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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비용은 100만 원, 산후 조리 비용은 3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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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출산 비용은 100만 원, 산후 조리 비용은 300만 원?

[복지국가SOCIETY] 산후 조리원, 이제는 국가가 지원·관리해야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저출산 국가이다. 최근 황금돼지띠 해와 백말띠 해 등의 영향으로 출산율이 약간 높아지기는 하였지만, 인구 유지 수준인 합계출산율 2.1에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그런 나라에서 산모를 위한 산후 조리 서비스를 아직도 국가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심지어 당사자인 여성계조차 산후 조리를 여성의 기본권이나 건강권의 하나로 제대로 요구하지도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후 조리라는 것이 외국에는 없다며 서구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여성의 기본권으로서 산후 조리를 주장하기 주저한다. 심지어 산후 조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거나, 산후 조리가 필요 서비스가 아니라 호사스러운 여성의 욕구 내지는 고급스러운 취향의 산물이라는 등의 주장이 아직도 반대 의견으로 난무하고 있다.

산부인과 개원의 중에서 산후 조리원이 필요 없다는 일부의 주장은 자의적인 것이다. 최근 산부인과학회 등은 한국의 고유한 출산 문화로서 산후 조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문부터, 부실한 산후 조리로 발생하는 "산후풍"의 존재가 의학적으로 인정된다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임상적 경험과 전국적인 통계 자료를 보고하고 있다. 즉, 산후 조리는 이미 상당한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산모들의 평균 혈색소 수치(Hb)는 영양 상태가 상당히 개선된 지금도 현대 의학의 기준이 되는 서구 여성들의 평균과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 또한, 한국 여성 중에는 골반이 작은 분들이 많아 진통을 상대적으로 더 오래 하는 경향도 있다. 무엇보다도 출산 후 더운 방에서 몸조리를 하고, 미역국을 포함한 산모 식이를 하는 것을 산모의 엄살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많은 증거들과 필요성들이 있다. 따라서 긴 역사를 통해 문화와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지금에 와서 부정할 수는 없다.

산후 조리 비용, 출산 비용보다 더 든다

ⓒ연합뉴스
산후 조리원에 대한 연구를 보면, 그동안 유지됐던 대가족 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을 넘어 변형가족이 생기는 등 사회 구조와 가족 형태가 변하면서 출산과 관련한 산후 조리를 이전과 같이 가족 내에서 충족하기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산후 조리원이라는 문화가 자연 발생적으로 발달한 것으로 보고된다(신문근, 2002). 보건복지부의 전국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등록한 산후 조리원은 442개가 있고, 이들 산후 조리원에 종사하는 인력은 5412명에 달한다. 산후 조리가 이미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로 정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주승용 의원실, 2011년 국정감사 자료).

산후 조리원에 입원한 임산부는 하루 7033명이고 영유아도 7023명이나 된다. 연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아동의 숫자가 평균 47만6000여 명(하루 평균 출생아 숫자는 1300여 명)이므로, 전체 산모를 기준으로 한다면 평균 6일 정도 입소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산후 조리원들의 재원 기간이 최소 2주, 많게는 4주까지 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전체 산모의 반 정도가 어떤 형태로든 산후 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산후 조리원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기본 입원실이 (현금 결제 시) 168만 원, 특실이 211만 원에 달하였다(보건복지부, 2009). 물론 여기에 추가적으로 다양한 옵션이 붙으므로 실제로 이용자가 내야 하는 비용은 더 많아져 300만-400만 원에 이른다. 굳이 유명 연예인들이 자랑하는 수천만 원 단위의 초호화 조리원은 아니더라도,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반면 최근 분만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져 정상 분만의 경우 비보험 진료를 제외하면 본인부담금이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제왕절개 분만으로 일주일 정도를 입원한다고 하면, 상급 병실료나 필수 접종 외의 신생아 예방 접종비, 특식비 등을 일부 포함하여도 전체 본인부담금은 1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즉, 아이를 출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산후 조리원에 지출하는 비용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다. 이러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산모는 출산 당시부터 차별과 좌절을 경험한다. 제대로 된 산후 조리원 비용을 댈 능력이 되지 않는 신생아의 아빠도 자괴감과 자존심 상실에 빠진다. 가정에서 산후 조리를 해도 친정 부모나 시부모가 뒷바라지하지 않는다면, 산모 도우미를 고용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이에 더하여, 집에서 가까운 좋은 산후 조리원은 적어도 6개월 전에 신청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공공 산후 조리원 만들고, 민간 산후 조리원도 관리·지원해야

