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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관련국과 '그랜드 바겐' 협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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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관련국과 '그랜드 바겐' 협의 중"

유엔총회-韓中·韓日 정상회담…"아직 핵포기 조짐 안보여"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유엔총회에 한중, 한일 정상회담 등 외교무대에서 '북한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은 조건없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 임할 것이며, 북한도 이런 노력에 조속히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랜드 바겐, 관련국과 협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나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을 폐기하면서 동시에 북한에게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지원을 본격화하는 일괄타결, 즉 그랜드 바겐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며 관련국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또한 지구상 유일한 분단지역인 한반도가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도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1992년 남북이 약속한 비핵화 공동선언은 지켜져야 하며,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교류를 확대하고 북한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지금이야말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그리고 북한 스스로를 위해 북한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임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9.19 공동성명과 10.4 선언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한편 이날 기조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과 '4대강 정비사업'을 적극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수십 년간 콘크리트로 뒤덮인 건천이었던 청계천을 복원해 1000만이 넘는 시민들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했다"면서 "이러한 경험과 성과는 한국을 동서로, 남북으로 관통하는 주요 강들을 살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적응에 있어서 물관리는 의장과 각국 정상,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면서 "보다 효과적인 국제협력 체계의 구축을 위해 특화되고 통합된 물관리 협력방안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신임 일본 총리. ⓒ청와대

"북한, 근본적으로 아직 핵 포기할 조짐이 안보여"

이날 열린 한중,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주된 의제는 단연 북핵문제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신임 일본 총리와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각종 유화조치를 '국제적 제재의 성과'로 평가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금 북한이 유화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UN 안보리 결의에 의거해서 국제사회가 공조해서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이) 근본적으로 아직 핵을 포기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비핵화가 명기되어 있다"며 "조문단의 방한 때도 거듭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북미 양자대화를 의식한 듯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고 핵 포기를 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양자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을 언급하며 "이웃 나라로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은 저지해야 한다"며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필요하다면 제재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어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시아의 비핵화는 물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계 전체를 핵 없는 세상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 ⓒ청와대

"그랜드 바겐, 체제 유지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 감안한 것"

앞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그랜드 바겐' 구상을 언급하면서 "단계별로 조각조각 협상하는 것이 아니고 일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북한을 안심시키고 핵을 포기시키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갖고 있는 이른바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들을 감안해서 중국, 미국 등 관련국들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체제의 안전과 과감한 경협지원을 약속하는 이른바 그랜드 바겐을 생각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같은 언급에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해 중국 측 참석자들이 경청하는 모습이었다"며 "말씀하시는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최근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북 결과를 설명한 뒤 "각국의 노력 덕분에 북핵 문제가 상당히 완화됐다"면서 "북한이 한국,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후 주석은 "전반적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 혹은 어떤 형식으로든 다자회담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각국이 노력한다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수석은 "이는 북한이 말하는 '다자회담'이 6자회담을 바로 말하는 것은 아님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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