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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열심히 일해도 늘 가난한가"

[복지국가SOCIETY]노동자에만 엄한 '법과 원칙', 기업에도 적용해야

근로 빈곤층(working poor)이란 일해도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을 말한다. 도시 근로자 가구 중 경상소득이 중위소득의 60%에 미치지 못한 가구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 빈곤층은 약 16.6%나 된다. 임금근로자 중 근로 빈곤의 잠재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월 소득 100만~200만 원인 근로자는 38.3%이고, 근로 빈곤층과 근로 빈곤의 잠재 위험군을 합한 규모는 전체 근로자의 51.8%에 이른다.

비정규직 및 저임금 근로자의 현황과 문제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는 2013년 8월 기준 594만 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2.6%를 차지한다. 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는 2013년 8월 기준으로 818만 2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46.1%나 된다. 어느 쪽 수치를 보더라도 그 규모가 매우 크고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56.1%에 불과하고, 최근 10년간 그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또 2013년 정규직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81.2%였으나 비정규직은 39.2%에 불과했다. 직장건강보험 가입률도 정규직 근로자는 83.5%였으나 비정규직은 46.2%에 그쳤다. 고용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은 80.6%였으나 비정규직은 43.6%에 그쳤다.

근로 빈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저해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 가구의 소득 수준이 개선되지 않으면, 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 경제 침체를 불러일으킨다. 전체 근로자의 46%나 되는 800여만 명의 이들 근로자가 정규직보다 연간 1000만 원 정도 덜 받는다. 이들 가구들의 가처분 소득 감소 규모는 연간 92조 원에 이른다. 따라서 이하의 글에서는 이러한 근로 빈곤 문제의 해법을 강구해본다.

고용률 제고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일자리 정책

첫째,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하였다.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려면 청년과 고학력 여성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공무원 증원 이외에도,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통해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기혼 여성이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 할 때 주어지는 일자리의 질도 높여야 한다.

▲ 성별 임금 격차. ⓒ통계청

둘째,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 이하로 단축해야 한다. 이것을 달성하려면, 일차적으로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시간 한도 지키기, 휴일근로 초과근로시간 산입,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장시간 근로를 강제하는 교대제 개편 등'의 대선 공약을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공약이 실현되기는 불가능하다.

예컨대, 공약에서 열거한 정책수단들을 동원해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탈법적인 초과근로를 모두 없앤다 하더라도, 연간 노동시간은 2247시간(주 43.1시간)에서 2164시간(주 41.5시간)으로 83시간 줄어들 뿐이다. 주5일제를 전면 실시하고,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시간 한도를 주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하고, 휴일 휴가를 확대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비정규직 비율을 35%로 축소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 고용 관행 정착'을 공약했다.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는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대기업에는 고용형태별 고용현황 공시제도 등을 마련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사용기간 2년에 구애받지 말고 상시·지속적 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청소·경비 등 간접고용도 정규직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일시·간헐적 업무와 정규직 전환 예외 조항을 너무 넓게 허용해 왔는바,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 정원의 합리적 조정, 인건비 총액 관리제와 국·시비 매칭 사업 재검토, 경영 평가와 기관장 평가에 정규직 전환 실적 반영, 무기계약 전환자에 적합한 직급체계와 임금체계 신설, 합리적 근거 없는 민간 위탁사업의 공공부문 직접 시행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2013년 8월 기준, 정부는 비정규직 비율을 32.6%로 추정하고, 노동계는 46.1%로 추정한다. 따라서 '2017년 비정규직 비율 25%(정부 기준) 또는 35%(노동계 기준)'를 목표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감독 강화

또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적정 최저임금 수준의 목표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평균 임금의 50%'로 하되, 최저임금의 최저인상률 가이드라인은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소득분배 조정치'로 하여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하면 된다. 공약대로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고 근로감독 행정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가사 사용인과 수습 사용 중인 자, 감시 단속적 근로자는 최저임금을 100% 적용'하고, '정신 또는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감액 적용'하는 식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부터 일벌백계하는 식으로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전담 근로감독관을 두고, 명예 근로감독관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주의 명단 공개(3진 아웃), 최저임금 위반 신고 시 구비서류 등의 간소화, 최저임금 준수에 대한 사용자 입증 책임, 최저임금 위반 적발 즉시 과태료 부과, 체불된 최저임금의 노동부 '선(先)지급 후(後)대위권' 행사 등의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에 상응하는 실질임금의 인상

우리나라는 실질임금 인상률이 경제 성장률(생산성)에 못 미치면서, 지속적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고 임금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2년 선진국에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한 원인을 실증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금융화가 46%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다음으로는 제도변화(복지국가 축소, 노조조직률 하락)가 25%, 세계화 19%, 기술 혁신이 10% 순이었다.

노동소득 분배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는 생산성에 상응하는 실질 임금 인상, 교섭력의 균형 회복, 최저임금 인상, 금융 규제 및 세제와 사회 보장 개혁이 꼽힌다. 성장에 못 미치는 임금 인상은 불평등의 심화와 내수 기반의 잠식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는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해결하고, 매년 임금인상률을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소득분배 조정치'를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

노동자에게만 엄격한 '법과 원칙', 탈법 기업에도 적용해야

▲ 노동 현장에서 최저임금 등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역대 정부는 중소 영세업체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 가해지는 각종 탈법은 눈감으면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유난히 강조해 왔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을 소지가 크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노동 인권을 신장하는 방향에서 '법과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요즘 노동 현장은 각종 탈법과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 법정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가 170만 명(전체 노동자의 9.6%)이고,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탈법적인 장시간 근로자가 380만 명(21.8%)에 이른다. 법으로 금지된 유해 위험 작업을 사내하청에 떠넘겨 억울한 죽음이 잇따른다. 또, 부당노동행위와 용역 폭력,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 체불 임금, 사업장 내 폭력·폭행·성희롱, 정리해고 남용과 부당해고 등 무법천지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근로감독행정을 강화하고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대기업부터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중앙-산업·지역-기업'의 중층적 노사관계 구축

헌법으로 보장된 단결권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다. 하지만 지난 60년 동안 노조 조직률이 10%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 앞으로도 노조 조직률이 10%대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1987~1989년처럼 노동 운동이 폭발적으로 고양된 정치·사회적 격변기에도 10%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고, 그때와 같은 정치·사회적 격변기가 다시 찾아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노사관계 체제에서는 앞으로도 전체 노동자의 80~90%가 노조 가입조차 배제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전망이다.

노동조합에는 가입하지 못해도 단체협약은 적용받을 수 있도록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36조(지역적 구속력) 제1항은 '한 지역의 동종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한 단체협약을 적용받게 된 때에는, 행정관청은 당해 단체협약 당사자의 쌍방 또는 일방의 신청에 의하거나 그 직권으로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당해 지역에서 종업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와 그 사용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을 적용한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항은 사실상 단체협약 효력 확장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에 대해서는 '노사 쌍방이 초기업 수준에서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해당 부문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처럼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를 개정한다 해도 기업별로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면 그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앙에서는 유명무실한 노사정협의체를 재정비하고 의제별로 노사정 교섭·협의를 활성화함과 동시에, 산업·지역 등 초기업 수준에서는 단체교섭과 노사(정)협의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 또 초기업 노조를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공공부문의 산업별 교섭에서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기업 수준에서는 노사협의회를 종업원 대표기구로 재편하고 노사협의와 공동 결정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리하여 '중앙-산업·지역-기업'을 잇는 중층적 노사관계가 구축된다면, 한국 노사관계 시스템의 역기능은 줄고 순기능은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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