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 과거 법인카드 사적 이용 의혹과 관련해 "사적으로 단 1만 원도 쓴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야당 청문위원들의 잇단 사퇴 요구에는 "사퇴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후보자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느냐'는 취지의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저는 업무상 목적 외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문화방송(MBC) 재직 시절 골프장·유흥주점 등에서 1500만 원가량을 사용했고, 거주지 인근 슈퍼마켓에서 수십만 원을 결제했다. 또 서울 대치동 자택에서 차로 9분 거리에 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고급 마트에서 20만 원을 지출했다. 자택에서 걸어서 4분 거리에 있는 특정 한식당에서도 주말 포함 13번 카드를 사용했으며, 이 가운데는 1만2000원 같은 1인분 용 소액 결제도 있었다.
이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거주지 인근 슈퍼마켓에서 법인카드로 20만 원 썼다. 뭐에 썼느냐?"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것을(이것 때문에) 이제 '(제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시장을 보지 않았나?'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라며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 사적으로 단 1만 원도 쓴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1만2000원 소액 결제에 대해선 "수행기사가 식사를 하는 경우"라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1만 2000원짜리 식사를 하면서 보리밥집에서 업무상 미팅을 했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우리 국민 누가 납득을 할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처럼 쓰면 되나. 이 후보자의 (당시 대전MBC 사장) 월급 안에 식비도 다 들어가 있다. 수행기사 월급 안에도 식비가 들어가 있다. 그래서 개인카드를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 사퇴 당일 제과점에서 빵을 100여만 원을 결제한 건을 두고선 진위 공방이 벌어졌다. 이 후보자는 당시 제과점에서 법인카드로 구입한 빵을 "직원들에게 줬다"고 했다. 그러나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대전MBC직원들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사장 만료 3개월 전부터 출근을 안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사퇴 당일 구매한 빵이 직원들 선물용이 맞느냐는 취지의 문제제기인 셈이다.
이 후보자는 "그 직원이 저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라며 "(핸드폰에) 빵을 나눠 준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직원의 목소리가 여기(휴대전화)에 있다. 이틀 전에 걸려 왔다. 원하신다면 김현 (야당) 간사와 최형두 (여당) 간사 두 분께 따로 들려 드릴 수 있다"고 해 최 위원장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이 후보자가 8500만 원을 주말에 결제했으며, 한남동(일요일·34만8000원)과 논현동(토요일·21만6000원) 고급 호텔을 사용했다는 점도 밝혔다. 황 의원은 이 후보자의 이같은 행태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재철 전 MBC 사장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법인카드로 주말 호텔 숙박대금 등 1000여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았으며, 항소심에서 벌금 2000만 원으로 감형됐다.
'SNS 막말' 이진숙, 사퇴 요구에 "사퇴 안 한다"
이 후보자의 소셜미디어(SNS) 막말 논란에 대한 청문위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을 두고 "나라 앞날이 노랗다"고 썼으며, "MBC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며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는 '좌파들이 멀쩡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조인철 의원은 이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거의 가짜뉴스에 해당되는 이런 글들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제가 올린 SNS의 많은 글 들은 제가 정당인으로 활동하거나 자연인으로 활동할 때의 글들이다. 다만 임명직으로, 공직으로 들어간다면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그러면서 "제가 만약에 기자로서 언론인으로서 경영인으로서 문제가 있었다면 지적을 해 주는 건 달게 받겠지만 제가 아무런 속한 직장이나 집단이 없이 자연인으로 말한 것들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면 저는 그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의원이 "굉장히 편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상황이고 역할이 바뀌면 '내가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 다'라고 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사람 같아서 공인으로서의 자격은 없어 보이고 이 시점에서 오히려 포기하는 게, 사퇴하는 게 훨씬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좋아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명심하겠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이에 조 의원이 "사퇴하겠다는 이야기인가"라고 확인하자, 이 후보자는 강경한 어조로 "사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진숙 "방통위 2인 체제 책임, 국회에 있다"…최민희 "말 조심하라. 내가 당사자"
이 후보자는 '방통위 2인 체제' 불법성 논란에 대한 책임을 국회로 돌렸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 파행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의 질의에 대해 "야당에서 방통위원 2명을 추천하고 그동안 본회의도 열렸으니 표결했다면 5인 체제 완성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됐다면 2인체제에 대해 우리가 이 자리서 논의할 필요 없었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방통위 2인 체제 관련 문제가) 국회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는 방통위 미완의 2인 구성을 말할 때 조심하라. 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거부당한) 당사자"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 방심위원을 단 한 명도 임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 경우 지난 2021년 3월 30일 방통위원으로 내정됐을 때 국회에서 의결한 이후 7개월 7일 동안 법제처 자격심사 핑계로 임명을 안했다. 법제처는 아직도 판단(을) 안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3월 야당이 최 위원장을 방송통신상임위원으로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이 임명을 하지 않아 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자진 사퇴했다.
'2인 체제'에 대한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지자 여당은 국회 역할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2인 체제의 원인에 대해서 공교롭게도 한 분(최민희)은 그 당시에 국회에서 추천이 되었는데도 결국 임명을 못 받으셔서 이 자리에 국회 위원장이 되셨고, 또 한 분(이진숙)은 민주당에서 국회 상정을 안 시켜주셔서 방통위원장이 되는 기막힌 상황"이라며, 야당을 향해 "이런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훌륭한 방송통신위원을 추천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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