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1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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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과 양귀비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4> 들풀은 깍지 끼고 산다
봄에 굳은 땅을 비집고 나온 풀들이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강아지풀, 바랭이, 쇠비름, 개망초, 씀바귀, 쑥부쟁이, 등 풀들은 혹독했던 겨울 추위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가지각색의 풀들이 뿌리와 줄기가 얽혀도 자리다툼하는 일 없이 곁가지를 치며 들판으로 번
한정선 작가
독수리들의 아고라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3> 채식주의자 구별법
"우리의 습성을 바꾸려는 불순한 자가 있습니다." 검독수리가 숲의 광장에 모인 무리들을 향해 폭탄 발언을 했다. 검독수리는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채식주의자인 그 자가 독수리들을 불온한 생각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독수리들이 집단으로 발작을 일으켰다
자벌레의 완벽한 자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2>
두 애벌레가 떡갈나무 잎에서 옥신각신했다. 마지막 남은 떡갈나무 두 잎을 두고 서로 자신의 밥이라고 우겼다. 말다툼 끝에, 두 애벌레는 자벌레를 불러 임자를 가려달라고 부탁했다.
무너진 둑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1> 누가 둑을 무너뜨렸는가
연못 둑이 무너졌다. 구멍이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둑 한 쪽이 툭 터져버렸다. 책임을 둘러싸고 재판이 열렸다. 재판관인 게아재비와 소금쟁이 앞에 메기, 붕어, 미꾸라지, 우렁이가 불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