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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기요금고지서 받으셨죠?

[함께 사는 길] "햇빛전기는 내 아이와 마을, 지구를 위한 참여"

2년 전 3월, 첫 출자와 함께 가입하신 조합원께 "어떻게 알고 조합원이 될 생각을 하셨어요?" 물었다. 

"한 달 전에 수유리 삼각산 아래에 땅콩집을 짓고 이사했어요 그 집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1년 전 마침내 그이는 3kW 주택용 햇빛발전설비를 그 집에 설치했다. 김영호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우리동네햇빛조합) 조합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서울 환경센터를 방문한 김영호 조합원(오른쪽)과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김미현 사무국장. ⓒ최수완

- 새집도, 그집의 햇빛발전소 준공도 축하드려요. 어떤 계기로 태양광전력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10여 년 전 우리동네햇빛조합이 삼각산고등학교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세웠잖아요. 우리 마을에는 마을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교육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특별했죠. 저도 그때 아이를 공동육아협동조합에 보내고 있었죠. 아이를 위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민행동 가운데 하나가 태양광발전에 힘 보태는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 관심이 ‘집을 지으면 꼭 햇빛발전설비를 설치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굳어졌죠. 집에 햇빛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발전원리나 설비의 구조를 스스로 찾아보는 걸 보고 흐뭇했어요. 아내도 인덕션을 돌리는 전기가 원전이 아니라 태양에서 온다는 점에서 마음 편하다고 말하더군요. 가족들에게 선물을 한 것 같아 뿌듯했어요."

- 땅콩집(두 가구가 집을 붙여 짓는 듀플렉스홈)을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열효율이 일반주택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이 땅콩집 선택의 이유였을까요?

"제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땅을 밟고 사는 게 좋아요. 그래서 다 포장이 된 아파트 단지보다 흙길 있는 주택 사는 게 좋았고요. 대신 단독 건축 시의 비용과 환경적 부담을 생각해 대안이 뭘까 궁리하다 땅콩집에 살기로 했죠. 땅콩집이 국내에서 초기에 건축될 때 한필지에 두 집을 붙여지어서 ‘땅콩집’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 시작했죠. 최근엔 건설회사가 여러 동을 지어서 개인에게 매매하는 땅콩주택단지가 많아지고 있죠. 그래서 ‘완두콩집’이라는 별칭도 생겨났더군요. 우리 집도 그런 경우에요. 총 3동에 14가구가 있는 단지에요. 우리 집은 운 좋게 남쪽 앞 동이 사선으로 비켜나 있어 햇빛을 전면으로 받아요. 경관이 좋을 뿐만 아니라 햇빛발전에도 최적인 조건이죠. 땅콩집은 횡보다 종적 공간활용도가 높아요. 그래서 가족들의 개별 공간이 층으로 분리돼 공간활용도가 높죠. 가장 좋은 점은 일반주택보다 난방효율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1층만 난방해도 2층, 3층까지 훈훈합니다. 땅콩집은 목자재와 단열재에 충실한 내부 마감을 해서 열효율이 높고, 계단을 통해 열역학적 공기 이동이 자연스럽기 때문이죠. 겨울철인 요즘 땅콩집의 그런 장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 김영호 조합원의 땅콩집 옥상에 설치된 햇빛발전 패널. ⓒ함께사는길

- 집에 햇빛발전설비를 설치하겠다고 전화하셨던 게 2년 전이셨죠. 문의하시는 분은 종종 있었지만 실제로 설치하시는 분은 드문데 감사하고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재작년 이사 직후에 우리동네햇빛조합에 전화를 했을 때, 태양광전기 설치비 80%를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고 안내해 주셨잖아요. 전 애초 비용은 제가 다 댄다는 생각이었는데 지원제도와 구체적인 설치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참 고마웠어요. 설치 신청과 선정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져 2021년12월에 우리집 햇빛발전소를 완공을 했는데, 이웃들이 관심을 보이더군요. 작년 6월 우리동네햇빛조합에서 안내홍보물을 보내주셨을 때 그런 이웃 가운데 한 분에게 전달해드렸어요. 그분은 금방 다른 분에게 소개를 하셨고 두 분 다 강북구의 햇빛발전 설치 지원을 신청해 선정됐단 소식을 들었어요. 무척 뿌듯했습니다.

