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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역사의 한 시대 마감…이제는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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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역사의 한 시대 마감…이제는 '통합'"

라디오 연설…"관용과 타협이 '새로운 민주주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역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라디오 연설에서 최근 김 전 대통령을 조문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이 역사적 장면으로부터 화합과 통합이 바로 우리의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통합의 시대를 열고, 미움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사랑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우리는 이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열하면 작아지고, 통합하면 커진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민주주의는 대립과 투쟁을 친구로 삼기 보다는 관용과 타협을 친구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가 나아갈 길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와 합리적 절차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 사이에는 이미 이념 갈등이 약화되고 통합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는데, 유독 정치만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고 들었다"며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해 대통령인 저부터 앞장 서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지난 8.15 경축사에서 행정구역과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화두를 제기했던 이 대통령은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정치개혁도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반드시 할 것"이라고 재차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분열하면 작아지고 통합하면 커진다"라며 "지금이야말로 좋은 기회다. 이번 계기에 지역과 계층, 그리고 이념을 넘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 드린다"며 "이희호 여사와 남은 유족들에게도 다시 한 번 위로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래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구두 메시지를 상호 교환한 전날 북한 조문단 일행과의 면담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어제, 우리는 한국 현대사의 큰 정치지도자 한 분을 떠나보냈습니다. 온 국민이 경건한 마음으로 함께 애도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편히 잠들도록 기원했습니다. 올 해는 우리 사회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들이 여러 분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 분들의 삶과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살아온 길에 대해서도, 또한 살아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봄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평생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가셨습니다. 가시는 순간에도 우리 사회를 하나로 만드셨습니다. 수많은 국민들이 조문 행렬을 이루면서 기다리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나눴습니다. 이를 통해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우리 마음 속에 더 큰 분으로 남으셨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상과 빈소도 화해의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찾아가 화해하는 모습과 입장이 크게 달랐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만나는 모습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것입니다. 고인의 삶과 죽음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저는 역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이 역사적 장면으로부터 화합과 통합이 바로 우리의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제는 갈등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미움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사랑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대립과 투쟁을 친구로 삼기 보다는 관용과 타협을 친구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와 합리적 절차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입니다. 지난 주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세계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정치가 이제는 극한적인 대결과 낡은 이념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고 합니다. 국민들 사이에는 이미 이념 갈등이 약화되고 통합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는데, 유독 정치만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많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옳은 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통합'을 가장 중심적인 의제로 삼을 것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서기 위해, 대통령인 저부터 앞장 설 것입니다.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정치개혁도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반드시 할 것입니다. 옳은 길인 줄 알면서도 작은 이기심 때문에 정치 개혁을 외면한다면,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 특정 정파에 유리하다 불리하다를 넘어서,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신념입니다. 여야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분열하면 작아지고 통합하면 커집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이자 기회를 함께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 계기에 지역과 계층, 그리고 이념을 넘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선진일류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합의 길로 가려면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 따뜻해져야 합니다. 그 가능성을 우리 국민은 이번에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의견이 다를 수가 있고, 또 누구에게나 공과 과가 있습니다. 역사의 공과는 역사가들이 엄밀하게 평가하겠지만, 공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의 일부로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의 뜻도 바로 그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그 '기적의 역사'를 이끌어 온 전직 대통령들을 예우하고 존중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고 곧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는 길입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긍정의 역사, 승리의 역사로 이어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이희호 여사와 남은 유족들에게도 다시 한 번 위로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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