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1일 2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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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지나간 일을 서술하여, 다가올 일을 생각한다"
[최재천의 책갈피] <사마천 평전> 장다커 글, 장세후 번역, 연암서가
추사 김정희 선생이 '경경위사(經經緯史)'라는 글씨를 남겼다. 가헌 최완수 선생이 계시던 간송미술관에도 경봉 스님이 쓴 같은 글씨가 걸려 있었다. '경전을 날줄로 삼고, 역사를 씨줄로 삼는다'는 글의 의미가 이제는 조금씩 다가오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중국에서 저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책은 기원전 1세기에 나온 사마천의 <사기>다.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붉은 인간'들,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살아있다.
[최재천의 책갈피] <붉은 인간의 최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글, 김하은 번역
"악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에 대한 첫 번째 책임은/ 악의 눈먼 수행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악을 정신적으로 방관한 선의 추종자들에게 있다." (표도르 스테푼,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못한 일들>) 소련은 붕괴됐다. 하지만 '붉은 인간'들, '호모 소비에티쿠스(Homo Sovieticus)'는 살아있다. "공산주의에는 '오래된 사람'
읽자, 그리고 말하자!…'유튜브'에서 '텍스트'로 돌아가기
[최재천의 책갈피] <도올 주역 계사전>, <도올 주역 강해>,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1985년 1월, 그러니까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때다. 바리바리 이불 보따리와 책짐을 꾸려 신림동 고시원에 들어갔다. 남녘에서 살다온 내게 관악 계곡의 바람은 어찌 그리도 살을 에던지. 시절이 그만큼 엄혹했기 때문이었을까. 공부에 지치면 서점에 가 비법률 서적을 훑어보는게 유일한 휴식이었다. <동양학, 어떻게 할것인가>를 손에 들었다. 가난한
지극히 아름답고 떨림이 있는 철학 책
[최재천의 책갈피]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하임 샤피라 글, 정지현 번역, 디플롯
말년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친구에게 토로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한 치의 후회도 없지만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인생이 온통 고통과 괴로움뿐이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75년이라는 세월 동안 진정한 기쁨을 누린 시간은 고작 4주도 안 되는 것 같다. 나에게 인생은 마치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지는 거대한 돌과 같아서, 그 돌이
가짜 노동, 그리고 진짜 노동
[최재천의 책갈피] <가짜노동>, <진짜노동>
키 22m, 몸무게는 50t나 되는 거대한 인간이 35초에 한 번씩 망치질을 한다. 서울 새문안로 흥국생명 사옥 앞의 조형물, 미국의 설치미술가 조너선 보롭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이다. 크기는 다르지만 같은 제목을 단 작가의 작품들은 오늘도 세계 11곳의 도시에서 허공을 향해 망치질 중이다. 흥미로운 건 서울의 작품이 가장 크고
미국에게 반도체법은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였다
[최재천의 책갈피]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느님의 나라에는 직선이 없다(훈데르트바서)'고 했다. 당연하게도 "(반도체) 비즈니스에는 직선이 없다." 쟁기는 식량과 지상의 풍경을 바꾸었으며, 금속 활판 인쇄술은 교육을 바꾸었다. 자동차는 지평을 멀찍이 확장하며 중력의 법칙을 완화시켰고 에디슨의 전구는 밤을 밝혔다. "마이크로칩은 이들 모두를 능가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명이 될 수 있
"한국은 더이상 고래들 사이에 등이 터지는 새우가 아니다"
[최재천의 책갈피] <새우에서 고래로> 라몬 파체코 파르도 글, 박세연 번역
풍수지리나 관상학에 깊숙이 침투해있기에, 별로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이나 나라를 '동물'에 비유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한듯 싶다. 싱가폴의 어느 학자는 스리랑카의 속담을 빌어와 한반도를 잔디밭에 비유한다. "코끼리가 싸움을 해도 잔디밭은 망가지고, 코끼리가 사랑을 해도 잔디밭은 망가진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다른 비유를 들었다. "도랑에 든 소가
여전히 성스러운 '시인공화국'을 꿈꾼다
[최재천의 책갈피] <마음의 집> 김초혜
김초혜 시인이 자신의 시에게 말을 건넨다. "내 안에 산다//내 안에서/희로애락, 오욕칠정/품고 있다//부화될 날을 기다린다//" (<나의 시에게>) 젊은 날, '사랑도 인생도 한판 굿'이라던 시인 김초혜 선생이 시업 60년(인생 80년)을 맞아 신작 시집 <<마음의 집>>에 시를 부화했다. 서문 격인 '시인의 말'에서
임윤찬이 외우다시피 읽은 이 책, 완전히 빠져들게 한다
[최재천의 책갈피]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글, 이영미 번역, 고유서가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최대의 선물은 자유의지이다." (단테) 인간은 자유다. 인간은 자유로운 의지를 갖고 있기에 스스로 존엄하다. 자유로운 의지는 예술적 상상력의 텃밭이다. 인간은 가장 기본적 자유인 표현할 권리를 통해 때로는 몸짓으로, 때로는 선율로 자유 의지를 드러낸다. 2022년 6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당시 18세 피아니스트 임윤
더 나은 인생을 위한 '그만두기'의 기술
[최재천의 책갈피] <그릿>, <퀴팅>
그릿(GRIT)이 있다.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이다. 다들 성공을 꿈꾸기에 그릿은 찬양되어야 마땅하다. "그릿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은 종교개혁의 유산입니다. 아메리칸드림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애덤 그랜트) 하지만 현실은 그릿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더 많을 수 있다. 책에서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를 만난다.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