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13일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조기전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친박계는 대체로 부정적이고 친이계 내에선 부정과 찬성이 혼재한다.
양상은 복잡하지만 '조기전대론' 찬반의 이면에는 당내 개혁파와 친박계가 주장하고 있는 '국정기조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친이 주류진영의 암묵적 공감대가 깔려 있다.
친이 조기전대 찬성파들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이상득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짝퉁 쇄신파'라는 일각의 의구심은 대체로 이들을 향한다.
민본21 간사 김성식 의원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조기전대를 악용하려는 일부 세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친이 강경파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은 "계파 이해관계에 따른 국면 전환용 조기전대는 안된다"고 말했다.
개혁파와 친이 강경파가 조기전대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하지만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에 대해선 정반대 입장이다.
친이명박계, '국정 쇄신'?…"모내기 했는데 싹을 뽑자는 것"
친이계 중에서도 정태근, 권택기 의원 등 민본 21 소속 의원들은 '국정 쇄신'에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친이 다수의 목소리는 이와 다르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현 국정 기조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쪽이다.
친이 직계인 조해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속도전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출범 1년 동안 촛불 집회 등으로 국정운영이 지체된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행정안전위에서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이은재 의원도 "아직 MB정책이 다 나오지 않았고 경제 지표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효과를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며 "이제 모내기를 했는데 싹을 자르겠다는 것은 너무 나간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선진평화연대 출신인 장 의원은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말은 정부를 바꾸라는 것이냐"면서 "(4.29 재보선과 같은) 초미니 선거보다 4.9 총선의 민의가 더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재보선 참패 과정의 민심은 국정 실패에 따른 실망이 아니라 '여당 견제'와 함께 '화합'에 대한 주문"이라고 분석하며 "쇄신특위가 '국정 쇄신'을 당론처럼 결정하고 밀어붙이면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조기전대? 친이계 찬반의 이면
결국 조기전대는 '국정쇄신'의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다. 친이 조직 중 덩치가 제일 큰 '함께 내일로'는 이날 간담회를 갖고 지도부 교체를 위한 '조기전대 개최'가 쇄신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18일 의원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차명진 의원은 "조기전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재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조기전대를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란만 더 가중시킬 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이날 "지도부 교체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조해진 의원은 "계파간 '혈투'가 벌어지게 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현 지도부 체제로 어렵다고는 생각하지만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지금 국민들이 경제위기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전대는 의미도 없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쪽이 조기전대에 좀 더 적극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극소수를 제외한 친이계의 대다수는 '국정기조 전환 반대'라는 점이다. 한나라당 쇄신의 길이 험난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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