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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사장, 철도노조가 장난으로 파업했다고?"

[기고] 코레일의 무리한 노동탄압의 결과는…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월간조선> 1월호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이것은 심각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추론컨대 우리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노조 집행부의 정치적 야심에 의해 촉발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파업을 하면 국민에게 어떻게, 얼마나 불편을 주는가를 한번 테스트해 보려고 장난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이 인터뷰 도중에 기자는 "이번 파업 대응에 레이건 모델을 참고했냐"고 질문했고, 이 질문에 허 사장이 곧바로 긍정하거나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극단적인 상황이 되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속내를 밝혔다. 레이건식 강경 대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언급된 레이건 모델은 1981년 미국관제사 파업에 대한 '진압'일 것이다. 1981년 8월 직업관제사조직(PATOCO)이 파업에 돌입하자 레이건은 복귀명령에 응하지 않은 1만1345명을 해고하고 결국은 조직을 해체시켰다. 이 사건은 80년대 초반 레이건-대처-나카소네를 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본격화되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시절부터 'MB노믹스'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으나 레이거노믹스를 따라 하고 싶은 것으로 유추된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철도노조가 파업 중일 때 서울역을 방문해서 '지구상에 이런 파업은 없다'며 정부 부처들도 주저하며 조심스러워하던 철도파업의 성격에 대하여 자신있게 '불법'이라고 규정해버렸다.

허준영 사장 역시 '파업참가자 전원징계'를 공언했다. 파업이 끝나자마자 코레일은 노조에 100억 원 대의 압류를 단행했다. 87억 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170여 명을 해고 했고, 지금 이 순간도 1만2000여 명에 대한 징계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철도본부(철도노조)는 "명백한 합법파업에 대한 무리한 탄압"이라는 입장이다. 대규모 징계 역시 절차를 무시한 채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노동위원회에 가면 무효가 된다는 것이 노조의 전망이다.

"노사관계선진화 원년 위해 대통령이 구사대로 나서다"

노동부는 2010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를 '노사관계 선진화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진화의 내용을 뜯어보면 그 핵심은 '강성노조 무력화'다. 더 큰 문제는 노동조합 초토화를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모든 권력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있었던 철도노조의 기관사 파업 당시 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충남 지방노동위원회는 불법으로 판단했다. 사실상 합법파업이란 해석이다. 그 연장선에서 진행된 같은해 11월의 2차 파업도 합법이다. 파업 초기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 대해서도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한 파업'이므로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을 지시하자 하루 아침에 합법이 불법이 돼 버렸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레이건-대처처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새해 벽두의 복수노조-전임자관련법의 날치기 통과 때에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통과'를 주문했다고 하니 '노조무력화'에 대한 그의 의지도 대단하다고 할만하다. CEO 대통령이 코레일의 '구사대'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는 2010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를 '노사관계 선진화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진화의 내용을 뜯어보면 그 핵심은 '강성노조 무력화'다. ⓒ연합뉴스
"1981년과 2010년은 다르다"

그러나 1981년의 미국과 2010년의 한국은 상황이 매우 다르다. PATOCO는 명칭에서 알수 있듯이 노동조합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임의단체였다. PATOCO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한 해 전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레이건 진영을 지지했음에도 노동조건이 나아지지 않은데 대한 불만의 성격이 컸다. 그러나 레이건은 이들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조직 자체를 해산시켜 버렸다.

레이건이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신냉전체제 강화와 신자유주의 체계의 공고화라는 당시의 시대 상황이 크게 작용했고 정치적 부담도 없었다.

하지만 2010년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먼저 법률적으로 합법적인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한 무리한 탄압은 커다란 역풍이 되어 정부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최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PD수첩, 전교조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죄다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심지어 검찰과 법원의 갈등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철도노조에 대한 무리한 탄압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신혼 여행 중이던 조합원이 직위 해제를 당하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조차 징계 대상이 되는 등 현재의 징계가 분명한 '무리수'이기 때문이다.

법원에 가면 이긴다는 확신이 있으니 100억 원의 손해배상도 1000명의 간부가 1000만 원씩 내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노조는 오히려 코레일에 대해 수십 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았다. 만일 구속된 김기태 위원장이나 무리한 징계에 대해 노동위원회나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준다면? 더 큰 위험에 처하는 것을 코레일이다.

특히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상황도 정권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다. 이미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철도파업 탄압에 대한 국정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무리한 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한 가지 더,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고하고 있는 시기에 신자유주의 초기의 수법으로 노동계를 제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진부하기 짝이 없다.

"무리한 노조탄압, MB 레임덕 앞당길 것"

철도노조가 이런 탄압에 쉽게 무릎을 꿇으리라는 것은 오산이다. 지난해 파업의 원인이 됐던 단체협약 해지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5월 23일까지 새로운 단협이 체결되지 않으면 2만500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최대 공기업노조인 철도는 무단협 상태가 된다. 60년 역사상 처음이다.

철도노조는 이런 탄압에 대하여 3차 파업을 공언하고 있다.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강경 대응 일변도의 대통령과 허준영 사장이다. 임금 인상도 아닌,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철도노조의 싸움은 그래서 더 민주진보진영의 지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철도도 다시 신발끈을 묶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2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4~5월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정권과 코레일은 자신들의 무모한 노동탄압이 정권 중반기의 레임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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