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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도미노…혁신도시도 분양가 인하키로

기업은 헐값에 토지 매입, 재정부담ㆍ국민세금은 늘어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역차별 논란에 시달렸던 정부가 혁신도시와 산업단지에 원형지(개발하지 않은 토지)를 확대 공급하고 분양가를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방침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재정 소요 증가가 불가피해 세종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정부는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 조정회의를 열고,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사업에 대해 이와 같은 보완 방안을 확정했다. 재정을 풀어 지방 도시 곳곳에 '당근'을 쥐어줘 잡음을 차단하겠다는 심산이다.

▲결국 역차별에 뿔난 지방을 달랠 길은 당근을 더 쥐어주는 것 뿐이다. 당근의 무리한 생산은 지력(재정)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난 20일 김천혁신도시 현장을 방문한 정운찬 총리가 혁신도시 건설이 세종시 수정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전북 혁신도시·4개 산업단지 원형지 공급

정부는 혁신도시의 경우, 우선 전북 전주시 완주군에 들어설 혁신도시 부지 일부를 원형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농업과학기술원 등 공공기관에 공급키로 했던 전북 농생명 클러스터(673만㎡) 부지가 대상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혁신도시(나주시)에는 민간에 공급이 예정된 골프장 부지 82만㎡를 관련 법제 정비 후 원형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말부터 착공이 예정된 4개 국가 산업단지(포항, 구미, 대구, 광주·전남)에서도 원형지 공급 방침을 정했다. 100만㎡ 이상 대규모 일반 산업단지에도 원형지 공급을 검토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기업도시의 경우 사업시행자인 민간기업이 원형지 공급 방침을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했다. 지난 2008년 6월 사업이 착공된 충주의 골프장 부지 87만㎡는 원형지 공급을 완료했고, 같은 해 7월 사업 착공한 원주시 골프장 부지(48만㎡)는 원형지 분양을 공고할 예정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아직 실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무안, 무주, 영암·해남 기업도시는 실시계획을 수립할 때 원형지 공급을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만 혁신도시·기업도시가 세종시보다 규모가 작아 원형지 공급 면적을 50만㎡로 설정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공급 면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에서 "50만㎡ 이상의 부지 수요자에게 맞춤형 토지를 미개발 상태의 원형지 형태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분양가 인하와 세제지원도

분양가 인하와 세제지원 조치도 이뤄진다. 이는 국책 개발 대상 도시들이 세종시와 동일한 혜택을 요구하며 주장한 사안들이다.

정부는 우선 가처분용지(자족기능용지)를 확대하는 등 분양가를 인하해 기업유치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혁신도시는 녹지와 공원면적을 줄여 가처분용지를 종전 244만㎡에서 338만㎡로 38% 확대해 14%의 분양가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역시 조성원가 인하 등을 추진해 분양가를 최대 20%가량 낮추겠다고 전했다.

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할 때 혁신도시에 대한 세제지원 규모를 세종시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김창영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은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혁신도시 등에 내재된 문제점이 세종시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오해됐다"며 "논란을 불식시키고 지자체들이 요구하는 안도 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이용계획 밑그림 흔들리나

정부의 이와 같은 대응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 때부터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던 문제다. 정부가 원안에서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던 세종시의 자족기능 확충을 당장 올해로 앞당김에 따라, 이전 추진되던 혁신도시 등 지역 산업 거점도시 전략과 정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정안 발표 직후 각 지자체들은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강하게 반발, 지역 도시개발 사업에도 세종시와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요구해 왔다. 수정안 통과를 위해 지역민심을 붙잡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원안 수정이 단순히 세종시 성격을 바꾸는데 그친 게 아니라, 지역도시 개발계획 밑그림까지 흔들게 됐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추진 중인 9개 혁신도시 가운데는 50만㎡ 이상의 원형지를 공급할 땅이 없다. 토지 조성 진척도가 이미 17.2%에 달할 정도로 조성이 진행된 상황이다. 결국 혁신도시에 원형지 개발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도시개발 계획 자체를 다 흔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너무 큰 변화를 수정안에 담아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기본 가치 왜곡과 훼손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담 우려에 정부 "허용 범위 안에서 진행할 것"

