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양육수당 정책, 이대로 좋은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양육수당 정책, 이대로 좋은가?

[복지국가SOCIETY] 국공립 어린이집 늘려야

2012년 9월 25일 발표된 정부의 보육지원체계 개편 방안은 발표 당시에도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문제가 되었다. 이 정책에 따라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형평성을 보장하고 가정 보육을 지원하기 위해, 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할 때 소득과 연령에 따라(오는 3월부터 소득 기준 폐지, 연령 기준만 적용) 월 10-20만 원의 양육수당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국가 보육지원 정책이 흔들릴 정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 신호의 귀결: 신청자의 50%가 양육수당 선택

보건복지부의 지난 25일 발표에 따르면, 0-5세 아동 약 280만 명 가운데 기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계속 다니는 경우 등을 제외한 신규 보육 지원 신청자는 136만 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 50%인 68만4000명이 양육수당을 신청했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료 신규 신청은 28만6000명, 유치원 유아학비 신청은 39만 명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오는 3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2월 말까지 0-5세 아동 가운데 총 77만 명이 양육수당을, 33만 명이 어린이집 보육료를 새로 신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새로 태어날 것으로 보이는 0세 아동을 포함하면, 복지부는 올해까지 만 0-5세 아동 약 319만 명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보육료 지원 대상이 138만 명, 유아학비 61만 명, 양육수당 120만 명이다. 이 가운데 올해 신규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인원은 187만 명이며, 새로 태어날 예정인 0세 아동 45만5000명을 포함해 올해 12월 말까지 신규 신청되는 양육수당 지원 대상은 110만 명, 보육료는 38만 명, 유아학비는 39만 명일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이렇게 양육수당 신청자가 많으면 정부의 양육수당 지원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물론 답은 "NO"이다. 양육수당 지원 정책은 부모들의 가정 양육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을 약간 덜어주는 부분적인 효과는 있을지라도 육아 지원 정책 전체로 볼 때 큰 문제를 낳는다. 이 제도는 다른 보육 지원 정책이나 누리 과정 확대 정책과 배치되며, 전체적으로 국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도 역행하는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물론 0세 아동에게 부모와 스킨십을 하는 것은 정신의학적으로도 중요하며, 아이의 정서와 지능 발달에도 유용하다. 따라서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들은 0세에서 1세까지는 가정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각종 육아 휴직이나 가정 보육 도우미 파견 사업, 양육을 위한 교육 서비스 등을 부모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보수적인 전통이 강한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만 3세까지도 가정 양육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다.

▲ 어린이집(사진은 본문과 무관) ⓒ뉴시스

만 3-5세 아이에게 시설 양육이 중요한 이유

반면, 만 3-5세 아이에게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설 양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의무 교육으로 규정하고 교육비를 국민의 세금에서 부담하는 것과 같이 보육이나 유아 교육도 앞에서 언급한 교육학적인 필요성, 아동 발달에 따른 의학적인 필요성, 그리고 여성 노동력의 활용이라는 사회적인 필요성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이 시설 보육과 교육을 권장하는 것이다.

육아 지원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양질의 인적 자원으로 키우겠다는 것인데, 만 3세를 넘어 4, 5세 아동은 집에서 어머니나 할머니가 키우는 것보다 체계적인 영유아 교육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아동학계의 연구 결과이다. 이 연령대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도 체계적인 보육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학적으로 이미 증명되어 있다.

