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2월 04일 02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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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세속적 언어로 살아온 삶, 이 아름다운 시를 널리 알려야겠다
[최재천의 책갈피]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메리 올리버, 민승남 옮김
"난 아주 단순한 글을/ 쓰고 싶어,/ 사랑에 대해/ 고통에 대해/ 당신이 읽으면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읽는 내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도록 ('난 아주 단순한 글을 쓰고 싶어' 중)" 2021년 가을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읽다가, 감사의 글 마지막 문장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가 만나 나누는 '음악 이야기'
[최재천의 책갈피]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지음, 이정미 옮김
독서 애호가로 유명한 최재천 변호사의 <최재천의 책갈피> 연재를 다시 시작합니다. 스마트폰 시대, 영상 시대, '쇼츠' 시대에도 여전히 책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매일 새롭고 두근거리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짧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난무하지만, 여전히 책은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정신을 깨우고, 생각
"에코백과 텀블러를 쓰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최재천의 책갈피]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사이토 고헤이 지음, 김영현 옮김
201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 시는 누구나 따먹어도 되는 '공공 과일나무'를 심기로 했다. 시를 도시 과수원으로 만든 것이다. 이는 정치경제학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도시에서 채소와 과실을 재배하는 것은 굶주린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할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농업과 환경을 향한 관심을 고취한다. 가령 누구도 배기가스로 범벅이 된 과일을 먹고 싶지는 않을 테니, 대
지금, 다시 '계몽'…"나는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가능주의자입니다"
[최재천의 책갈피] <지금 다시 계몽>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계몽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제목으로 한 1784년의 에세이에서 이마누엘 칸트는 이렇게 답했다. 계몽은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 상태나 종교적 권위나 정치적 권위의 "도그마와 인습"에 "나태하고 소심하게" 복종하는 상태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몽주의의 모토는 "감히 알려고 하라!"가 된다. 이럴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이 책의 가치는 이 한 문장으로 충분했다
[최재천의 책갈피]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1997년 여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앞 공중전화에서였다. 아버님의 검진이 끝날 시간에 맞춰 서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하고 받는 형의 목소리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갔다. 화장실로 들어갔다. 문을 꼭 닫고 울기 시작했다. 울다가 거울을 보고 다시 소리를 치고. '이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삶의 의미, 내 삶에 대한 가치 평가는
"죽음보다는 추한 삶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
[최재천의 책갈피]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2018년 69세의 어떤 네덜란드인이 서류상의 나이를 고쳐달라며 나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기가 느끼는 나이는 49세인데 공식 기록상의 나이 때문에 일과 연애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였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그랬던가. "죽음보다는 추한 삶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고. 지난해 말 달력을 선물받고는 나도 모르게 '으앗.' 탄식을 내뱉었다. 달력에는
'학예사'이던 시절이 가고 '큐레이터' 시대가 왔다
[최재천의 책갈피] <한번쯤, 큐레이터> 정명희 지음
박물관 큐레이터가 유물 수장고에 들어갈 때는 스카프나 넥타이를 매서는 안된다. 통이 넓은 바지나 스커트, 굽이 높은 신발도 신을 수 없다. 유물에 닿을까 넘어질까 염려해서다. 정식 매뉴얼은 아니지만 불문율이다. "신입 시절 선배들은 수장고 작업이 있거나 벽부 진열장 안에 들어가 유물을 교체할 때면 일단 바지 밑단을 양말 안에 접어 넣었다. 처음 그 모습을
정약용이 '기괴하고 음란하다'고 평한 책 <청나라 귀신요괴전>
[최재천의 책갈피] <청나라 귀신요괴전> 1·2, 원매 지음, 조성환 옮김
이선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절에 가서 향을 사르다 미녀를 발견했다. 달콤한 말로 꼬드기자 따라왔다. 함께 살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씨의 몸이 갈수록 여위어갔다. 마음속으로 여우임을 눈치챘지만 그녀를 쫓아낼 방법이 없었다. 친구와 상의했다. "<동의보감>에 여우 퇴치 방법이 나와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한번 시험해보지 않겠는가?
미래를 엿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최재천의 책갈피] <예측의 역사>, 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김하현 옮김
1970년대 말, 유머 감각으로 유명했던 라파엘 에이탄이 이스라엘의 참모총장직을 맡고 있었다. 공군의 군사 작전을 승인해야 했던 그가 책임자에게 물었다. "날씨가 어떨 것 같애." "20퍼센트의 확률로 비가 올 것 같습니다." "틀렸어. 비 올 확률은 50퍼센트야. 비가 오거나 안 오거나 둘 중 하나지." 우리 모두는 알고 싶어한다. 날씨에 맞게 옷을 입
전지구적 재앙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길까
[최재천의 책갈피] <둠 : 재앙의 정치학>, <신의 화살>
"인류의 큰 적은 단 셋뿐이니 열병, 기아, 전쟁이다. 그중 단연코 가장 크고 무시무시한 적은 열병이다.(윌리엄 오슬러, 1896)" 열병 혹은 역병 혹은 전염병이 인류와 떨어져 산 적은 단 하루도 없었다. 재난 또한 유사 이전부터 동반자였다. 늘 인재라 탓하지만 사실 자연적 재난과 인공적 재난이라는 식의 분명한 이분법이라 성립하기 어렵다. 더구나 병원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