혁신도시에도 세종시와 마찬가지의 특혜를 제공하면서 재정소요가 종전보다 더욱 급증하게 됐다. 이 부담은 정부와 지자체가 떠안게 돼, 기업 특혜 범위가 더욱 확대된 셈이다. 이는 자칫 전국적으로 기업들에 부동산 헐값 사재기 경쟁을 부추겨 전국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김 공보실장은 "일괄적으로 원형지 공급을 결정하지 못한 게 재정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스텝 바이 스텝'으로 공급해나간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녹지가 줄어들고 난개발이 횡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 실장은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가처분용지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용지 개발권리를 모두 주는 것은 아니다. 건물을 올릴 때는 관련 규제를 받는다. 도시계획을 확실히 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대통령이 형평성을 고려해 다른 유사 지역에도 저가로 용지를 공급하면 재정부담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 "대기업에 부여하는 특혜는 사업시행자(LH공사 등)에게 적자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하며, 결국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겠다는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원형지 공급 방식에 대해서도 변 교수는 "토지소유자가 자율적으로 개발하게 되면서 일체적이고 계획적인 도시 개발이 어려워진다"며 "난개발이 우려됨은 물론, 지반고 설정에 따라서는 토사의 과부족 문제가 발생해 조성원가가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토지조성 시 지반의 높낮이를 균등히 하기 어려워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공공기관을 지역 거점도시로 내려보내 지방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된 혁신도시 사업은 현재 10개 혁신도시의 토지보상이 완료된 상태다. 부지 조성공사 공정율은 약 22.6%다. 정부에 따르면 157개 이전 대상기관 중 128개 기관의 이전계획이 확정됐다.

지난 2005년 7월 선정된 6개 기업도시는 태안과 충주, 원주에서 사업이 착공된 상태다. 무주와 무안, 영암·해남은 현재 사업이 추진 중이다. 산업단지는 지난해 말 현재 전국적으로 1339㎢가 지정돼 개발 중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한 18개 산업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78만 원이었으며 분양률은 불과 25%였다. 혁신도시는 96~299만 원, 기업도시는 24~65만 원 정도였다. 반면 세종시 산업용지는 원형지로 공급됨에 따라 36~40만 원 수준이다.

원형지가 뭐길래

원형지(原形地)란 글자 그대로 개발되지 않은 땅을 뜻한다. 주요 간선도로, 상하수도 등 기초인프라만 수립한 땅이다. 원형지에 개발 주체가 수립한 토지이용계획, 건축계획을 따라 도로 등 인프라를 조성한 후 토지를 공급하는 게 보통의 개발 방식이다.

원형지 개발이란 개발 주체에 부지조성부터 건물 수립까지 모든 과정을 맡기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원형지 개발은 공기를 단축하고 토지 훼손을 최소화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원형지 공급이 처음 이뤄진 사례가 참여정부 당시 행정도시에 공급키로 한 첫마을 사업이다. 용인 죽전·동백 지구에서도 원형지 공급이 이뤄졌다.

원형지 개발은 산업단지에서도 가능하다. '산업입지및개발에관한법률'에 따르면 "기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유치할 경우" 조성원가 이하에서 토지를 분양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다만 개발주체가 국가나 지자체, 공기업 정도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산업단지 주체가 삼성, 한화 등 민간기업이 된다면 관련 법을 수정하지 않는 한, 원형지 개발은 어렵다. 법 개정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 특혜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원형지 가격이 조성원가보다 지나치게 싸기 때문이다. 세종시 입주기업에 제공키로 한 원형지 가격(3.3㎡당 36~40만 원)은 조성원가(3.3㎡당 227만 원)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원형지에 조성비와 기반시설 설치비, 인건비 등을 전부 포함하더라도 입주 기업의 부담은 90만 원 이하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성원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큰 땅을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부담은 사업시행자인 LH공사가 져야 한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실은 세종시 입주 발표 기업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얻는 특혜 규모가 1조65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지난 2007년 9월 발표한 '행정중심복합도시 토지공급지침'에 따르면 당초 행정도시의 용지별 공급가격은 초등학교·중학교가 조성원가의 50%, 고등학교는 70%, 주택용지는 60~100% 정도다.

공익적 시설에만 조성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는 셈이다. 산업용지 중에서도 도시형공장이나 벤처기업 등 중소기업에만 조성원가 수준으로 공급키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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