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30 부동산 민심'이라는 '헛소리' 붙들고 있는 이상한 나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30 부동산 민심'이라는 '헛소리' 붙들고 있는 이상한 나라

[박세열 칼럼] 청년 10%를 위한 정책에 목 맬 필요 있나?

부동산은 착시다. 정확히 말하면 부동산을 다루는 보도나 담론들은 거의 대부분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나 전문가가 '주거 사다리가 끊긴다'고 표현한다. "벼랑 끝의 2030", "사다리 끊는 것보단, 투기 감내가 낫겠다"는 말들이 언론을 탄다.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거 마련을 계획하는 청년들이 '위기'에 처해 있고, 서울 부동산 공급 부족으로 청년들에게 집이 부족하며, 부동산 세금 폭탄으로 청년들이 힘겨워한다고 보도한다.

대체 누가 위기에 처해 있는가? 20대가 서울에 집을 살 수 있게 해준다거나 20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 적다고 걱정하는 소리는 일단 판타지에 가까우니 집어 치우자. 사회 초년생인 30대의 사정은 어떨까.

국가데이터처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30대 가구주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8만3456가구, 무주택은 52만7729가구다. 30대 4명 중에 1명만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주택 소유'는 서울의 비싼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아파트 이외 주택도 포함되고, 소유 주택의 소재지가 반드시 서울일 필요도 없다.

30대 아파트 매수자는 늘고 있다. 2025년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6796건 가운데 30대 매수자가 2493건으로 36.7%를 차지했다.

요약하면 서울의 30대는 대부분이 무주택자다. 아파트를 사려는 (조건이 되는, 혹은 '영끌'이 가능한) 30대는 꽤 있다.

그런데 아파트를 사려는 30대가 평균적인 30대일까?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으려면 상당한 자기 자본, 높은 소득과 대출 능력, 평균을 넘는 배우자와의 합산 소득, 혹은 부모로부터의 증여 등이 필요하다. 특히 대출규제가 강할수록 '직장생활을 열심히 해서 월급을 모은 평범한 30대'보다 이미 상당한 자산동원 능력을 가진 30대가 매수시장에 남게 된다.

'2030 영끌족이 집값 상승 때문에 고통받는다'라는 식의 보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다.

2026년 8월 현재 KB부동산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약 12억9167만 원이다. 30대가 중위가격 아파트 약 13억 원 짜리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최대 LTV 40%를 꽉 채워도 대출은 약 5억1700만 원이다. 따라서 자기 돈이 최소 약 7억7500만 원 필요하다.

그런데 39세 이하 가구의 현실을 보자.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자산은 약 3억1583만 원, 순자산은 약 2억2158만 원이었다. 즉 평균적인 2030 가구가 서울 중위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필요한 7억7500만 원을 맞추려면 5억1700만 원을 빌려야 한다. 이걸 30년 만기 주담대로 계산하면, 1년에 원리금 약 4000만 원을 갚기 위해 다른 빚이 없어도 연소득 1억 원은 돼야 한다. 대략 2030의 상위 5% 정도다. 부모로부터 지원받을 자산가를 포함해도 상위 10% 정도 수준일 것이다.

즉, 자기 자본으로 서울 아파트 구매가 가능한 30대는 20명 중에 1명, 이미 7~8억의 현금 동원력을 갖고 있어 서울 아파트 구매가 가능한 30대는 20명 중에 1명이다.

지금 언론이 걱정하는 건 이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주거 사다리를 걱정하고, 내집 마련의 꿈을 걱정하며 이 꿈이 서울에 사는 청년층이 보편적으로 겪는 고통인 것처럼 착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아니, 2030 청년들이, 뉴욕에, 도쿄에, 베이징에, 파리에, 런던에 집을 사는 걸 걱정하는 언론이 대체 어느 세계에 있다는 말인가?

주로 경제지를 보면 '30대가 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를 못 사게 됐다'는 기사가 나온다. 거의 '핀셋 사례'를 집어 내는 수준이다. 그런 '벼랑 끝'에 몰린 '위기'의 30대는 현금 6억~8억 원을 이미 확보했거나, 연소득이 1억 원 안팎인 30대 가구다. 이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2030 세대의 주거 문제'로 일반화하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그리고 정부를 비난한다. 끝?

통계상으로는 서울 30대 가구의 4분의 3이 무주택인데, 부동산 기사만 읽으면 서울의 30대 대부분이 '이번에 아파트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언론에서 말하는 '서울 아파트를 사고 싶은 2030'은 2030 전체가 아니라 주택 시장의 경계선에 서 있는 비교적 자산·소득 수준이 높은 일부 2030을 과대표집한 것이다. '2030의 부동산 민심'이라는 것 자체가 허상이다.

서울 중위 아파트를 살 능력이 있는 10%의 청년들은 정책이 어떻든, 가격이 어떻든 서울에서 기어이 아파트를 살 사람들이다. 상위 10%에서 11%, 12%의 경계에 걸려 있는 소수의 '특별한 사례'들을 청년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사례처럼 과장해 보도하고 부풀리는 사람들의 목적은 따로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거나(집권 반대 세력과 보수 언론), 사업적으로 이용하려 하거나.(건설사와 시행사)

"35세, 월급 320만 원,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거주. 서울 아파트 구매는 애초에 고려해 본 적 없음" 같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얼마나 탄탄한가? 이런 사람들은 유령인가? 사회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10%의 '부자 청년'들에게 집중하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90% 이상의 2030에게 중요한 건 아파트 가격 상승이나 12억 짜리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보다, 전월세 가격 안정, 공공임대, 공공분양 확대, 전세 보증금 안전 대책 마련,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이다. 특히 '직장'이 있는 서울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 대책'이 다른 부동산 대책보다 가격 안정 효과가 더 있을 수도 있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서울 외곽의 수도권 신도시 높은 아파트 숲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저출생 시대에 저 물량을 나중에 누가 받게 될 것인가? 최소한 지금 청년 세대는 노년이 됐을 때, (서울에 집을 보유하려 하지 않는 한) 주거 불안 문제는 겪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이슈에서 '서울 집값'의 문제나 '청년 주거 사다리' 문제는 전체가 아니다. 아주 일부일 뿐이다. 그 일부가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애초 진단이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