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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기자] 12시간 넘나든 '구사일생'·'구제불능'...정신 붙들거나 놓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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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기자] 12시간 넘나든 '구사일생'·'구제불능'...정신 붙들거나 놓거나

ⓒ이하 프레시안, 네이버 블로그, 케이툰, 게티이미지뱅

○…전복된 어선에서 살아나기 위해 이를 꽉 깨물고 버텨내 '구사일생(九死無一生)'으로 살아난 선원들이 있었는가하면, 만취한 상태로 갯벌에 나간 뒤 바다에 있던 선박에서 곤히 잠을 자고 태연스럽게 등장한 '구제불능(救濟不能)'의 60대 남성이 있어 큰 대조.

먼저 '구제불능'의 진수를 보여준 A모(68) 씨는 전날인 12일 밤 10시 56분께 전북 고창군 심원면 월산리의 한 장어음식점 앞 갯벌에서 감쪽같이 증발.

일행 2명과 함께 조개 채취를 한다면 갯벌로 갔던 A 씨가 온데간데 없이 모습을 감추자 일행들은 초조와 걱정으로 좌불안석.

아무리 갯벌 주위를 둘러보고 소리를 질러봐도 무반응. 일행들은 곧바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은 다시 소방당국과 해경에 합동수색작업을 요청.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갯벌 현장에 모인 이들은 A 씨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동분서주.

새벽까지 이어진 수색에 별 성과가 없었던 경찰과 소방, 해경 관계자들은 날이 밝는대로 다시 수색작업을 이어가기로 한 뒤 잠시 철수.

13일 오전 9시 합동수색을 위해 현장에 모여든 경찰과 소방, 해경 관계자들은 수색드론 등 각종 장비를 최대한 동원해 갯벌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진행. 그런던 찰나 어디선가 A 씨를 찾았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면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시끌벅쩍.

이날 오전 11시 17분께 A 씨가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채 갯벌에 등장. A 씨가 갯벌 등장과 동시에 한 일은 일행들에게 전화를 걸어 되려 행방을 묻고 따졌다는 후문.

A 씨의 종적을 한번 따라가보니 '곤드레 만드레' 상태로 갯벌을 가로질러 깊은 바다 쪽에 놓아져 있던 작은 배 안으로 쏙 입장.

배 안에 들어간 A 씨는 곧바로 숙면. 그렇게 12시간 동안 걸친 긴 잠에서 눈을 뜬 A 씨는 주변에서 자신을 찾고 있는 실종수색은 관심조차 없고 그저 일행들의 행적 따지기에 급급.

A 씨가 전날 밤에 바다 쪽으로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썰물로 바다물이 빠져 가능했고, 그 바다 위에 때마침 놓여 있던 배 한척은 다름아닌 '시라시'(실뱀장어·장어치어) 잡이용 어선. 이 어선은 항상 바다에 띄워놓는다는 것이 어민들의 전언.

곧 있으면 일흔을 바라보는 A 씨가 주위와 세상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선 금주가 절실.



고창의 바다에선 '구제불능'의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면 군산의 바다에서는 2.8톤급 어선이 바다 한 가운데서 모습을 감춰 비상.

선장과 선원 2명이 승선한 A 호는 전날 새벽 1시 19분 출항해 조업을 마치고 입항하던 중에 해상에서 그물작업중이던 어선 B호(2.4톤 급, 승선원 1명)와 경미하게 추돌. 추돌사고 시간은 오전 7시 30분.

큰 사고가 아니어서 두 어선은 헤어졌고, 어선 B호는 뭍으로 안전하게 입항했다. 그런데 A호는 입항을 하기는커녕 아예 통신마저 두절되면서 실종상태.

해경이 이 사실을 파악한 오전 10시 49분. 해경 322함과 P-69정, 군산구조대 등 경비함정 8척을 비롯해 민간해양구조선 5척 등 총 13척과 해양구조협회 전북북부지부 드론순찰대 등 가용 장비를 총동원해 바다 위에서의 합동 수색이 전개됐다.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해경들의 머리 속으로 엄습하면서 수색에 만전. 수색이 시작된지는 9시간 정도가 흘렀을 무렵. 해경에 전복된 어선을 발견했다는 무전이 긴급 타전. 그 내용 속에는 선원 2명이 전복된 어선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반가운 뉴스도 첨가.

오후 7시 5분께 군산시 말도 남서 12㎞ 해상에서 전복된 A호를 발견하고 선원들을 구조한 안강망 어선이 있었기에 생존이 가능.

선장과 선원 2명이 생사기로에서 삶의 빛으로 눈부신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안강망 어선이 바다에 고정시켜 놓은 그물 때문으로 사실상 이들의 생명은 그물이 연장. 추돌사고 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파손에 의해 점점 배가 가라앉기 시작했고, 결국 배는 뒤집어진 채로 떠다니다 이 안강망 그물에 딱 걸리면서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

안강망 어업은 '조류가 빠른 해역의 입구에 전개장치를 부착한 자루모양의 그물을 닻으로 일시적으로 고정시켜 놓고 조류에 밀려 그물안에 들어온 대상물을 잡는 어업'을 뜻함.

무전을 받고 재빠르게 달려온 해경은 구조된 선장과 선원을 인계받아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한 뒤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한 다음에서야 전복된 선박을 견인해 뭍으로 귀환.

이로써 A호 선장과 선원은 실종 12시간 만에 구사일생으로 육지에 발을 다시 디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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