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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80억 마리 떼죽음, 누가 꿀벌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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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80억 마리 떼죽음, 누가 꿀벌을 죽였나

[함께 사는 길] "'꿀벌에 독성 강함' 농약 사용, 엄격히 제한해야"

지난겨울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꿀벌 '군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 보고되었다. 당연하게도 농촌진흥청이 발칵 뒤집혔다. 꿀벌의 실종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꿀벌이 꽃가루를 매개하기 때문인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작물 가운데 꿀벌에 의해 열매를 맺는 비중이 무려 63%에 달한다.

꿀벌 80억 마리 떼죽음

지난 '꿀벌 집단 실종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봉군은 전국에서 41만7556개로 전국 벌통의 15.1%다. 겨울철에는 벌통 하나에 꿀벌 1만5천~2만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하니 전국에서 꿀벌 약 80억 마리가 떼죽음 당한 셈이다. 당연하게도 기후위기가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기후가 변화하며 봄꽃이 빨리 개화하였고, 이에 집을 일찍 벗어난 꿀벌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월동 폐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양봉협회와 함께 양농 농가 99곳을 대상으로 '월동 꿀벌 피해' 민관합동조사를 진행한 농촌진흥청은 "꿀벌 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하며 "거의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응애가 관찰됐고, 일부 농가의 경우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응애가 관찰되었고, 기후위기로 인한 월동 폐사도 가능성 있으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꿀벌 떼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함께사는길(이성수)

서울 곳곳에 살포된 농약

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 디노테퓨란 등 니코틴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10억분의 1수준으로 희석해 사용해도 꿀벌의 신경계를 교란하여 산란을 방해하고, 비행 등 직접적인 행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네오니코티노이드에 노출된 꿀벌이 벌집을 오염시키면 그다음에 태어나는 개체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응애나 바이러스에 더 취약해진다고 한다. 이에 유럽연합(EU)은 2018년부터 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 등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의 실외 사용을 금지하였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2022년 2월부터 이 계열 살충제 57개 제품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시장 점유율이 무려 20% 이상에 이른다. 다른 살충제에 비해 인체 독성이 낮고, 내성·저항성 등에 대한 영향이 적어 '친환경 살충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농약이 뿌려지고 있을까.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6월 서울시청과 25개 자치구청 등 서울시내 공공녹지를 관리하는 31개 기관을 대상으로 '서울의 공원, 가로수, 궁궐 및 왕릉 등 공공녹지 공간에서 지난 5년간(2017~2021년)의 고독성 농약 사용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하였고 충격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꿀벌 등 각종 수분매개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어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되어가는 네오니코티노이드를 비롯해 농약 위해성 평가를 통해 '꿀벌에 독성 강함'이 표기된 살충제와 어독성 등 생태독성이 높은 농약, 생식독성과 발암 가능성 등 시민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농약까지 무분별하게 살포되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 자치구청에서 지난 5년간 살포한 농약은 평균 1098kg으로 나타났다(서초구와 광진구는 자료부존재 사유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되었고, 구로구와 종로구는 농약 살포량 데이터가 누락되어 제외되었다. 은평구는 2020~2021년 자료만 공개하였다). 가장 많이 살포한 자치구는 강남구(3975kg), 강동구(3567kg), 송파구(2563kg) 순이었고, 이 중 82.5%가 '꿀벌에 독성 강함'이 표기된 살충제, 24.4%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는 자치구 평균에 비해 농약 살포량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는 생활권 녹지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치구에서 시민 민원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방제를 진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곤충에 대해서는 막연한 혐오감을 가지기 쉬운 만큼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함께사는길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공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년간 서울시 관리 공원 중 농약 살포량이 가장 많은 공원은 남산공원(517kg), 보라매공원(269.2kg), 월드컵공원(189.4kg)순이었고,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남산공원에서 186kg, 월드컵공원에서 110kg 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청과 마찬가지로 사용한 농약 대부분이 '꿀벌에 독성 강함'이 표기된 살충제이기도 했다. 25개 자치구청이 지난 5년간 관내 공원과 가로수에 살포한 평균 농약량이 1098kg이라는 것을 볼 때 남산공원 한 장소에 뿌린 농약량이 517kg이라는 것은 꽤나 많은 양임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소관의 궁궐, 왕릉 등에서도 지난 5년간 자치구 평균의 6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농약(6065kg)이 살포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량은 매우 적었고, '꿀벌에 독성 강함'이 표기된 살충제도 전체의 2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발암을 일으킬 수 있는 다이아지논, 프로클로라즈 성분의 농약이 헌릉과 인릉, 의릉, 정릉, 태릉과 강릉에서 살포되었으며, 생식에 영향을 미치는 생식독성의 아바맥틴, 테부코나졸, 클리포세이트암모늄 성분의 농약이 창덕궁, 덕수궁에서 살포되어 시민건강에 미쳤을 영향이 특히 우려된다.

ⓒ함께사는길

무농약 녹지 공간 필요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사용기준에 따르면 꿀벌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과 '꿀벌에 독성 강함'이 표기된 농약을 개화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적정하게 관리·감독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설사 식물의 개화기를 피해서 살포했다고 하더라도, 농약성분은 식물과 토양, 물에 유입되어 꿀벌을 비롯한 다양한 꽃가루매개자 곤충과 생태계에 피해를 주게 된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농약 사용을 금지하고 '꿀벌에 독성 강함' 농약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과 더불어 농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무농약 녹지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원과 가로녹지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에서마저 과도한 농약 사용이 빈번하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반생태주의를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단순히 익숙하지 않은 것,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들을 모두 배제하며 살아간다면 우리에게 남을 게 무엇인가. 이제 농약과 헤어져야만 할 시간이다.

▲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7월 21일 환경센터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 공공녹지 공간에서 벌어지는 고독성 농약 남용 실태를 고발하고 무분별한 농약 사용을 제한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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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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