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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게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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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야, 이게 나라냐?"

[촛불의 소리] 권위, 신뢰, 존경 모두 잃어버린 이명박 대통령

요즘 들어 거의 매일 잠을 설치고 있다.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거나 아예 새벽녘까지 하얗게 새우는 일이 많아졌다. 잠자리에 들어도 TV나 인터넷으로 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복기가 된다. 가까이는 경찰이 시위대를 방패로 가격하는 장면, 5. 18 광주를 연상케 하는 곤봉 휘두르는 장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시민의 모습에서부터 멀리는 촛불바다의 장관과 나이 어린 여학생들의 모습, 쇠고기 청문회에선 본 '영혼 없는' 고위관료들의 한심한 모습뿐만 아니라,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메스꺼운 장면들까지 총출연하여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래서 잠결에도 그만 좀 출몰하라고, 잠 좀 자자고 외친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잠 못 이루는 밤
  
  젊었을 때 생각이 난다. 80년대 초반 전두환 폭압정권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나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그때의 나에게는 도피수단이 하나 있었다. 유학이었다. 십이지장궤양이 심하다며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의 권고를 뿌리치고, 아내와 자식을 뒤로한 채 서둘러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지옥같았던 사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공부가 벅차 몸은 매일 파김치였어도 마치 삶이 새로이 시작된 것 같았고, 궤양은 몇개월만에 씻은 듯이 없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도피처가 없다. 그렇다고 이민 갈 수도 없고... 매일매일 'MB 스트레스'라고 불리는 암덩어리를 축적하며 살고 있다.
  
  지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이명박정부 들어 이제 겨우 석달 남짓인데 벌써 십년은 지난 것 같다. 3개월 인내와 수양에 몸에서 사리가 한 섬 나오게 생겼다. 며칠 전에 대학교수를 하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근황을 묻다가 바로 나라꼴로 대화가 이어졌다. 누가 먼저 꺼냈는지도 모르게 튀어나온 탄식이 "야, 이게 나라냐?"다. 그도 나와 비슷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남은 4년 9개월도 이렇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야, 이게 나라냐?"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그동안 딴소리만 늘어놓았다. 우선 촛불집회에 배후세력이 있다며 수사를 한다는 청와대, 검찰과 경찰이 그랬다. 아직까지 검거했다는 소식이 없는데, 수사 진전은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서 빨리 그 배후세력을 찾아내 국민 앞에 공개하기 바란다.
  
  지난 5월 22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딴 세상 사람이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이대통령은 담화 앞부분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데 당혹스러웠다며 시작하였다. 5월 2일 첫 촛불집회가 열렸으니 담화가 있기까지 3주간을 국민의 분노가 타올랐는데도 소위 사과를 위한 담화에서도 잘못된 협상을 인정하기 싫은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이다. 아니,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 때문에 국민들이 저렇듯 들고 일어났는지도 몰랐던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고개 숙인 것은 국민의 분노를 잠재워보기 위한 '쇼'에 불과했고, 그 담화는 사실상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담화였던 것이다.
  
  지난 30일 밤 중국순방에서 돌아온 이대통령은 촛불집회 보고를 받고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며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이쯤이면 프랑스혁명 와중에 굶주림을 못 이겨 "빵을 달라"는 파리 시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될 거 아니냐?"고 했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대통령의 로보캅 같은 사이코패스(psychopath)적 무신경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고도 국가 최고지도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사태파악이 안 되는 건지 모른 체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프랑스 혁명 중의 마리 앙투아네트 뺨치는 이명박 대통령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갑자기 증발해 버린 느낌이다. 지난 1980년대의 6월항쟁과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이제는 어느 정도 공고해졌다고 느껴졌던 민주주의는 최고지도자 한 명의 일탈로 인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있다.
  
  그 민주주의 위기의 중심엔 보수언론이 있다. CJD. 조중동의 영어 약자다. 우연히도 광우병과 함께 널리 알려진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의 영문약자와 같다. 그런 CJD의 행태는 정말이지 구토가 나올 정도다.
  
