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한 민간인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의 항의에 대해 북한도 무인기를 보내지 않았느냐며 날선 반응을 보였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는 다른 입장을 내보인 셈이다.
10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1500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축사를 가진 정동영 장관은 "이 자리를 빌려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하여 북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최근 무인기 사건으로 우리의 평온한 일상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며 "오늘 군경합동조사 T/F는 '접경지역에서 북으로 무인기를 날린 민간인들과 이들의 행위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현역 군인과 국정원 직원을 입건하고 압수 수색'을 벌였다"고 전했다.
그는 "북측은 지난 2020년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목함지뢰로 인해 우리 군인들이 부상당한 행위(’15.8)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한 바도 있다"면서 북한과 마찬가지로 남한도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른 유감 표명이었음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월 4일 남한의 무인기가 북한에 침투됐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9월에 발견된 무인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는 10일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남북 공동 조사를 제안했고, 1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군경 합동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달 11일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이번 무인기 침입 사건에 대해 한국 국방부가 10일 군의 작전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민간 영역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입장 발표에 유의한다"라며 "개인적으로는 한국 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달 13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김 부부장의 담화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이후 북한이 (추가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조치를 지켜본다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정부의 대응에 따라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소통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14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람에 따라서는 이것이 남북관계(진전)의 무슨 계기가 된다는 희망적 사고를 전개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희가 일하는 입장에서 거기까지 가 있지는 않다"면서 통일부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위 실장은 "북한이 전에 우리한테 무인기를 보낸 경우도 있다. 청와대, 용산에 온 것도 있고 많이 있다. 그것 또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면서 "균형된 입장에 따라 서로 교신할 게 있으면 하고 짚을 게 있으면 짚고…"라고 말해 남한 민간인이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낸 것에 대해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런데 해당 무인기가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는 민간인이 설립한 업체였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들과 윤석열 정부 당시 정보사령부의 지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에 경찰은 정보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이같은 남한 민간 무인기의 북한 침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과 관련 청와대와 소통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통일부의 판단"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어진 축사에서 "앞서 지난 정권은 2024년 10월 군대를 동원하여 무려 11차례에 걸쳐 18개의 무인기를 북한에 보내 대남공격을 유도했다. 자칫 전쟁이 날 뻔했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행위였으며,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대단히 불행한 사건"이었다며 "이에 대해서는 형법 상 일반이적죄가 적용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약속한 '9·19 군사합의'가 하루빨리 복원되어야 한다"며 "'공중에서의 적대 행위'는 지금 당장이라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인도적 협력마저 가로막아 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조만간 UN(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식수 정수시설, 어린이 진료 X-ray, 감염병 예방 소독약, 산림복원 장비 등 대북 인도적사업 17건에 대해서 그동안 미뤄왔던, 중단해 왔던 제재 면제를 승인할 방침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우리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북한이 필요로 하고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호혜적인 협력 방안들을 더욱 적극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는 1995년 큰 수해로 고통받던 북한을 위해 망설임 없이 헌미헌금운동에 앞장섰다. 이후 남포와 신천에는 국수공장을 세웠으며 평양에는 어린이 영양제 생산라인을 구축했다"고 그간 천주교 차원에서의 대북 협력 사업에 대해 평가했다.
정 장관은 "2003년 3·1절 이곳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남북 합동미사는 분단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하나의 민족임을 고백했던 은총의 순간으로 남아있다"며 "오늘 1,500번째 미사가 '증오를 사랑으로, 불화를 화해로, 분단을 일치로' 바꾸는 하느님의 뜻이 열방에 구현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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