- 우리동네햇빛조합 같은 전국의 에너지협동조합이 2022년 기준으로 27MW 발전용량을 설치했습니다. 이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목표 용량의 0.9%에 그친 수준이라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30년까지 7년 동안 급속한 증대가 가능할까 우려스럽습니다. 더구나 실현성을 의심하면서 국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축소하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주택에 햇빛발전설비를 설치한 시민으로 이런 정책 흐름을 어떻게 보십니까?

"요즘 정치가 삶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기후위기가 경제 성장을 막는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는데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생각해도 재생에너지 정책에 소홀한 건 안타깝습니다. 기후위기는 대응도 중요하지만 적응도 중요하잖아요. 그런 적응은 사실 다 마을 단위 공동체의 역할이 큰데 마을공동체를 지원하는 정책도 시장이 바뀌면서 축소 폐지되는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도시재생사업처럼 대규모 개발이 아닌 마을 단위 특색 있는 ‘고쳐 살기’를 지원하는 시 정책이 없어져 관련 활동가들이 떠나는 일이 우리 마을에도 생겼어요. 마을공동체 같은 기초단위의 사업까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는데 에너지, 기후, 환경 같은 지구공동체 차원의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큰 정책들의 국가 대응기조까지 약화되는 걸 보자니 속이 쓰려요. 그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가 겪어야 할 미래를 생각하면 겁도 나죠. 그래서 더욱 우리 같은 시민 개개인의 에너지 주권의식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고요."

- 기분 좋은 질문을 드려보죠. 2022년 매달 전기요금고지서 받으시면서 집에 햇빛발전소를 들인 효과를 체감하셨을 텐데 어떻던가요? 일별, 계절별, 날씨별 발전량 변동은 예측 이내였을까요?

"맞습니다. 제가 작년 전기요금 고지서를 자랑 삼아 다 가져왔어요. 보세요. 설치 전 달 요금은 5만5670원이었습니다. 설치 후 첫 달인 1월 청구요금은 3만3150원입니다. 한겨울이라 발전량이 매우 적은 시기임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위력은 봄부터 발휘됐어요. 전기사용량 0kWh가 찍힌 고지서를 보는 순간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전기요금 외에 부과되는 기본요금과 전력기금 TV수신료에 부가세를 더해 7980원을 납부했지만, 당월 수전량(가정에서 사용한 한전 전력량)은 255kWh인데 당월 잉여량 즉 태양광전기 생산량은 284kWh였습니다. 남은 29kWh만큼 요금을 돌려주진 않더군요. 그러나 우리 가족들은 생활 속 감동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구에 무해한 에너지 생활이라니 신나는 일이었죠. 전기사용량 Zero는 6월까지 이어지다가 7, 8월 장마, 태풍들이 이어지면서 뚝 떨어지더군요. 여름 전기사용량은 급증하는데 아쉬웠죠. 하지만 9, 10월에 다시 회복돼 햇빛발전의 위력을 경험했지요. 우리집 같은 자가발전주택이 많아지면 사회 전체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가 나타날까 생각하니 더 열심히 이웃들에게 권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재생에너지 간헐성(발전량 변동성)을 잡는 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시스템을 마을별로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이 자가발전하는 게 일반화되는 게 에너지 주권시대의 미래일 텐데요. 물론 건물일체형 패널 같은 설비들도 점점 기술은 진보하고 가격은 내리고 있으니까 시민들의 자가발전시대도 그만큼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욱 조합원 님처럼 참여하는 분들이 늘어나야 하는 거고요.

"동감입니다.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이 결국 우리 사회와 기후의 지속가능성을 신장하는 길이죠. 조합에서 더 열심히 햇빛발전사업을 하고 정보를 알려 더 많은 조합원이 생기고 또 그분들이 저와 같은 자가발전의 경험을 하도록 활동해주길 기대합니다. 한번 내가 만든 전기로 생활을 하게 되면 다시는 남의 전기를 쓰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거에요. 제가 지금 그런 마음이거든요. 내 아이와 우리 마을, 나아가 지구를 위한 참여가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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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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