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에너지가 '진짜' 희망이 되려면…"

'햇빛'이 '희망'이다 <8> 에너지 '절약'만이 살 길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 문제가 연일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는 '더 이상 잔치를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깊은 불안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유가가 몇 달러만 떨어져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유가의 등락은 온갖 변수가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더구나 석유가 아주 유용한 '투기' 대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중·장기적인 유가의 추이이다.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2000년대 초 20달러대에서 불과 7년 만에 90달러대로 4배 가까이 올랐다. 등락을 거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석유 생산 정점(Peak Oil)' 사태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부쩍 많아진 것이다. 낙관론을 견지하던 전문가들이 속속 비관론으로 돌아서더니 최근에는 아예 2006년에 석유 생산 정점을 지났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고유가에도 석유 생산량이 쉽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경고이다.

연초부터 큰 관심을 모은 기후 변화 경고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골칫거리다. 일부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간 석유,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쓰면서 배출한 온실 가스가 우리별 지구의 균형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을 둘러싸고 갈수록 험악해지는 국제 정세는 어떤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여러 가지 진짜 이유의 맨 앞에 석유가 있다는 것은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러시아와 같은 새로운 자원 강국이 에너지로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이런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창간 때부터 다각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연초부터 '석유 제로(0) 시대를 그린다'와 같은 연재 기사를 통해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내외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하는 등 에너지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 연장선상에서 <프레시안>은 시민발전(유), 대북에너지지원국민운동본부와 함께 '햇빛이 희망이다' 캠페인을 진행한다. 앞에서 열거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태양, 풍력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한 주일에 세 번 재생 에너지 보급 운동에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프레시안>을 통해 독자를 만난다. 성당, 학교, 창고 지붕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북한 주민에게 석유 대신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자고 정부, 국민을 설득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왜 햇빛이 희망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① "우리는 '파국의 회오리' 속에 들어갔다"

② "태평한 당신…부안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③ "햇빛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④ "수소가 아닌 유채가 대한민국을 구한다"

⑤ "'붉은' 십자가 없는 '햇빛' 교회를 상상하자"

⑥ "햇빛 에너지 비웃는 사람들 귀 열고, 눈 떠요"

⑦ "지금 당장 자동차를 버리진 못하지만…"

'에너지 절약'

거의 모든 사람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 말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생각해보자. 우리 모두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이란 말을 들었을 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아무런 생각이나 느낌 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주위를 잠깐 둘러보자. 혹시 사용하지도 않는 전자기기의 코드가 콘센트에 꽂혀 있지는 않은가? 아무도 없는 방이나 화장실의 불이 켜져 있지는 않은가? 집에서만이 아니다. 여름에 대형 학원 같은 건물에서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가동시키고 있다. 아마도 엄청난 전기 에너지가 매일 소비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에너지에 대해서 매우 무감각하며 에너지를 절약해야 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냥 손을 움직여 전등의 스위치를 누르면 빛이 들어오고, 보일러의 전원을 켜면 방 안이 따뜻해진다. 우리는 전혀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귀에 '에너지 절약'이라는 말이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나쁜 에너지, 착한 에너지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대부분 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에서 40% 가량의 전기가 생산된다. 이런 곳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만들어지기에 우리는 부족함을 모르고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나 화석연료 에너지는 결코 안전한 에너지가 되지 못한다.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는 이미 지구 온난화를 초래해 기후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점점 사계절이 사라지고 있으며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올라감에 따라 태평양에 있는 몇몇 섬은 바다에 잠기고 있다.

또, 핵을 사용하여 막대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원자력 에너지의 경우, 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이 현재 추세로 보았을 때 약 50년 후면 고갈된다고 한다. 그리고 방사성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체르노빌과 같은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매우 위험하며 핵무기로 악용될 위험의 여지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햇빛발전소를 만들고자 하는 캠페인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햇빛 발전은 화석 연료와 우라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들 중 하나인 햇빛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화석 연료나 우라늄은 얼마 있지 않아 고갈되어 석유는 점점 귀해져서 값은 갈수록 치솟을 것이고, 약 50년 후에는 우라늄을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햇빛 에너지는 고갈될 위험이 없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무공해 청정 에너지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중 하나이면서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태양 전지판을 햇빛이 계속 비칠 수 있는 지붕에 설치하고 인버터(모아진 전기를 교류로 바꾸는 기계)만 설치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설치하기도 매우 간편하다. 수명도 20년 이상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미 부안 성당과 같은 곳에서 햇빛 발전소를 설치했으며 기업도 태양광 산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센터에서 나온 통계자료를 보면 2004년에는 1개의 태양광 발전소가 세워졌지만 2007년에는 7월 10일까지 85개의 발전소가 개설되는 등 태양광 산업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물론 햇빛 발전소를 만드는 캠페인과 기업들이 추진하는 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둘 다 햇빛 발전소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생 가능 에너지가 만병통치약?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지평교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프레시안

그렇지만 햇빛 발전에도 문제는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햇빛 발전소는 한 번 설치하면 20~30년 동안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햇빛 발전소의 효율을 현재보다 조금 더 높여야 한다. 현재의 기술로는 햇빛 발전소의 효율이 화석 에너지나 원자력 에너지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또, 서울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햇빛 발전 전기로는 그 에너지 소비를 충족할 수 없다. 한 동에 보통 100~200가구 이상 거주하는 아파트 옥상의 면적에서 생산한 전기는 전체 가구가 쓰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햇빛 발전은 100~300제곱미터(㎡)의 면적에서 불과 5가구가 1년 쓰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햇빛 발전 전기를 사용한다면 적은 수의 가족이 사는 건물이나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적용 범위는 도시의 아파트보다는 농촌과 같은 곳으로 제한될 것이다.

또, 햇빛은 고갈될 염려가 없고 깨끗한 자원이지만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 특히,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올해 여름을 예로 들어보자. 장마를 전후해서 매우 많은 비가 전국에 내렸다. 강원도 횡성의 경우 3주 가량 비가 거의 쉬지 않고 내렸다. 즉, 약 3주간 제대로 된 햇빛을 보지 못했다는 소리다. 만약 햇빛 발전소에 의존해서 전기를 공급하는 집이 있었다고 하면, 그 집은 이 기간에 매우 큰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만약 기후 변화가 계속 진행되어서 우리나라에 뚜렷한 우기가 나타난다면 이 기간 동안에는 햇빛 발전소가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비록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고, 재생에너지 사용이 매우 활발해진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햇빛 발전소에 사용되는 태양전지를 만들 때에도 오염물질이 생긴다. 이렇듯 아무 대가도 없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쓸 수는 없다.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에 앞서 에너지 절약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방문을 나설 때 보일러나 전등이 꺼져 있는지 확인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의 플러그는 뽑는 등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에너지를 지금 사용하는 양보다 훨씬 더 적게 쓸 수 있다.

햇빛 발전소 캠페인의 진정한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붕 위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 전지판을 보면서 에너지 절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