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글로벌리더십페스티벌에 참가한 안 교수는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함께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대담에서 이와 같이 말하며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은 기존 관념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둘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청년실업과 맞물려 거론되는 '젊은이들이 꿈이 없다'는 주장을 전면 비판하며 기성세대가 큰 책임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로 박 원장이 질문하고 안 교수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어진 이날 대담은 대체로 '리더십'이라는 단어의 추상적 정의에 긴 시간이 할애됐으나, 때때로 한국의 현실 문제가 직접 사례로 거론되기도 했다. 박 원장이 에두르거나 직접 비판하는 형식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면 안 교수가 이를 받아 정리했다.
▲ ⓒ한국리더십센터 |
엘리트 독식 시대 경고
특정 엘리트가 한국 사회의 리더를 독식하는 현상에 대한 지적으로 대담이 시작됐다. "특정고교 출신이 사회 요직을 차지하는 현상이 심화하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박 원장의 질문에 안 교수는 "기득권층만 보호되는 사회 구조는 결국 기득권층 자체에도 독이 된다"며 "기득권 자체를 위해서도 그들을 긴장하게 하는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박 원장은 이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1만 명을 먹여살리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말을 인용하며 "문제는 그 한 명의 엘리트가 1만 명이 먹을 양식을 독차지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엘리트가 사회의 이득을 독식하는 사회는 불평등을 심화시켜 부작용을 키운다는 얘기다. 박 원장은 "엘리트가 여러 사람을 이끄는 게 아니라 1000명의 발걸음을 한 걸음씩 옮기도록 하는 수평적 리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한국리더십센터 |
엘리트에 의존하는 지금의 리더십 모델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새 리더의 조건으로 안 교수는 개개인 각자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리더를 꼽았다. 그는 "21세기는 이데올로기보다 개인 각자의 가치관이 소중한 시대"라며 "21세기 들면서 정보와 힘을 대중이 갖고 직접 참여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따라서 "21세기의 키워드는 바로 '탈권위주의'"라며 "20세기까지의 전형적 리더는 지위에 따른 고급정보와 인사권, 돈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했으나 21세기 리더의 권위는 바로 대중에게서 나온다. 21세기 리더십은 대중이 리더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나쁜 관리자'만 많은 시대?
박 원장은 20세기 리더를 인용하며 "흔히들 리더와 관리자(오퍼레이터)를 혼동한다"며 "우리는 굉장히 많은 관리자를 만나고 있지만 진정한 리더를 만나본 경험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과 돈으로 일을 추구하는 관리자와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를 구분해야 한다"며 "관리자는 목표를 이루는 것 자체만 지상주의로 꼽는 사람이고, 리더는 각자가 가진 능력의 합보다 더 많은 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특히 좋은 리더가 가져야 할 세 가지 덕목으로 △철학 △비전 △실행력을 꼽았다. 그는 특히 리더는 좋은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안 교수는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리더의 철학은 조직이 커질수록 더 크게 증폭된다"며 "특히 리더가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런 점을 알아도 보완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과거는 물론, 현재의 한국 사회 리더 역시 '나쁜 관리자'이며 그들이 가진 철학이 옳지 않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젊은이들 어려움은 기성세대 잘못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한국리더십센터 |
그는 "조선시대 조상님들도 아마 당시 '요즘 젊은이들은 도전정신이 없다'고 말했을 것"이라며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제가 젊을 때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문제는 더 거대한 사회적인 힘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뜻을 펼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 역시 "우리 또래 동창들은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현재에 대해 자기 탓을 하는데 지금 어린 아이들이 우리 또래가 될 때 '더러운 세상 만났다'고 한탄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강연에 나가서 젊은이들에게 '바위가 있으면 뚜벅뚜벅 걸어가 부딪혀보라'고 얘기하지만 나중에 그들이 저를 원망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두렵다"고 답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일 수 있는데, 다행히 각 분야에서 리더가 서서히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아마도 지금 30대, 40대 이후 분들이 먼저 바위에 부딪히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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