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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생 IT업체, 결국 '삼성·LG 동물원'에 갇혀 죽는다"

"이익공유제보다 '대기업 불법' 근절이 먼저"

안철수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가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척박한 이유로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꼽았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을 창업해서 성공적으로 경영한 경험이 있는 그의 이런 발언은,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논의와 맞물려 눈길을 끈다. (☞관련 인터뷰: 안철수 "'회색분자'가 왜 나쁜 말이죠?")

"신생업체, '울며 겨자 먹기'로 삼성·LG·SK 동물원에 갇혀 죽는다"

안 교수는 22일 서울시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포럼에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국가경제에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재벌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거래 관행을 문제 삼았다.

안 교수는 "신생업체는 삼성이나 LG, SK 등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불공정 독점 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맺게 되는데 그 순간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 SK 동물원에 갇히게 된다"면서 "결국 R&D 투자 등을 하지 못한 채 동물원에서 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불공정 관행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바로잡는 게 아니라 악용한다"며 "그 결과,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인력이 빠져나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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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대기업 인사평가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특히 문제가 되는 기관이 공정거래위원회다. 그러나 안 교수는 "공정위 제소는 대기업과의 거래관계를 끊는다는 각오를 해야만 가능한데 실제 제소하더라도 공정위에서 고발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에선 공정위에 제소하는 것의 10배, 100배에 달하는 불법적인 부분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및 동반성장은 구호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말도 곁들였다. 또 대기업 총수의 시혜로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안 교수는 "대기업 총수가 상생을 위해 1조 원을 내놓는다고 선언해도 현업을 담당하는 팀원과 팀장, 임원이 인사고과 때문에 절대 움직이지 않는 구조에서는 상생이 불가능하다"면서 "인사평가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대기업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 세계적인 IT창업 열풍에서 소외돼 있다"…"5~10년 뒤엔 뒤처질 것"

▲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 ⓒ프레시안(자료 사진)
이런 구조 속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중소기업만이 아니라는 게 안 교수의 생각이다. 국가경제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 (☞관련 기사: "한국, '실패의 요람' 돼야")

안 교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경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국가경제의 위험을 낮추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데다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경제적으로 중요하다"면서 "IT 창업 열풍이라는 세계적 상황에 우리는 완전히 소외돼 있는데, 계속되면 5~10년 뒤엔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불공정 거래 관행이) 너무 고착화 돼 있어서 한두 군데 손을 봐서는 변하기 어렵다"면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자기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야 고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초과이익공유제엔 유보적 태도…"대기업 불법 근절이 우선"

하지만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익공유제는 결과에 집중하는 것인데 이보다는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불법적인 부분을 논해야 한다"며 "결과도 논할 가치가 있지만 순서상으로는 현행 제도나 관행의 불법적 부분부터 일벌백계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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