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장으로 민주사회주의자 니티야 라만(45)이 같은 당 소속 현직 캐런 배스(73) 시장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민주당 내 진보 돌풍에 가세했다. 당내 진보·온건 진영을 가리지 않는 대승으로 민주당이 2028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AP> 통신을 보면 6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LA 시장 선거 개표가 76% 완료된 가운데 라만이 52.7%를 득표해 47.3%를 득표한 배스를 누르고 당선이 확실시됐다.
배스가 주의원 및 연방하원의원을 지내고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함께 뛸 부통령 후보로 거론될 만큼 잔뼈가 굵은 정치인인 데 반해, 라만은 2020년 LA 시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신예다. 라만의 승리로 지난해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미국 2대 도시를 민주사회주의자들이 이끌게 됐다.
미 CNN 방송을 보면 라만은 5일 당선이 유력해진 뒤 취재진에 "미국 역사의 이 중요한 시점에 이민자를 차기 시장으로 선출해준 데 감동 받았다"며 "지난 몇 년간 우린 이민자를 배척하는 나라를 목도했지만 (이번 선거로) 여러 모로 그들이 구원 받았다"고 밝혔다.
인도 케랄라에서 태어난 라만은 6살 때 가족과 함께 미 루이지애나주로 이주한 이민자 출신으로 22살 때 미 시민권을 취득했다. 도시 계획을 전공했고 미 하버드대에서 학사 학위를,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라만은 소셜미디어(SNS)에 당선 소감 영상을 게재하며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주택, 아이들을 뛰어놀 수 있는 공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안전한 도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정부"를 공언했다.
현직 시장인 배스가 지난해 1월 LA를 덮쳐 수십 명이 사망하고 고급 주택가까지 번진 산불 발생 당시 LA에 머물지 않았던 것에 시민들이 분노했고 그 여파가 이번 선거까지 미쳤다는 평가다. 배스는 당시 바이든 행정부 요청으로 아프리카에 방문 중이었다.
라만은 이번 선거에서 높은 임대료, 4만 명이 넘는 노숙 인구 등 유권자들의 실질적 어려움에 초점을 맞췄다. 노숙인 지원 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라만은 2028년 LA 올림픽 전까지 노숙인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노숙인에 대한 의료 지원을 확대하고 이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을 더 공급해 거리 생활 청산을 도울 계획이다.
<AP> 통신은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당내 진보 진영·온건파·신인·기성 정치인 가리지 않고 대승을 거둬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정체성과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보 진영은 미시간, 메인주 상원 선거에서 이변을 일으켰고 온건파는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공화당 텃밭에서 의석을 차지하며 양 진영 모두가 성과를 낸 상황이다.
미시간에서 승리해 첫 무슬림 상원의원이 될 진보 성향 압둘 엘사예드는 <AP>에 "후보 시절 보여준 것과 같은 모습의 상원의원이 되려 한다"고 밝혔다. 통신은 민주당의 양원 장악에도 불구하고 양원 지도부가 이념 성향이 다양한 의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당장 보편적 의료보험이 당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지난해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을 폐지하며 의료비 상승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민주당에서 오바마케어 연장,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 복원은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당내 진보 진영은 이를 넘어 민간 의료보험을 대체할 보편적 의료보험 도입 필요성을 주장 중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더그 소스닉은 <로이터> 통신에 진보 및 온건 진영 양쪽 모두 자신들의 이념적 접근 방식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2028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당내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누구도 당의 하차이점을 억누르려 해선 안 되며, 그럴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앤 베셔 켄터키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장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즈 하원의원 등이 꼽힌다. 시카고 시장을 지낸 람 이매뉴엘,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크리스 밴홀 상원의원도 경선 출마가 예상된다.
공화당 텃밭 조지아주에서 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한 존 오소프도 떠오르는 주자로 꼽힌다. 다만 그는 대선 출마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후 선거가 아닌 워싱턴DC 및 백악관 개조 공사에만 집중하는 듯한 기이한 태도를 5일에도 이어갔다.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금빛 장식으로 채운 백악관 집무실을 국가 기념물로 지정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차기 대통령의 집무실 새단장을 막는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날인 2일 워싱턴DC 링컨기념관 반사연못 앞 마지막 유세에서 연못 배관 시설 정비, 기념물 보수 등에 연설 절반을 할애해 공화당의 실망을 샀고 공화당이 대패한 다음날인 4일엔 백악관 연회장 공사 현장을 공개하며 연설 대부분 시간을 관련 내용에 썼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대통령이 선거 대패 뒤 아직 "멍한 상태"라고 전했다고 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선거 관련 "가짜 댄 설리번"이 얻은 표를 "진짜 댄 설리번(현역 공화당 상원의원)"에 몰아줘야 한다며 "이보다 더 공정한 해결책은 없다"고 주장했다. <AP>를 보면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에서 개표가 74% 진행된 가운데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가 48.2%, 공화당 댄 S 설리번 후보가 47.9%를 득표해 약 600표 차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라고 부른 동명이인 댄 J 설리번 후보는 3600표(1.7%)를 얻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지역 현역 상원의원과 이름이 같은 댄 J 설리번 후보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현역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패배 땐 알래스카주에 선거 결과 확정을 미뤄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뉴욕타임스>에 표 분산을 노리고 댄 S 설리번 의원과 동명이인 후보를 물색한 민주당 쪽 움직임이 파악됐다는 의혹이 보도되며 이러한 시도를 강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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