이렇게 대다수 국민이 산후 조리원을 이용하고 여기에 드는 비용이 국민의 부담이 된다면, 국가가 산후 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특히, 2001년 일산 지역의 산후 조리원 감염 사고로 신생아 3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 이후 2005년 모자보건법을 개정하여 산후 조리원 이용에 따른 감염 및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으나, 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산후 조리원 이용자의 3.1%가 산모의 감염 피해를 입었고 신생아의 16%가 어떤 형태로든 피해와 사고를 경험했다.

산후 조리원들은 지금까지 몇 차례의 법률 개정과 지원 제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위생 수준에 대한 관리나 이용자의 비용 부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문제를 초래하여 왔다. 최근 더욱 심각해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에서 출산이 더 이상 부담이 아니고 축복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공 산후 조리원의 설치를 법으로 규정하고, 이미 설치되어 있는 민간 산후 조리원에 대해서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관리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산후 조리원 관련 법안, 이미 국회에 여럿 제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이 공공 산후 조리원의 설립을 공약하였고, 이미 국회에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여러 개 제출되어 있다.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2012.9.12.)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산후 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출산 후 가정에서 산후 조리를 하고자 하는 임산부가 산후 조리 도우미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임산부나 신생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산후 조리와 관련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김미희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2013.3.29.)에도 마찬가지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임산 조리와 신생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공공 산후 조리원을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심지어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박대출 의원이 제출한 '공공 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2012.8.6.)에는 공공 보건의료 기관의 의무에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산후 조리 서비스 제공을 추가하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현행 법률은 공공 의료기관의 보건의료 우선 제공 항목에 아동과 모성에 대한 보건의료 등만을 규정하고 있다. 박 의원은 여기에 산후 조리 서비스를 추가하여, 공공 의료 기관들이 이들 보건의료 서비스와 함께 저소득층을 위한 산후 조리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경상남도 의회에서는 새누리당의 김갑, 민주당 김경숙, 진보당의 강성훈 도의원의 공동 발의로 '경상남도 공공 산후 조리원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이 발의(2011.4)되어 심의를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그리고 통합진보당 의원들까지 동의하는 안이라면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공공 산후 조리원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보건의료 부문 주요 공약 중의 하나로 주목을 받았던 사안이다. 이제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기에 선도적으로 나서서 당론(黨論)으로 추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공공 산후 조리원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진전되어 있다. 산후 조리원을 전국의 250개 보건소 산하에 2개씩만 설치하여도 민간 산후 조리원에 대한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산후 조리원의 질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공공 산후 조리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표준 지침이 되어 민간 산후 조리원과 비교된다면 민간에서 따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법안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전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하는 한두 개의 광역 지자체나 기초 지자체부터 우선적으로 공공 산후 조리원에 대한 시범사업을 할 것을 권고해 본다.

대한민국의 산모라면 누구라도 출산 후 편안하게 산후 조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심각한 저출산 국가에서는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복지국가는 국민들이 삶에서 복지를 체감할 때 그 힘을 얻는다. 이제 비용 부담 없이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하는 출산 환경을 만드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다. 산후 조리는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이며, 더구나 출산한 여성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임에 틀림없다.

*본 칼럼은 경기도가 운영하는 웹진 '우리'에 토론 형식으로 기고한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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