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감개가 무량하다고 해야 할까, 착잡하다고 해야 할까? 작년 7월에 복당하고 당사에 처음 와 봤다. 오려고 해도 올 수 없었고, 오고 싶어도 발이 오지 않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소외된 세력이 있는 데도 당이 이렇게 굴러온 것도 경이로운 일이다." (친박 무소속 연대 출신 복당파 이진복 의원)
"정말로 당사에 처음 오셨느냐. 청와대에 안가봤다는 사람은 봤어도 당사에 처음 왔다는 사람은…" (원희룡 쇄신특위위원장)
한나라당 쇄신특위 회의 첫 날 나온 이 대화는 한나라당 계파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국정 쇄신'과 '계파 화합' 등의 기치를 내건 쇄신특위 첫 회의에서 원 위원장은 "첫째 국민의 뜻에 따르는 쇄신특위, 둘째, 어떤 성역도 없는 쇄신특위, 셋째 집권 여당다운 책임있는 쇄신특위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원칙을 천명했다.
원 위원장은 이날 오후 회의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쇄신특위의 논의가 4.29 재보선 참패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반성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데 모든 위원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의견 일치를 위해 당 안팎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며 △여론 조사 △전문가 설문조사 △의원 및 당내 기구 구성원 설문조사 △빠른 시일내 구성될 전문가단의 자문 등을 통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각 위원별로 국정 쇄신 등과 관련한 '책임 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는 "속도감 있게 할 것"이라며 "6월 말에 쇄신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제는 많다. 과연 당·정·청을 아우르는 '국정 쇄신'이 쇄신위 주도로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또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일부 지도부는 "전권 부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당헌 당규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원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쇄신위가 재보선 참패 뿐 아니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자기 진단과 쇄신책이 (조기전대 등 보다) 더 급하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도 "국정 쇄신이 전제되지 않는 쇄신은 하나의 이벤트일 뿐"이라며 당 쇄신에 앞서 청와대와 정부의 쇄신이 선행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강경파는 '국정 쇄신' 목소리를 높이는 쇄신특위에 대해 회의적이다. 장제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쇄신위가 결정한 사안을 '당론'처럼 밀어붙인다면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쇄신특위 소속 중립파, 친이계는 원 의원장의 의견에 공감한다. 장윤석 의원은 "필요하다면 당헌 당규를 포함한 제도와 시스템 개선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기존의 관행과 권위, 당헌.당규를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을 해서 대안을 마련할 필요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원외 당협위원장으로 참여한 고경화 전 의원은 "정국 운영, 당 운영은 공식적인 당 기구에서 전면 운영하고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역시 '상왕 정치' 등의 폐해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 이진복 의원도 "보이지 않는 힘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진복 의원의 발언을 빼면 계파색을 드러내는 말은 드물었다. "성역없이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모두 공감했다.
쇄신위, '전권' 갖는 것 맞나?
결국 이같은 문제는 쇄신위의 권한과 목표가 어디까지인지에 달려있다. 친이계 강경파도 그렇지만 당장 공성진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는 아예 쇄신위를 최고위원회의의 하위 기구로 본다.
이날 아침 원희룡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쇄신안이) 만들어지면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 위원회의든 의총이든 추인할 수밖에 없지 누가 작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그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겠느냐"며 다소 소심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의원은 "(4.29 재보선 등을) 누구에게 책임을 지우느냐 문제로 쇄신위에 폭탄공이 와 있다"며 "전권이 부여 됐음을 확실히 해주기를 위원장에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진복 의원도 "전권이 부여되지 않으면 (나는) 빠지는 게 좋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범 의원은 "쇄신위를 놓고 당 안팎에서 냉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일정한 근거도 있다"고 말했고 김성태 의원은 "재보선 참패에 대한 당의 일치된 의견과 통일 없이 쇄신 방안을 마련한다는 자체가 딜레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원 위원장은 첫 회의를 끝내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 당 대표에게 위임된 전권을 가지고 성역 없이 접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범 초기인) 지금 상황에서 '전권 부여' 논의는 의미가 없다"며 "쇄신특위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위는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초선, 재선 의원 간담회를 갖는 등 부산을 떨었다. 친이직계 정태근 의원을 운영간사로 선임한 이들은 주 3회 정기회의를 갖고 회의 때 마다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책임발제를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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