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간 생산되었던 '대통령 기록' 처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 기록의 범위 및 이관 절차 등이 특검 수사와 탄핵 인용 이후 복잡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생산된 대통령 기록이 영구 비공개 및 없어질 가능성도 높다.
우선 대통령 기록의 범위에 대해 정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대통령 기록물법에는 대통령 기록을 '대통령 및 대통령의 보좌 기관·자문 기관 및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에서 생산한 기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조항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것이 있다. 안종범 수석의 수첩 기록, 고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 정호성 녹음 기록 등이다. 이 기록들은 현재 특검의 핵심 증거 자료이기도 하다.
특검이 끝난 후, 이 기록들은 검찰에 비공개 기록으로 이관되며 그 이후에는 검찰 특수기록관에서 30년 동안 비공개 관리된다. 더욱 문제는 법에 따라 30년 이후에도 업무 수행에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국가기록원 등에 이관 시기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영구히 검찰의 증거 기록으로 보존되고 외부에서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위 기록들은 검찰의 증거 기록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보좌기관에서 생산한 명백한 대통령 기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기록들을 대통령 기록으로 편입해야 하며, 향후 비슷한 국정 농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독성이 높은 형태로 디지타이징(변환)해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후세대에 살아있는 민주주의에 관한 교육이다. 이에 대해 조영삼 박사(기록관리학)는 '검찰에 이 기록들이 이관되어 봉인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특별법(가칭 최순실 국정농단 기록 특별법)을 제정해 대통령 기록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 이후 대통령 기록 이관 철자도 사실상 비(非)법 상태로 되어 있다. 현 대통령 기록물법은 정상적인 임기를 마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법안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탄핵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대통령 기록물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점이라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대통령 기록물법에는 대통령 기록 이관에 관해 '대통령 임기 종료 6개월 전부터 이관 대상 대통령 기록물의 확인·목록 작성 및 정리 등 이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간에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여부, 공개 및 비공개 기록 분류, 비밀 기록 등을 분류하고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 준비를 해야 한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2017년 8월 25일부터 이 작업이 시작된다. 그러나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 청와대 직원들이 탄핵을 기정사실로 하고 대통령 기록 이관 준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탄핵이 무효라고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는데, 퇴임을 준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 파면이 확정되면 헌법에 따라 후임 대통령을 2개월 안에 선출해야 한다. 탄핵이 확정되는 순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야 하며, 청와대 비서진들도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 최종 결재자가 부재한데, 정상적인 업무가 될 가능성이 없으며 대통령 기록 이관도 체계적으로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법에서는 탄핵 등으로 대통령 기록생산기관이 폐지되면 대통령 기록을 중앙기록물관리기관으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절차는 없다. 따라서 대통령 기록관은 탄핵이 인용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현시점부터 대통령 기록 생산 목록 확인, 전자 및 비전자기록, 비밀기록 등을 확인해 대통령 기록 이관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현 시점에 대통령 기록 파기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상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청와대에서 공식 및 비공식적으로 생산된 기록은 수사의 증거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어느 때보다 대대적인 '대통령 기록 파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보듯, 관련 증언자들은 수시로 증언을 바꾸고 있으며, 기록들도 위조 및 파기하고 있는 정황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검의 강제수사 등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기록 파기가 매우 우려스럽다.
이에 대해 설문원 교수(부산대 문헌정보학과)는 <한겨레> 기고문에서 '검찰은 대통령 보좌 및 경호기관 등이 일체의 기록 폐기를 중지하도록 하고, 특히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은 채 파기하지 못하도록 청와대 업무용 피시의 하드디스크 파일과 이메일에 대한 폐기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어렵게 만들었던 대통령 기록체계는 최순실 사태로 사실상 무너졌다. 대통령 기록물법을 제정한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사태를 막으려는 목적이었지만, 정작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법으로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사태를 증거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기록' 이다. 이 기록들을 보호하고, 후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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