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사의 일로 대표될 뿐, 교사 이외의 다양한 노동이 가진 가치나 고충은 교권 중심주의에 가려져 관심 밖, 배제된 존재로 방치돼있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노동, 안전, 건강 등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다양한 가치를 가르치는 공간이지만, 정작 학교 안의 안전과 가치의 실현에는 무심한 게 현실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노동안전이다. 최근 집단적 폐암산재 발생으로 급식실은 사회적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그 외 특수교육지도사, 과학실무사, 사서 영역(약 7만6000명)은 여전히 안전과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당 사각지대 노동은 학생들이 수시로 접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진 못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공동 수행한 실태조사 결과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학교 산재의 사각지대’를 알리는 연재를 진행한다.
학교도서관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은 조용한 공간을 먼저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사서는 책을 정리하며, 평온하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래서 사서의 노동을 육체노동이나 위험한 일과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의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신간 도서가 들어오면 수십, 많게는 수백 권의 책 상자를 직접 옮겨 검수하고 등록합니다. 라벨을 붙이고 바코드를 입력한 뒤 한 권 한 권 서가에 꽂습니다. 학생들이 읽고 반납한 책은 다시 분류하고 제자리를 찾아 배가합니다. 장서점검 기간에는 수천, 수만 권의 책을 모두 꺼내고 다시 꽂으며 책등을 확인합니다. 높은 서가는 사다리를 오르내려야 하고, 낮은 서가는 허리를 숙이거나 쪼그려 앉아 작업해야 합니다.
도서관은 조용하지만, 사서의 몸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저 역시 십여 년 동안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며 손가락 관절 변형과 손목터널증후군, 만성 어깨 통증과 허리 통증을 겪었습니다. 혼자 장서점검을 하다가 이석증으로 쓰러진 적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산업재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내 몸이 약해서 그렇겠지', '원래 사서 일이 이런 거지'라고 넘겼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최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실시한 <학교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를 위한 노동환경 및 건강상태 실태조사>는 그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학교도서관 사서의 87.8%가 근골격계 관리대상자로 나타났고, 절반이 넘는 52.7%가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치료가 필요한 업무상 사고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74.2%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사고를 경험한 사서 가운데 산재를 신청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가장 큰 이유는 학교도서관 사서가 산업안전보건법상 '현업업무 고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는 급식실처럼 산업안전보건 관리체계가 비교적 갖춰진 분야도 있지만, 사서를 비롯한 많은 비현업 교육공무직은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교육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작업환경 개선 역시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산재 신청 방법을 배우거나 상담받을 기회도 거의 없습니다. 결국 다쳐도 참고, 아파도 개인 건강 문제로 여기며 일하는 문화가 만들어집니다. 사서의 산재 신청이 적은 것은 위험이 적다는 뜻이 아닙니다. 위험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사서의 노동은 단순히 책을 정리하는 일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필요한 자료를 찾도록 돕고, 독서교육을 지원하며, 정보활용교육을 운영하고, 학교도서관을 교육과 문화의 공간으로 만드는 전문적인 교육지원 노동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노동 역시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 부적절한 작업 자세, 장시간 서가 작업, 책먼지 노출, 감정노동, 단독근무는 모두 산업안전보건의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위험요인입니다. 이미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반복작업과 도서 운반, 장시간 작업 자세가 근골격계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학교도서관이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안전, 노동의 가치를 가르치는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 역시 존중받아야 합니다. 학생들의 교육복지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건강이 무너진다면, 학교도서관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학교도서관 사서를 더 이상 산업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현업업무 고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학교도서관 노동을 산업안전보건 관리체계 안에서 공식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와 위험성평가, 체계적인 안전보건교육,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조용한 도서관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유지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배우는 학교는, 그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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