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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하나에 관청이 다섯, 버려지던 학교 급식의 대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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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하나에 관청이 다섯, 버려지던 학교 급식의 대반란!

[인터뷰] 용인성지고 오종민 실장이 밝힌 학교급식의 뒷이야기

예비식이냐 잔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밥그릇 앞에서 국가가 갈라진다

대한민국에 학교 급식관 관련된 부처가 몇 개인지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교육부, 식약처, 보건복지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지방자치단체까지, 학교 급식판 하나 앞에 다섯 개의 관청이 줄지어 선다. 문제는 이 다섯이 서로 손을 잡기는커녕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밥은 하나인데 행정은 다섯 갈래로 찢어지니, 그 틈새로 멀쩡한 밥이 줄줄 새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경기도교육청 용인성지고 오종민 교육행정실장은 이 틈새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다. 그는 이 문제를 "제도와 제도의 경계에서 음식의 가치가 사라지는 구조"라 불렀다. 듣기엔 근사하지만, 풀어 말하면 이렇다. "관청끼리 서로 책임 떠넘기다가 밥이 죽었다." 다음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오실장과 페북 메신저로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 한 것이다.

이야기는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수원 효원고에서 시작한다. 확진자가 나와 급식이 갑자기 중단됐는데, 이미 보쌈 등 1,100인분, 1,160킬로그램이 조리를 마친 뒤였다. 학생 입에는 한 숟갈도 들어가지 못한 채 그대로 폐기됐다. 복지기관에 나눠줄 방법을 찾아봤지만 기준이 없었다. 결국 "먹을 수 있는 밥을 버리는 것이 가장 안전한 행정적 선택"이 되어버렸다니, 이쯤 되면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물음이 절로 솟는다. 밥은 안전하게 버려지고, 사람은 안전하지 않게 굶는다. 참으로 안전제일주의 사회다.

잔반과 예비식, 이름이 운명을 가른다

오종민은 이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개념정리부터 하고 들어간다. 잔반은 식판에 올라가 수저가 닿았다가 남은 것이고, 예비식은 정상적으로 조리했으나 애초에 배식되지 않은, 손도 안 댄 음식이다. 말장난 같지만 이 구분이 곧 생사를 가른다. 잔반이라 불리면 곧장 음식물쓰레기통행이고, 예비식이라 불리면 누군가의 저녁상에 오를 자격을 얻는다. 이름 하나로 팔자가 바뀌는 셈이니, 이것이야말로 밥그릇계의 호패법이다.

다행히 행정의 언어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2026년 보건복지부 기부식품 관리체계에는 '급식 예비식 취급사업장 위생점검일지' 같은 서식이 새로 생겼다. 인천에서는 2025년 위생·책임 문제로 보류됐던 조례안이 2026년 '학교급식의 예비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으로 부활해 시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AI가 밥그릇을 헤아리는 시대

오는 10월 1일 성지고는 용인시청, 푸드뱅크, 봉사단체와 손잡고 'NEXT TABLE'이라는 시범모델을 시작한다. AI 수요예측, QR 추적, 배송, 탄소성과까지 하나로 묶는다는데, 요약하면 사람이 전화 돌리고 수기로 적던 일을 데이터가 대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오늘 몇 인분 남았나"를 물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준비해야 남기지 않을까"를 먼저 묻겠다는 것이다. 오종민은 이를 "폐기에서 발생 후 재분배로, 다시 발생 전 예방으로"라 정리했다. 말인즉슨, AI의 목표는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기부할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선행조차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인 사업이라니, 이 얼마나 겸손한 야심인가.

