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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농촌을 지배한 태양광, 농민은 자리를 내어줬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농촌태양광의 쟁점과 과제' 발표

한국에서 202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에너지원 중 6.6%를 차지했다. 8년 전인 2012년의 비율은 2.2%였다. 8년 만에 3배의 성장률을 보인 셈이다. 친환경에너지로 분류되는 신재생에너지가 탄소를 발생하는 석탄발전소의 대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갈 길은 아직 멀다. 문재인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보면 2030년까지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을 현재에서 40% 줄이기로 했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현재 전력 중 4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 비중을 22%로 줄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30%로 약 5배가 늘려야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0~70% 정도가 돼야 한다. 다소 무리한 일정일 수 있을지 모르나, 이미 탄소중립은 세계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기란 불가능한 현실이 됐다.  방법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선을 앞둔 여야 후보 모두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동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스를수 없는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의 역할

태양광은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다보니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를 보면 태양광은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 중 66.8%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입지에 제한이 없는 태양광 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파트 벽면과 건물 옥상에 태양광이 설치됐다.

그렇다 해도 태양광이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농촌'이다. 전체 발전사업용 태양광 시설 중 89%가 농촌 지역(읍,면)에 설치돼 있다. 주목할 점은 앞으로 태양광의 '농촌 쏠림'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농촌을 재생에너지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지역 농민에게 사업권을 보장하고, 주민에게 이익을 주자는 내용이다. 태양광을 통한 농업인 '소득 창출론'이다.

그러나 농촌태양광은 갈등의 온상지가 되었다. 작년 2월 전라남도에서는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 연대회의'가 발족했다. 단체가 자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전남의 13개 시·군(39개 읍·면)이 풍력·태양광 갈등지역'이었다.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경상남도 합천에서는 주민들이 330만 제곱미터 크기의 LNG연료 발전소와 태양광 발전소 설립에 반대하며 공무원에게 분뇨를 뿌렸다. 마찬가지로 작년 충청북도 옥천에서는 마을 주민 동의 없이 태양광 설립 허가에 반대하며 주민들이 천막 농성을 진행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수 없는 흐름이나 현재의 농촌태양광 방식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풀수 있을까.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27일 발표한 '농촌태양광의 쟁점과 과제'를 보면 지금의 농촌태양광 사업을 바라보던 관점부터 먼저 바꿔야 한다. 에너지 공급에 치우친 태양광 발전이 아니라, 농촌을 살아가는 농민의 관점에서 농촌태양광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양광에 자리만 내어준 농민

'농촌태양광의 쟁점과 과제'를 보면 농촌태양광은 농민에게 '생산비 부담'을 가져온다. 농지태양광 설치가 확대되자 농지의 임대료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일례로 충남 서북부 간척지에 염해 농지 태양광발전사업이 추진되자 농지 임대료는 평당 1200원에서 6000원으로 상승했다. 자연히 땅을 임차해 농사짓는 이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임차농지 비율은 48.7%였다. 보고서는 "임차농 보호 방안 및 실질적인 농지 소유관계에 대한 고려와 대비 없이 진행되는 태양광 발전사업은 농민들의 생산기반을 빼앗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구나 태양광 설치는 소규모 농가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태양광 100kW의 경우, 400평의 땅과 1억6000만 원~1억8000만 원 정도의 시설 설치비가 필요하다. 이런 농지와 자금을 경작규모가 작은 농가에서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다. 

자연히 기존에 살던 농민보다는 땅을 소유하고는 있으나 농사를 짓지 않는 부재지주, 즉 외지인들에게 태양광 발전사업이 돌아가는 식이다.  실제로 농촌에 있는 태양광 중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참여한 태양광 사업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0.85%에 불과했다. 

농사가 사라지고 태양광만 남은 농지는 식량자급률 하락과 탄소흡수원 파괴로 이어진다고 보고서는 경고한다. 보고서는 "태양광을 사용하는 농지전용(농지를 농업생산 및 농지개량 외의 목적으로 사용)이 증가해 전체 농지전용 면적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태양광 뿐 아니라 도로, 공공시설, 공장 등으로 농지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생산기능을 대체하는 방식의 태양광 발전은 식량자급 역량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2019년 식량자급률(식량 총소비량 중 국내생산으로 공급되는 정도)은 45.8%에 불과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밝힌 2022년 목표치 55.4%에 비하면 모자라는 수치다.

▲ 농촌태양광을 계속 해야만 한다면 영농활동과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가능한 영농형 태양광의 방향으로 가야한다. ⓒ한국남동발전

농촌과 농민 관점의 '농촌태양광'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는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태양광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농지소유이용실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농사를 짓는 농민이 소유한 토지와 그렇지 않은 토지를 조사하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임차농의 비율, 보전 필요성이 높은 농지 등 농촌의 상황을 먼저 파악한 이후에 태양광 발전 사업 추진 입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농지 태양광 전면 금지와 영농형태양광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농촌에서 태양광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정비(농지소유이용 전수조사와 에너지 이용구조 혁신)가 먼저 마련될 때까지는 농지 태양광 공급 속도를 현저히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농지 태양광은 전면 금지하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도시의 건물 산업단지 중심으로 태양광 입지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촌에 태양광이 필요하다면 실태조사와 생장가능성 평가가 우선이 된 영농형 태양광으로 설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그 효용을 체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태양광에 자리를 내어주던 농민들이 발전사업을 통한 수익을 얻지 못하고, 태양으로 만들어진 전기의 힘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보급과 맞닿은 이용 변화의 효용을 농촌 및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재의 농업시설 에너지이용효율화 사업을 점검해야 하고 농기계의 에너지 소비 전환(기술혁신)이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농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기술 혁신 실험의 장이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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