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운동하도록 진화했을까. "인간은 운동하도록 진화한 게 아니라, 필요할 때 몸을 움직이도록 진화했다." 인간진화생물학자인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움직이기 싫어하도록 진화한 몸을 어떻게 운동하게 할 것인가?"
저자의 결론이다. "운동을 필요하고 재밌는 것으로 만들어라. 주로 유산소운동을 하되, 약간의 웨이트운동도 병행하라.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는 건 전혀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나이 들어서도 운동을 계속 하라."
1987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에 대해 언급했다. "누구 하나 죽지 않았어도 그게 정말 힘든 일이라면, 왜 무리해서 도전해야 하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우리가 운동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오늘날 '운동이라고 하면 건강과 건장한 신체를 위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신체 활동'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운동을 하게 된 건 최근의 현상이다. 심지어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뜻을 갖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책의 핵심을 정곡으로 찌르는 신체 활동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걷기다. 평균적인 수렵채집인 남자와 여자는 각각 하루에 14킬로미터와 10킬로미터가량을 걷는다. 이들이 이렇게 걷는 것은 건강이나 몸매 관리를 생각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다. 평균적인 수렵채집인이 1년 동안 걷는 거리는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른다. 자 그렇다면 인간은 '끈기를 갖고 걷는 동물'이다.
"반면, 휴대전화에서 끌어 모은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인 미국인은 하루에 4,774보, 평균적인 영국인은 5,444보, 평균적인 일본인은 6,010보를 걷는다." 이 수치도 평균치 일 뿐이다. 그래서 만보 걷기가 건강의 목표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걷거나 뛴다. 이처럼 생긴 장치는 로마인이 윈치의 방향을 틀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처음 사용했단다. 흥미로운건 1818년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발명가 윌리엄 큐빗은 이를 개조해 수형자들에게 벌을 주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빨리 걷는 것은 잉글랜드에서 만큼은 한세기 이상 형벌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헬스클럽의 상징이 되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때로는 헬스클럽 가는 일이 고역인 사람도 많다. 인간의 진화, 나아가 러닝머신의 진화가 이를 말해주는 것일까. 운동에 얽힌, 인간 진화의 역사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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