  참여정부 때는 마치 초원의 하이에나 떼처럼 하는 일, 하는 말마다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며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던 자칭 '비판언론'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순한 양으로 돌변해 '대변언론'이 되었다. 이 정권이 무슨 짓을 하든, 어떤 천박한 말을 내뱉든 그들의 구부러진 펜은 끝이 국민을 향해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일 뿐 아니라 언론 자체의 위기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위기엔 문화부 장차관과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일치단결 총대를 메고 진행중인 언론장악과 통제기도, 그로 인한 왜곡보도가 한 몫 단단히 차지하고 있다. KBS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서도 무진 애를 쓰는 모양이다. YTN은 이미 장악했고, 공중파 방송사도 민영화를 핑계로 수구언론이 접수할 길을 터줄 모양이다.
  
  그러면 사정이 좀 나아질까? 그럴수록 인터넷의 저항도 세진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게 옛날처럼 호락호락하게 수구세력과 언론이 마음 먹은대로 여론이 쉽게 형성되진 않을 것이다. 이번 쇠고기 파동을 보면서도 모르겠는가.
  
  민주주의와 언론 위기의 중심에 선 CJD (조중동)와 정부측 인사
  
  국정도 졸지에 대통령 원맨쇼장이 되어버렸다. 총리도 비서실장도, 장관도 수석도, 모두 납작 업드려 있다. 주군이 모자라면 가신이라도 좀 똑똑해야 할 텐데 전부 예스맨에 반벙어리들만 모여있다. 이 21세기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엉터리 왕의 "짐이 곧 법이다"가 다시 등장했다.
  
  대통령이 좀 모자란다고 똑똑하던 관료들도 갑자기 모자라지나? 우리 관료들이 그토록 자존심이나 소신이 없었던가. 이번 광우병 소 파동을 보며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 중의 하나다. 국정운영의 시스템이 바닥부터 허물어져버린 느낌이다.
  
  이 정권엔 5공식 사고방식, 즉 국민을 머슴으로 알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그들은 힘있는 자리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대통령부터 경찰청장까지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알 고 있다. 지난 한달간의 촛불집회는 정권에게 보내는 조용한 경고였다. 그러나 정권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리 앙투아네트'식 행태만 일삼았다. 그토록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를 강행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도망가면서 방패에 찍히고 밟히고 곤봉에 두드려 맞으면서도 맨손이었던 시위대를 '폭력시민'이라 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 분노는 잠재우기 힘들 정도로 커져 버렸다.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혼란은 이명박 정부의 5공식 사고방식의 대가
  
  이제야 국정쇄신이 논의되는 모양이나, 민심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고, 너무 멀리 가버렸다. 무시당한 국민의 상처가 너무 깊다. 게다가 해법이라고 나오는 말들이 전부 임시방편적 꼼수들이다.
  
  농림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국민 앞에 나와서 한다는 말이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단다. 굴욕적이고 창피하다. "미국 수출업체들의 '자율 규제결의'도 우리 정부의 요구에 대한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단다. 참으로 한심스럽다.
  
  법적인 효력도 없이 모두 '자율'에 의존하는 미봉책들뿐이다. 지금 쇠고기 수출/수입을 양국의 축산업자/수입업자의 '자율'에 의존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국민의 분노가 저리도 깊으니 나중에 어떻게 될지언정 우선 소나기나 피하고 보자는 심보다. 이것이 나라망신인지 아닌지, 그리고 이런 미봉책은 사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
  
  권위, 신뢰, 존경 모두 잃은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국민으로부터의 존경과 신뢰를 잃었다. 진정성이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꼼수만 보인다. 지금 이 나라의 혼란은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이명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그의 불행일 뿐 아니라 이 나라의 불행이다. 정말이지 "야, 이게 나라냐?"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 나온다. 그러니 잠이 오겠는가. 아마 많은 국민들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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