열' 논란에도 열흘째 칩거를 이어가던 당의 최대 주주, 박근혜 전 대표가 처음으로 의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홍준표 대표의 불명예 퇴진 후 극심한 재창당 갈등에 휩싸인 한나라당은 전날 박 전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의 회동으로 안정을 찾은 분위기다. 당의 '재창당' 여부를 두고 격한 대립을 해온 쇄신파와 친박계가 가까스로 '화해'를 이룬 것.

▲ 15일 열린 한나라당 200차 의원총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당내 최대주주이자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이날 처음으로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 박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왼쪽)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허무하게 끝난 쇄신파의 '삼일천하'…박근혜 회동, 얻은 것은?

쇄신파 의원 2명의 탈당 이후에야 가까스로 성사된 면담이지만, 양측은 14일 면담을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쇄신파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표와 저희들의 의견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남경필 의원)며 화색을 내비쳤고, "말도 통하고 마음도 통했다"(황영철 의원)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당초 쇄신파 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던 '재창당 약속' 요구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이날 회동에서 쇄신파 의원들이 박 전 대표로부터 얻은 것은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란 모호한 수사뿐이었다. 이날 오전 남경필 의원이 "재창당을 포함한 모든 쇄신을 추진하겠다"는 중진의원들의 결정에 "재창당을 분명히 명시하지 않았다"며 홀로 반대 의사를 표한 것과 사뭇 달라진 태도였다.

결국 회동 이후 달라진 것은 '재창당을 포함한 쇄신'에서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으로 표현이 다소 달라진 것뿐이었다. 핵심 의원들의 탈당으로까지 이어진 쇄신파 의원들의 '반란'이 '삼일천하'로 허무하게 끝난 것.

회동에 참여한 황영철 의원 역시 이날의 합의가 '재창당은 아니지만 재창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개혁'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황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창당이라는 것이 어느 형식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고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환골탈태하자는 차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황 의원은 "'총선 전 한나라당 해체 후 재창당'하는 것은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도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비대위가 재창당 부분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모든 것이 총선 이전의 딱 어느 선이라고 규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기존의 주장을 뒤집었다.

원희룡 "박근혜-쇄신파 회동, 내용이 없다"

당사자들의 평가와 달리, 이번 회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원희룡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쇄신파와 박근혜 전 대표의 만남은 최악의 소통 불통이란 파국은 면했으나 내용이 없다"며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은 재창당을 한다는 게 아닌 이상 '재창당을 포함한 쇄신'과 수식어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원 의원은 또 "박 전 대표의 만남과 의총 참석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두는 것은 민주적 정당문화와 동떨어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총에 잇따라 불참하며 측근인 친박계 인사들을 통해서만 드문드문 의사를 전해온 박 전 대표의 '막후 정치'부터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 내 다른 잠룡(潛龍)인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이날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이런 기회(박근혜 전 대표의 의총 참석)가 많이 있어야 하는데…이는 정치의 기본이다"라고 꼬집었고, 전여옥 의원도 "의원과 의원이 만나는 것이 뉴스가 되는 이 기막힌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김성식 "암에 걸린 한나라당, 아스피린 투여해서 뭐 하나"

친박계의 '재창당 반대'에 부딪혀 지난 14일 탈당한 쇄신파 김성식 의원 역시 이날 회동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문제는 암에 걸린 한나라당에 아스피린 정도를 투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암 대수술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또 자신의 탈당에 대해 "저는 이미 당에서 나왔다. 기왕 결행한 이상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판 전체가 국민의 준엄한 요구대로 혁신될 수 있도록 의병 역할을 하겠다"며 복당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함께 탈당한 쇄신파 정태근 의원 역시 탈당을 번복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쇄신파 의원들이 '재창당'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스스로 오류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쇄신파에서도 그동안 재창당이 뭔가를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다가 '생각해보니 우리가 주장했던 재창당이 박 전 대표가 얘기하는 내용과 똑같다', 그런 식처럼 들린다"면서 "내용상으로 쇄신파는 비대위 역할에 재창당을 못 박아야 한다는 기존의 핵심 주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표가) 당을 해체하면 생기는 손실 대신 정책쇄신을 하자는 얘긴데, 이 내용은 지난번 쇄신 워크숍 때 박 전 대표가 하던 얘기와 똑같다"며 "구체적으로는 재창당까지 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날 회동 이후 한나라당은 '박근혜 체제'로의 개편을 위한 수순에 착수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8시 의원총회에 이어 11시에도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비대위에 전부 위임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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