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란을 폭격하는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이란이 제재에 대응해 새로운 우회 경로를 찾아낼 것이라면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진단도 나왔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미국 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에 생명줄을 제공하는 모든 국가에 대해, 우방국이든 적국이든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과 거래를 고집한다면, 즉 송금이나 석유 구매, 해상 운송 등을 계속한다면 미국 재무부와 미국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24일 이란을 겨냥한 새로운 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최대한의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면, 대규모 무력 충돌은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구체적 제재 조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국이 이란 원유 수입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제재가 성공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 개선에 힘써왔으며, 시 주석은 9월 24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며 "분석가들은 특히 다가오는 정상회담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압박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하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얼마나 더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실제 베선트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이란 제재에 대한 중국 정부와 대화는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산하 모리스 R. 그린버그 지정학센터의 선임 연구원이자 소장인 에드워드 피시먼은 신문에 이란은 이미 수 년 동안 포괄적 제재를 받아왔다며 "이제 남은 주요 조치는 이란의 무역 파트너, 특히 중국을 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당장 중국과의 경제 전쟁을 감수할 의향이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내다봤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 역시 "중국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은 아니므로, 이론적으로는 미국이 충분한 압력을 가한다면 수입을 중단할 수도 있다"라며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미국에 굴복하거나 미국의 압력에 따른다는 모습이 보여지는 것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이란 조치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란이 장기간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다양한 대응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제재 전문가들은 이란이 지금까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 선박'을 이용한 석유 운송이나 미국 제재 목록에 없는 새로운 상업 활동 경로 등을 능숙하게 활용해 왔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런던 증권거래소의 수출 통제 및 제재 담당 매니저인 모하메드 함무다는 방송에 "(제재에 대한) 이란의 적응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제재를 부과할) 새로운 명단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라며 "어떤 제재를 가하더라도 그들은 어떻게든 (우회할) 새 길을 찾아낸다"라고 예상했다.
이를 두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 위협 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당장 전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신호가 숨어 있다"라며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배력은 약해지고 약점은 노출된 채, 기세등등해진 적수를 상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한다"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란 역시 물자 부족과 물가 상승으로 휘청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또한 대중의 외면을 받는 전쟁과 고유가 부담 속에서 다가오는 중간선거 압박을 점점 더 크게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한 상황이 이란으로 하여금 미국의 약점을 감지하고 도발을 감행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난제 중 하나는 이란에 대규모 파괴를 수차례 위협해 놓고도 결국 그 위협에서 물러섰다는 점"이라며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도 갈수록 (전쟁에 대해) 비판받고 있으며 몇 주짜리로 끝날 "가벼운 원정길"이라고 묘사했던 갈등이 6개월 째 접어들면서 트럼프에게 정치적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 정부에서 오랜 기간 중동 협상을 담당했던 전 중동특사 데니스 B. 로스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는 신문에 "그들(이란 지도부)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읽고 있다"며 "이는 이란이 군사적 확전을 감행할 동기를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연구원이자 전 국방부 정책 고문인 임란 바이오미는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제재 조치가 "미국이 이 전쟁에서 거의 꼼짝없이 갇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수단이든 경제적 수단이든 명확한 전략을 제시하지 않았다.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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