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촉진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면서 국회 최종 관문인 본회의 문턱을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알려진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삼성생명법은 지난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평가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꾸고,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지분은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며, 특히 삼성생명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게 되는 내용이어서 '삼성생명법'으로 불리게 됐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51%, 취득원가는 약 5444억 원으로, 삼성생명 총자산인 281조 원의 3%인 8조 원에 미달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개정 법률을 적용할 시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 8.51%의 시가 평가액(30조 원가량)은 3%를 월등히 초과하게 된다. 때문에 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은 8조 원을 뺀 나머지 금액, 즉 22조 원가량을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
삼성화재 또한 1.49%의 삼성전자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 지분의 가치는 현재 시가를 적용할 경우 약 5조3000억 원이 돼 삼성화재 총자산 86조 원의 3%(2조6000억) 초과분인 2조7000억 원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결국 이렇게 될 경우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 삼성화재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은 타격을 입게 된다.
삼성생명법 통과를 주도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은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보험업법에는 계열사 주식을 그 돈으로 살 때 3% 이내, 총자산의 3% 이내로 사라고 돼 있지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 이 법을 어기고 있다"며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건 사실 금융당국이 대통령 시행령도 아닌 감독 규정으로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하게 해 준 것(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재용 회장께서도 '합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얘기를 했고 이 법이 아버지 시대, 이건희 회장 시대에 만들어 놓은 불법과 반칙, 과도한 특혜의 마지막 낡은 유물"이라며 "이것을 청산하고 투명하고 합법적인 경영의 새로운 길로 열어나갈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리겠다. 국회가 도와드릴 테니까 같이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삼성생명 등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각할 경우 증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날 정무위 법안소위 상정으로 첫 발은 뗀 셈이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강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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