특히 요즘은 대부분 가정에 자녀가 한두 명만 있는 상태이므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은 아이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부모가 가난하거나 보육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이러한 교육의 기회가 배제된다면, 이는 형평성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또한, 육아 지원 정책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여성의 능력을 사장하지 말고 자아실현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양육수당이라는 현금 지원 정책은 이러한 정책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양육수당 신청자가 이렇게까지 많은 이유

이렇게 양육수당 신청자가 많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 자체가 점점 더 불안하고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받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모들이 알고 있지만, 당장 어려워진 생활 때문에 현금으로 지원되는 10-20만 원이 훨씬 더 절실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심각하여 부모의 경제적 능력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들이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육수당 신청자가 이렇게까지 많은 두 번째 이유는 보육비 지원을 받아도 추가 부담금 등 학부모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시설에 보내면, 아이의 나이에 따라 월 22만 원에서 39만4000원까지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동 1인당 매월 정부 지원 평균액이 22만4000원이지만, 이들 시설에 아동을 보낼 때 학부모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평균 비용은 22만8000원이므로 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은 차라리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보육 서비스에 더 많은 비용이 지급됨에도 양육 수당을 선택하는 세 번째 이유는 거주지 인근에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4만여 개의 어린이집 중에서 국공립 시설의 비율은 10% 미만이다. 서울시의 국공립 시설에 대기하는 아동의 숫자가 10만여 명에 이르는 등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보육시설에 대한 평가인증제도를 시행하지만, 평가인증을 통해 퇴출당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부모로서는 아직 신뢰가 가지 않는 시설에 맡기느니 차라리 양육수당을 받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된 맞춤형 보육 서비스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시설 이용자 외에도 부모들의 처지와 요구에 따라서 아이 돌보미 파견 서비스 제공, 가사 서비스 제공, 보육 교사 파견 등으로 서비스를 다양화하겠다고 했다. 영아 종일제 돌봄을 0세에서 2세까지 확대하고, 시간제 돌봄 서비스는 시설 이용자와 미이용자, 미취업모 등으로 나누어서 지원하겠다고 공약하였다. 또한 '나 홀로 아동' 및 방치 아동을 보호하는 제도와 육아 휴직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는 정책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취지에 제대로 부합하는 것 같지 않아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복지국가를 위한 육아 지원 정책 제안

따라서 우리는 박근혜 정부에 복지국가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육아 지원 정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0세에서 1세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가정에서 키울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6세 이하 아동을 넘어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육아 휴직을 확대해야 한다. 비정규직 여성의 계속 고용 지원금, 육아휴직 장려금, 대체 인력 채용 장려금을 지원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대체 인력 고용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고용보험 임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이에 드는 비용을 제대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아이를 집에서 키우거나 여성을 가정에 묶어두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양육수당과 같이 시설 이용과 교환하여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정양육 도우미나 방문 보육교사 파견을 가정에서 양육하는 부모들이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육아지원센터를 활성화하여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유 수유법이나 이유식 만들기 등을 배우고 부모들 상호 간에 육아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등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만 2세에서 3세 사이는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부모의 교육관이나 철학에 따라 시설보육이나 가정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금 지원을 통한 양육지원 제도가 실제로 필요하고 유용하다면 시설 미이용 아동에게만 양육수당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아동수당으로 제도를 재편하여 확대해야 한다. 부모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양육에 드는 경제적 부담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셋째, 4세 이상은 '누리 과정 확대'의 취지에 맞도록 모두 시설 육아를 이용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곳에는 조속히 국공립 시설을 확충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연간 50개의 국공립 시설 신축과 100개 민간 시설의 국공립 전환이 열거되어 있다. 이렇게 5년을 해도 450개면 전체 4만 개 시설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국공립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0세 아동에 대해 중국어 교육을 위한 특별 교육비를 부과하는 등 근거가 없는 본인부담금 징수를 규제하여 학부모의 추가 부담금을 없애야 한다. 또 보육 서비스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평가인증제도나 보육시설에 대한 표준회계 규정과 공인회계 감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다른 부분과 달리, 우리나라의 보육을 포함한 육아 지원 정책은 질적 성숙의 단계를 충분히 거치기 전에 양적으로 너무 확대된 측면이 있다. 지원되는 금액에 비해 지원의 효과와 국민의 체감도가 낮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특히, 정권 출범 초기에 방향을 잘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육아 정책의 경우 이제 차분히 양적 성장에 부응하는 질적 성숙을 기하면서 한국형 복지국가에 걸맞도록 제도를 잘 다듬으려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