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공백 상태에 놓인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판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유력한 후속 지도체제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권한과 시기에 대해 계파간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 친박계는 박 전 대표가 주축이 된 비대위에 공천권을 포함한 전권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쇄신파와 친이계는 '권한 남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계 "박근혜는 한줄기 빛…조건 달아선 안 돼"
표면적으론 모든 계파가 최고위원회를 대신할 비상대책기구를 꾸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이견이 없다. 다만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비대위 체제를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유지하고, 가장 민감한 사항인 공천권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1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의원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비상 상황의 한나라당에 한줄기 빛이 있다면 박근혜 전 대표"라며 "한 방 맞을 각오로 조기 등판을 하는 것인데, '언제까지 하라', '뭐를 하라'며 조건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박 전 대표를 믿고 따르는 게 순리"라며 "비대위의 권한이나 의무, 시기, 구성에 대해 여러 얘기가 있는데 비대위의 가장 큰 권한이자 책무는 공천"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이 총선 공천까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쇄신파와 친이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전국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박계 김학송 의원은 의원총회에 앞서 "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은 위험하다. 어제 아수라장이 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지 않았느냐"며 비대위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친박계인 김충환, 손범규 의원 역시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전당대회는 안 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쇄신파-친이계 "비대위, 재창당 후 해산해야"
그러나 쇄신파 의원들은 비대위의 가장 큰 의무가 신당 수준의 재창당인 만큼, 비대위의 시한과 권한은 재창당에 국한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태근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도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면서 "당을 해체해 새 당을 구성하고, 외부인사를 적극 영입해 선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 역시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에서 박근혜로 얼굴만 바뀐 채 가면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을 듣지 않겠느냐"며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뀌는 정도는 해야 그나마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거듭 강조했다.
쇄신파인 권영진 의원도 "박근혜 전 대표가 들어서니까 당을 접수하고 총선까지 활동하려는 의원들이 있나 본데, 그 분들은 충신이 아니라 간신"이라며 "비대위를 박 전 대표가 맡는 것엔 동의하지만, 비대위는 신당 수준의 재창당 준비를 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을 앞세운 친이계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을 주장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여권 내 '잠룡' 중 한 명인 정몽준 전 대표는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는 현재 상황에서 정상적인 지도부가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친이계 조해진 의원도 "전당대회를 해야 (지도부의) 정통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특히 친이계 주축의 '재창당 모임' 소속 의원들은 비상대책기구의 목표는 '재창당'이라며 쇄신파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심재철 의원은 "비대위가 가야 할 길은 재창당이며, '재창당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측근 차명진 의원은 "(비대위에서) 재창당을 명문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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