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박희태 대표 중심으로 단합해서 쇄신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이 모임에는 이 대통령의 직계로 꼽히는 정두언 의원까지 참여했다.
청와대 향한 요구사항 '봇물'
▲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쇄신 물꼬'를 튼 민본21 의원들ⓒ프레시안 |
이날 간담회에서 남경필 의원은 "앞으로 조기 전대를 포함한 어떠한 형태의 (쇄신위) 논의결과도 당 지도부는 수용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현 지도부가 쇄신의 주체가 아니라 당 쇄신위가 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당 화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친박 원내대표 선출을 주장했다. 이들은 김무성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지지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의원도 "당이 분열됐고, 새로운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태적으로 움직인 것이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났다"며 "당 화합의 액션을 구체화해야 할 때이며 이번 원내대표 선출을 통해 그런 의지가 표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의원은 "당 단합이 친박 인사가 원내대표로 결정되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며 "원내대표 선거는 당 단합의 시작이어야 하며 그것을 시발로 해서 계속해서 진행해야 한다"며 친박 원내대표 선출로 쇄신 움직임이 중단되는 것을 우려했다.
쇄신특위 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원희룡 의원은 "국정 운영에 있어 우선 지나치게 부유층 중심의 편향된 정책으로 민심과 동떨어지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고유하게 정할 부분이 있지만 당도 충분히 독자성을 가지고 활발히 토론하 수 있는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 동안 정두언 의원은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 역시 "재선 이상이 앞장서자"는 원 의원의 제안에 "합시다"라고 맞장구 쳤다.
이날 정병국 의원은 "정치인 출신을 배제한 내각 구성 원칙은 지난 1년동안 실험을 해봤지만 정치인이 참여했을 때보다 낫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현장에서 민의를 담당하고 접촉하는 사람들이 실감있는 정책을 입안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형님'이야기 못 꺼내는 쇄신파의 한계
이날 모임을 주도한 남경필 의원은 "진영 의원도 계시다가 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친박 출신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
이날 '원조 소장파'들의 의견은 '쇄신 포문'을 열었던 민본21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희태 대표 역시 이날 오전 이 대통령과의 조찬 회동 직후 최고중진연석회의 자리에서 "쇄신특위에서 전권을 갖고 당의 모든 인재, 당의 기구와 운영 형태 등등 우리가 정말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쇄신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민본21이나 이들의 의견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내에서 쇄신요구가 높은 편이지만 현 여권의 문제점은 한나라당 공조직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결국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조소장파들까지 힘을 싣고 나섬에 따라 원내대표 자리는 김무성 의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부유층 위주의 정책 기조 전환 △청와대와 내각 인적 개편 등의 요구를 청와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친이계 최대 조직인 '함께 내일로'도 이날 오전 모임을 가졌지만 이들도 조기전당대회나 전면적 쇄신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를 가진 '원조 소장파' 그룹이나 민본21이 이상득 의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 부분을 정면으로 지적하지 못한 점이 이들의 한계를 방증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결국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에 풀어야 되는 문제가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통 큰 단결'을 이끌어 낼 경우 한나라당의 잡음은 순식간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도 크지 않고, 실현된다 할지라도 결국 '계파 환원론'을 증명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쇄신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다. 이 지점이 한나라당 주류를 비롯해 소장파가 처한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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