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임시회의록 공개…'불법 재투표' 논란 가열될 듯

이윤성 "투표를 종료합니다"…의원들 "종료하면 안돼요"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방송법 개정안의 1차 표결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투표를 종료하면 안된다"고 이윤성 국회 부의장을 만류하는 내용이 확인됐다.

국회 의사국이 24일 공개한 '제283회 국회 본회의 회의기록'(임시회의록)에 따르면 이윤성 부의장이 "투표를 다 하셨습니까? 투표를 종료합니다"라고 종료를 선언하자 이를 놓고 의원들이 보인 어수선한 반응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한 의원은 "투표를 종료한다고 했나"라고 묻기도 했고, "투표 종료하면 안돼요"라고 만류하는 의원, "투표 종료했잖아"라고 반박하는 의원의 목소리가 뒤섞여 있다. 이는 투표가 종료됐는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다투는 소리로, 정족수가 미달된 상태에서 종료된 표결은 곧 부결을 의미한다는 걸 알고 있는 여야 의원들이 현장에서 보인 반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의록에 분명히 이 부의장이 "투표를 종료합니다"라고 선언한 내용이 명시된 이상,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1차 표결은 부결로 간주함이 타당하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당시 전광판에도 표결이 완결돼 재석 145명, 찬성 142, 기권 3으로 확정된 상태였다.

또한 '투표 자체가 불성립했기 때문에 재투표를 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유권해석은 이 부의장의 투표 종료 선언이 공식적으로 확인됐으므로 근거가 박약해졌다. 2008년도 국회선례집에도 '투표 종료를 선포했을 때는 투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이 부의장은 정족수 미달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재석의원이 부족해 표결 불성립되었으니 다시 투표해 달라"고 재투표를 종용하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겼다.

한편 회의록에는 "지금 남의 자리에서 투표한 사람이 있어요"라고 외치는 장면도 기록으로 남아 대리투표 의혹 논란도 한층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22일 본회의의 두번 째 안건이었던 방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기록한 회의록 전문이다.

다음은 방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하는 순서입니다마는 이 안건에 대해서는 강승규 의원 외 168인으로부터 수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그러면 국회법 제96조 규정에 따라서 수정안부터 먼저 표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자투표)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효" 하는 의원 있음)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장내 소란)

투표를 다 하셨습니까? 투표를 종료합니다.

("좀 기다려야 돼요!" 하는 의원 있음.)

강승규 의원 수정안에 대해서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내 소란)

강승규 의원 외 168인으로부터 제출된 수정안에 대해서 투표를 다시 해주시기 바랍니다.

("종료하면 안돼요!" 하는 의원 있음)

투표를 다시 해주시기 바랍니다.

("투표를 종료한다고 했나?" 하는 의원 있음)

("아니요. 아직 종료 안했어요." 하는 의원 있음)

("투표를 종료한다는 소리를 안했기 때문에 아직 계세요!" 하는 의원 있음)

("투표 종료하면 안돼요!" 하는 의원 있음)

("투표 종료했잖아!" 하는 의원 있음)

("안했어요. 안했어." 하는 의원 있음)

"재석의원이 부족해 표결 불성립되었으니 다시 투표해 달라"

재석의원이 부족해서 표결 불성립되었으니 다시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자투표)

(장내 소란)

투표종료를 선언합니다.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153인 중 찬성 150인, 반대 0, 기권 3인으로서 강승규 의원 외 168인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