물론 좋은 뜻만으로는 부족하다. 오종민은 단호하다.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면 기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온도, 시간, 용기, 운송, 교차오염 방지까지 당일 조리된 예비식이 취약계층에게 전달되기까지 시청 및 푸드뱅크, 냉동·냉장 운송 체계인 이른바 콜드체인 전 과정을 QR로 남긴다. 그는 이를 "선의를 믿는 기부에서, 기준과 기록으로 안전을 증명하는 기부로의 전환"이라 불렀다. 선의만 믿다가 식중독 나면 그것이야말로 선의의 배신이니, 옳은 말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관청은 종종 한다

성과는 화려하다. 효원고는 2023년 4~9월 음식물폐기물이 전년 대비 2만671킬로그램 줄었다. 발생량 55퍼센트 감소, 처리비용 49.2퍼센트 절감. 2025년에는 경기도 192개 학교가 참여해 8만7,608킬로그램을 기부하고 처리비 약 1,666만 원을 아꼈다. 2023~2025년 누적으로는 약 25만1,549킬로그램의 발생 회피, 약 4,794만 원 절감, 약 628톤의 탄소 저감 효과가 산출됐다. 은평구는 8개 학교로, 시흥시는 27개 학교와 7개 기관으로, 인천 남동구도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잔반 하나 줄이자고 시작한 일이 이제 전국구 사업으로 커진 것이다. 밥알 하나가 굴러 눈덩이가 된 셈이니, 이것이 진짜 낙수효과 아니겠는가.

성지고가 제안한 '그냥드림 예비식 안심배송단'은 2026년 보건복지부 신규 노인일자리 공모 525건 가운데 최우수상 2건 중 하나로 뽑혔다. 어르신이 예비식을 배달하며 취약계층 안부까지 살피는 구조다. 밥이 밥만 나르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셈이니, 배달원이 곧 마을 이장 노릇을 하는 셈이다.

관청은 다섯인데 밥그릇은 하나

오종민이 되풀이해 강조하는 말은 결국 하나다. "새 조직을 계속 만드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이미 있는 학교, 교육청, 지자체, 푸드뱅크, 복지기관, 자원봉사망을 제대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새 위원회 하나 만들 때마다 명패만 늘고 밥은 여전히 버려지는 나라에서, 이 말은 제법 뼈아프다. 그는 면책조항 신설보다 "책임의 시작과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급하다고 말한다. 책임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안전을 지킨 사람이 억울하게 뒤집어쓰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한 끼를 더 많이 기부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버리지 않아도 되는 한 끼가 버려지지 않도록, 사람과 사람 사이, 학교와 지역사회 사이, 제도와 제도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거창한 구호 없이도 이만하면 될 말이다. 국회가 법 하나 더 만드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하는 사이, 학교 급식실에서는 오늘도 밥이 식어간다. 부디 이번에는 그 밥이 쓰레기통이 아니라 누군가의 저녁상으로 가기를 바랄 뿐이다.

▲오종민 ⓒ필자 제공

* 오종민은 교육행정 현장의 문제를 제도와 사회적 가치로 연결해 온 교육행정가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조사 및 교육지원청·학교행정을 거쳤으며, 사립유치원 특정감사와 학교급식 비리 개선 등의 공로로 2017년 한국투명성기구 ‘투명사회상’을 수상했다.

수원 효원고 재직 당시 코로나19로 미배식 급식 1,160kg이 폐기되는 현장을 계기로 학교급식 음식물쓰레기 감량과 ‘예비식 기부’ 모델을 추진했다. 효원고는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55%, 처리비용 49.2%를 줄여 2023년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후 조원고에서 예비식 기부의 제도화와 정책 확산을 추진했고, 현재 용인 성지고에서는 AI·디지털 기반 NEXT TABLE을 통해 예비식의 발생예측, 위생·이력관리, 복지기관 연계와 지역사회 배송을 결합하는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제31회 한라환경대상 대상, 제34회 조선일보 환경대상, 2026 한국ESG경영대상 특별상, AX 아이디어 경진대회 우수상, 보건복지부장관상 최우수상 등 국내 수상과 함께 International Green Apple Environment Awards, International CSR Excellence Awards, Global Sustainability Awards 등 국제무대에서도 관련 활동이 소개·수상됐다. 2024년에는 공직과 삶에서 얻은 경험을 시와 연결한 에세이 『시에서 삶을 얻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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