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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청계재단'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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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청계재단'의 딜레마

외부 출연 사실상 불가능…재단 운영 투명성도 논란거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일 대통령 선거 당시 했던 재산 헌납 약속을 지켰다. 서울 논현동 집 등 49억600만 원만 남긴 나머지 331억4200만 원의 사재를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형태를 통해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던 강남의 빌딩 등 주로 부동산이 자산인 이 재단은 이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청계재단'으로 정해졌다.

재산 기부를 약속한 지 19개월 만에 이뤄진 약속 이행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재산 기부 방식으로 재단 설립을 선택함에 따라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를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5·16장학재단이나 부인 육영수 여사가 만든 육영재단,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만든 일해재단과 부인 이순자 여사의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태재단 등 전직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이 관여한 재단들이 이제껏 좋은 선례를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만들어졌고 대통령의 가족 및 지인들로 구성된 '청계재단'은 그래서 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 '청계재단'의 투명한 운용은 이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국에 장학재단 2300개나 있는데…

이제 막 출범한 '청계재단'이 안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는 '돈'이다. 331억 원이라는 돈은 개인의 자산으로 보자면 엄청나게 큰 규모이지만, 독자적인 장학재단을 운영하기엔 부족한 돈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2007년 현재 전국의 장학재단 수가 2300개(교육과학기술부 '2007 교육분야 비영리법인 현황)나 되는 상황에서 이름만 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장학 사업을 하기엔 규모가 작은 게 아니냐는 것.

물론 이 대통령이 출연한 331억 원은 대부분이 부동산 자산이고 약 10억 원에 달하는 임대 수익으로 재단을 운영한다고 밝혀, 현금 331억 원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것에 비하면 운영이 여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통령 재단'이라는 점에서 사업 규모는 '청계재단'에 계속적인 부담이다.

부동산을 둘러싼 육영재단의 비극

육영재단은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설립했다. '육영'이라는 재단 명칭도 육영수 여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청소년 복지 사업을 하는 육영재단의 운영을 놓고 박근혜, 박근령, 박지만 세 남매의 갈등이 계속됐다.

1982년부터 이사장을 맡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결국 동생 근령 씨와 갈등 때문에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고, 1990년 이후 이사장을 맡은 근령 씨도 동생 지만 씨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4년 12월 성동교육청에서 근령 씨의 이사장직 승인을 취소한 이래로 근령 씨와 지만 씨 사이의 주도권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근령 씨와 지만 씨가 임명한 육영재단 임시이사진 측은 서로 용역직원을 동원해 재단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다. 최근 법원은 지만 씨의 측근들에게 지난 2007년 11월 육영재단을 무단침입하고 폭력을 행사한 행위로 징역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육영재단 측은 지난 3월6일 근령 씨를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런 남매 사이의 분쟁에는 육영재단 소유의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12만2315m²(3만7000평)에 달하는 어린이회관의 개발 이익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어린이회관 부지는 개별 공시지가가 3.3m²(1평)당 100만 원이지만 실거래가는 5000만 원을 호가한다. 전체 땅값이 1조8500억 원에 달하며, 개발로 얻어지는 시세 차익 등을 포함하면 최대 3조 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출연시 논란 불가피

'청계재단'은 그렇다고 외부 출연을 할 수도 없다. 외부 출연을 시작하는 순간 이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처럼 재단을 매개로한 비리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이 경우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이 재산을 기부하면서 당부한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의 선의로 남기 어려워질 수 있다.

'청계재단'의 운영 투명성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재단법인 이사장을 포함한 12명의 재단 임원은 △이사장 송정호(변호사) △이사 : 김도연(울산대 총장), 김승유(하나금융지주 회장), 류우익(서울대 교수), 문애란(퍼블리시스웰콤 대표), 박미석(숙명여대 교수), 유장희(이화여대 교수), 이상주(변호사), 이왕재(서울대 교수), 이재후(변호사) △감사 : 김창대(세일이엔씨 대표), 주정중(회계사, 삼정 컨설팅 회장) 등으로 구성된다. 맏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청와대 참모진 출신인 류우익 교수, 박미석 교수 등 임원 전원이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민주당 등 야당이 '재단 운영의 투명성' 문제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재단의 경우 출연자의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 출연자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이사진으로 참여시키는 게 관행이긴 하지만 그런 관행을 따른 것 자체가 단추를 잘못 끼운 게 아닌가 싶다"면서 "현재 육영재단도 박근령과 박지만 남매 사이에서 다툼이 일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대통령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기존의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했다면 훨씬 투명하고 중립적인 방식으로 재산 기부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공익재단 실무자도 "현직 대통령이 재임시절 본인의 재단을 만들고 친인척과 지인들을 관여시켰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기부는 기부의 좋은 모델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에서 워렌 버핏이 빌게이츠 재단에 370억 달러를 기부했던 것처럼 다른 공익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름다운재단(이사장 박상증), 한국여성재단(대표 박영숙) 등 대표적인 공익재단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재단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외부 회계감사 등도 받는다. '청계재단'도 이런 선례에 따라 운영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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