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books'는 2014년 신년호로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나오길 바라는 미래의 책들에 대한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일곱 명의 필자들에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 당신이 읽고 싶은 책, 번역되길 바라는 책과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13일 송년호에서 예고했던 페이지 개편은 기술적인 문제로 1월 17일부터 구현됩니다. 예고한 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독자 여러분, 2014년에도 프레시안 books를 사랑해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아래 글은 2014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 '하우, 미스터리'입니다. 미스터리소설 사이트 '하우미스터리'의 운영자이자 미스터리 소설 편집자로서도 유명세를 떨치는 윤영천이 새롭게 시작하는 코너입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미스터리 50권'(여러분의 호응에 따라 100권으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목록을 차근차근 정리해줄 그의 '음산한' 가이드에 동참해 주십시오. |
1.
'장르 소설'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대중문학 중에서 '미스터리'는 특히 흥미롭다. 죽음을 다루는 선정적인 문학이지만, 형식적으로는 가장 딱딱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장르 초기 주도적인 미스터리 작가들은 20규칙이니, 10계니 하며 세부적인 항목으로 스스로를 제안했고, 또 다른 작가들은 그에 반발해 전혀 다른 흐름으로 각각 가지를 쳐갔다.
하지만 역사적 흐름에 따라서 죽음을 다루는 태도는 who(누가 죽였는가?), how(어떻게 죽었는가?), why(왜 죽었는가?)로 변해갔으며 오늘날에는 모든 태도가 혼재돼 있음은 물론, 장르 외적 요소마저 영입돼 '미스터리'라는 이름의 모호하고 커다란 울타리만 남게 됐다. 미스터리가 오늘날 이런 모습으로 남게 된 이유는 장르의 그 성격상, 현실을 기반으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물려야만 하는 숙명 때문에 미스터리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갔다.
'하우, 미스터리'는 그 모호하고 커다란 울타리를 더듬어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몇 가지 기준을 둘 예정인데, 먼저 이 글은 미스터리에 익숙지 않은 '비교적' 초심자를 대상으로 한다. 파격과 예외는 가급적 지양하고 장르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만을 다룰 것이기 때문에 시쳇말로 고수들이 이 글을 읽게 되면 뻔한 추천에 시시해할 수도 있겠다.
▲ <블러디 머더>(줄리언 시먼스 지음, 김명남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을유문화사 |
연재 순서는 미스터리 장르의 역사적 흐름에 따른다. 아무튼, 이 글이 170여 년에 달하는 미스터리의 세계에 진입하는 간단한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2.
미스터리 장르의 기원에는 다양한 이견이 있다. 줄리언 시먼스는 그의 저서 <블러디 머더>(김명남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에서 그 이견들을 '지겨운 진흙탕 논쟁'이라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이다. 까마득한 고전과 성서의 한 페이지에서 기원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강력한 후보작들은 1700년대 말에서 1800년대 중반 사이에 위치해 있다. 결국, 미스터리는 '사회적 의미를 갖는 범죄'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1841)은 근대적 의미를 지닌 최초의 미스터리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인서가 발급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연구자 대부분의 의견이며 또 수많은 백과사전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7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MWA(Mystery Writers of America, 미국미스터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상 이름이 에드거 상(Edgar Awards)이며, 부상으로 에드거 앨런 포 흉상을 주는 것은 괜한 이유가 아니다. 이른바 '원조'의 특권인 셈이다.
창조주라는 명예로운 왕관을 쓴 에드거 앨런 포가 미스터리 장르의 탄생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그는 다만 예술적 욕구를 형상화할 만한 문학적 형식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고 그런 중에 연금술 같은 화학 반응이 일어났던 것이다. 물론 시대의 요구, 영향을 준 작품들(프랑수아 비도크의 <회고록>(1829년)의 영향은 확실해 보인다)이 있었겠지만, 미스터리 장르는 불행했던 한 천재에 의해서 홀연히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3.
'모르그 거리의 살인'(1841), '마리 로제의 미스터리'(1843), '도둑맞은 편지'(1844∼1845)에는 모두 오귀스트 뒤팽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비록 그는 작품 속에서 탐정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지만, 미스터리 역사에 등장한 근대적 의미의 첫 번째 탐정이다.
▲ <우울과 몽상>(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하늘연못 펴냄). ⓒ하늘연못 |
'나'는 그의 놀라운 능력을 기록으로 남기는데, 그 기록들이 바로 '모르그 거리의 살인', '마리 로제의 미스터리', '도둑맞은 편지'이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에서 오귀스트 뒤팽은 밀폐된 공간에서 두 모녀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과 마주하는데, 관련 신문기사를 읽고 사건 현장을 방문한 후 증언의 모순과 밀실의 허점을 찾아내 간단하게 범행을 저지른 존재를 지목한다. '마리 로제의 미스터리'에서는 실종 이후 의문의 죽음을 맞은 아가씨 마리 로제의 미스터리를 오로지 신문 기사만으로 파헤치며,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심리적인 맹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스캔들에 휩싸인 편지를 손쉽게 찾아내고 5만 프랑의 상금까지 거머쥔다.
4.
170여 년 전에 쓰인 이 작품들은 '처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완벽한 미스터리 구조를 제시했다. 세 단편들이 비슷한 시기의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초의 미스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이로울 정도로 완벽한 형식미 때문이다.
세 단편은 미스터리의 단골 시점이라 할만한 1인칭 관찰자 시점(놀라운 능력을 지닌 탐정을 관찰하는 일반인)으로 쓰여 있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은 고전적인 미스터리의 구성(기이한 사건 - 논리적 추리 - 놀라운 결론)의 완성형이며, 현대에도 가장 까다로운 소재인 '밀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마리 로제의 미스터리'는 팩션의 성격마저 지니고 있으며, 작품 속 오귀스트 뒤팽은 사건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 정답을 도출하는 안락의자 탐정의 원형을 보여준다.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상류층의 스캔들, 무능한 경찰과 유능한 탐정이라는 (지금은) 흔한 구도를 명쾌하게 보여주며, (이제는) 일일이 그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이 사용된 심리적 맹점을 이용한 트릭을 선보인다.
▲ <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로렌스 블록·스티븐 킹 외 지음, 조영학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알에이치코리아 |
"우리가 현재 접하는 모든 미스터리 캐릭터, 무대, 사건 등을 그가 만들어 냈기 때문에 현대의 작가들은 그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일종의 '도둑'일 뿐이다."
함께 읽어볼 만한 작품들 -'황금 풍뎅이' '범인은 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또 다른 단편들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지 않으나 미스터리의 색채를 띠는 단편들. '황금 풍뎅이'는 양피지에 적힌 암호를 해독하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으로 셜록 홈즈 시리즈 중 역시 암호를 다루고 있는 '춤추는 사람 그림'에 영향을 끼쳤다. '범인은 너다'는 거짓 증거를 이용한 함정 수사 기법이 등장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매튜 펄 지음, 이은선 옮김, 펄프 펴냄) <단테 클럽>(장은수·이미정 옮김, 펄프 펴냄)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매튜 펄의 소설.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인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을 다뤘다. 미국 문학을 '확실하게' 전공한 매튜 펄은 에드거 앨런 포와 그 시대를 꼼꼼하게 추적하고 그 죽음에 대한 하나의 이론을 도출해낸다. 세밀하게 그려진 19세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다. -<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에드거 앨런 포 탄생 200주년(2009년)을 기념해 에드거 상 수상자 20명이 참여한 에세이집.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과 그에 대한 에세이가 함께 수록돼 있으며 편집은 마이클 코넬리가 맡았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과 현대에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그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특별한 작품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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