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과 금강의 보 해체 결정이 부당하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4대강국민연합이 이번에는 훈령에 따라 활동한 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을 고발했다. 이재오 전 대표가 이끄는 4대강국민연합은 보 해체 결정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국가 업무를 방해했다며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 평가단 기획위원회'(이하 4대강 조사평가위)에서 활동한 민간위원 8명을 고발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전 국장도 그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이 건을 그대로 경찰서로 배당했고 접수를 받은 경찰서는 수사를 계획하고 있다. 환경연합을 떠나 현재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에서 캠페이너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신재은 전 국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고발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심정은 어땠나
"아는 기자에게 연락을 받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재오 전 의원이 보 해체 결정이 부당하다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는데 감사원에서도 보 해체 결정 절차를 뒤집기 힘든 게 아닌가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 영산강, 금강 보 처리 방안을 논의했던 4대강 조사평가위에서 활동한 민간위원 8명만 고발했다. 누가 봐도 치졸한 공격인데 이를 검찰이 그대로 접수해 경찰서로 이관했다
"누구나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있으니까 고소 고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버넌스 형식으로 참여한 전문가나 시민단체 활동가를 업무방해죄로 고발했고 이를 검찰에서 각하시키지 않고 경찰에 넘겼다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도 활동하면서 고발장을 제출해본 경험이 있는데 보통 95%는 검찰에서 각하됐다. 경찰 대응을 지켜봐야겠지만 아무래도 공권력이 개입되면 민간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 혐의 내용 중 하나가 위계에 다른 허위사실 유포와 국가 업무 방해다. 위원회의 역할은? 그리고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조사평가는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이에 대통령 훈령으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 평가단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가 구성됐다. 전문위원회는 물환경, 수리수문, 유역협력, 사회경제 등 4개 분과로 구성됐고 분과별로 10여 명 정도의 위원들이 참여했다. 위원들은 관련 부처,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추천받아 위촉됐다. 전문위원회는 그동안 정부가 측정했던 실측자료와 외부 기관에 맡긴 조사 및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를 철거하거나 수문을 개방했을 때 홍수나 물 이용에 문제는 없는지, 수질과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경제성은 어떤지 등을 검토했다. 이들 분과에서 검토한 다양한 내용들을 취합하고 정리하는 역할이 기획위원회였다. 기획위원회는 전문위원회 위원 8명과 공무원 7명으로 구성됐고 위원장도 정부와 민간에서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민간위원들이 4대강 복원만을 강행하기 위해서 독단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거나 조사 결과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오히려 매몰비용인 취양수시설 개선비용까지 포함해서 보수적인 경제성 분석을 했다. 위원회는 의사결정 권한도 없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조사 및 연구한 결과들을 토대로 보 처리 방안을 올리면 물관리 기본법상의 유역위원회와 국가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구조였다."
- 취·양수장 개선 경비' ‘지하수 관정개발’ 등 국고를 낭비했다는 혐의도 주장하고 있다
"취양수장 개선은 4대강 재자연화와는 별개의 문제다.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계획설계기준 및 하천설계기준에 따르면 강의 수위가 가장 낮은 상황에서도 취수가 가능하도록 취수구를 설계해야 한다. 4대강사업 역시 보 16개를 만들 때 수질 등의 문제나 홍수가 발생할 경우 수문을 개방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가동보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필요한 시기에 수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취수구 위치도 정해야 했지만 설계를 잘못 해 수문을 열어 수위가 조금만 낮아져도 취수를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감사원도 취양수시설이 설계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2021년 2월에 한강과 낙동강유역 관리위원회에서도 취양수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의결했다. 수문개방에 부정적이던 낙동강 유역 지자체장들도 참여하는 위원회다. 기후변화에 따라 녹조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두고 4대강 재자연화에 따른 예산 낭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 유역물관리위원회와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철거가 결정되었지만 진행된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임기 말에는 환경부조차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닌가
"미국은 2021년까지 1956개의 댐을 철거했고 유럽에서도 6767개 댐을 철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범사업으로 작은 보 한두 개 철거해본 경험이 다다. 전문가도 국책기관도 위원회 위원들도 경험이 없다보니 이 부분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이 부분에서 필요한 게 정치적인 의지였다. 하지만 내가 책임질 테니 철거하라고 해줄 리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의지만 없었는가. 저는 지역에서 동의 못하는 정서가 있었다고 본다. 지역의 정서 때문에 정치도 그만큼밖에 못 갔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이 책임지지 않는 일을 그 어떤 공무원이 나서서 하겠는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문을 개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양수시설 설계 오류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 설계 오류를 바로잡지 못하면 아무리 정책 의지가 강한 사람이 와도 보의 수문을 열 수가 없다. 다행히 환경부가 중장기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공사가 진행중이다."
-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이재오 전 의원이 감사원에 청구한 감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인데 감사원장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스럽다
"이런 저런 흠집을 내고 공격을 할 수 있겠지만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가 생각하는 유일한 희망은 감사원도 아니고 환경부도 아니다. 국민 여론이다. 4대강 사업 시작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론은 바뀐 적이 없다. 4대강사업에 대해서 70%가 반대 지금까지도 그리고 4대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서 60에서 70%가 동의다. 또 한편으로는 이제 남조류의 독성 문제를 알리고 있는 이승준 교수님에 대한 공격이 많은데 저는 그게 그들의 두려움의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에는 물고기 떼죽음이나 큰빗이끼벌레, 깔따구 등 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문제였다면 이제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슈가 확인되었다. 낙동강 유역 안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농산물을 타고, 관광을 하면서 전국의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서도 변화됨이 느껴진다.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하지만 불안해하고 있다. 그동안 낙동강 유역은 정치적인 성향 등으로 인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데 뭔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토대가 생긴 것 같다."
- 환경연합에서 15년간 물하천 운동을 진행했고 정부 거버넌스에도 참여를 했던 만큼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그 누구보다 클 것이다
"지난 10월 진성준 의원실의 요청으로 국정감사에 전 4대강평가단 기획위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조사평가단에서 4대강 보처리 방안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보도자료를 하나하나 반박을 했다. 국민의힘에서 재반박을 하며 공격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질문을 받지 못했다. 4대강에 대한 관심도 없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전 정권이 한 사업이라 표면적으로 문제를 삼는 것뿐이었다.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계속 강 복원을 위해 진심을 다할 것이다. 현재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로 활동하면서 지역과 함께 강 복원 사례를 만들고 실제 변화를 기록하고 알려내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토대를 만들고 역량을 키우다보면 4대강 보를 철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