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응징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지난 5일 공개 이후 현재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드라마 속 응징 주체인 '교권보호국' 교사들이 초월적 권한을 행사해 학생들을 '참교육'하는 장면을 보며, '현실에도 교권보호국을 신설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정치인들은 <참교육>을 향한 열띤 호응을 놓치지 않았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참교육>을 다 봤다며 '교사 대신 교육청이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교육활동보호국을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6일에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생님이 벌을 줄 수 있고 혼을 낼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니겠느냐"며 교사의 '혼낼 권리'를 언급했다.
'교권 보호'는 안 당선자만의 구호가 아니다. 지난 15일 세종시에서 열린 '교육부 장관-국가교육위원장-교육감 당선인 간담회'에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드라마 속 해법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건 학교 문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선생님이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을 때 학생의 배움과 성장 또한 온전히 이뤄질 수 있다"며 '교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드라마에서 현실로 옮겨간 '참교육' 논쟁을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3주체는 어떻게 바라볼까. 교사들 사이에서는 '악성 민원'을 끊어낼 교육활동보호국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교권만 강조하는 해결방안이 학생, 학부모의 불만을 초래해 학교 현장 전반의 불신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함께 나왔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서는 교권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반작용으로 다른 교육 주체가 소외될 수 있기에, 교육주체 간 원활한 소통을 강화하고 교권과 학생인권을 균형있게 고려한 학교 공동체 회복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민석 교육감이 띄운 교육활동보호국, 교사들도 찬반 갈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기교육활동보호국 제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한 교사들은 대부분 교육활동보호국 신설에 찬성하며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토론회에는 교사들은 물론 학생, 학부모와 안 교육감이 참석했다.
교사들은 개인이 학생 지도와 악성 민원을 모두 떠맡는 구조, 학교와 교육청이 교사를 충분히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감각에 위협과 고립감을 느낀다. <참교육>처럼 폭력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아니더라도 교육 활동을 위협하는 요소로부터 교사를 격리하고 교육청 및 정부가 대신 해결해 주는 기구를 바라는 이유다.
김세준 구갈중 교사는 "학생부장 시절 신고가 들어와 학생에게 '흡연을 했느냐'고 물었다가 학부모에게 한 달 정도 시달렸다. 학부모가 '아이와 내게 무릎 꿇고 사과를 하라'고 해 집에 찾아가 직접 사과하고 나서 아동학대와 관련한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담임을 맡은 지난 3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민원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이 없다. 초창기 교사 생활을 할 때보다 요즈음 민원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했다.
문나연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변호사는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고 설명하면 정서적 학대, 흡연 지도를 위해 학생을 잡으면 폭행, 체육 시간 안전 지도 과정에서 여학생을 손바닥으로 밀었다고 강제추행으로 (교사들이) 신고당했다"며 교사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잦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사들에게는 '교육청이 우리를 보호해 줄지 모르겠다'는 불신이 있다"며 "총책임자가 없는 지금의 교권 보호 체계를 넘어 전문성과 통합성, 독립성을 갖춘 교육활동보호국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감정이 과열되며 학생과 학부모를 폄하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 대해 "안하무인", "저 녀석은 진짜 답이 없다" 등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교사도 있었다. 다른 교사는 "교육 공동체 3주체 중에서 교사 혼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상처 입는 구조"라며 교사를 피해자로 규정했다.
다만 교육활동보호국 설치에 반대하는 교사들도 있다. 29일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 등 15개 교사단체는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교육감 당선인들에게 교육활동보호국이 아닌 "학교 구성원 모두가 권리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자치 기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이 자리에서 근무하는 양서영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서로의 적이 아니다. 안민석의 교육활동보호국은 이미 전쟁터가 돼가고 있는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더욱더 적으로 만드는 정책"이라며 "문제를 떠안게 된 개인이 각자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조영선 교사도 "교권의 이름으로 종결권을 쥔 조직(교육활동보호국)을 학생과 학부모는 처음부터 교사 편으로 설계된 조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 인식이 자리잡는 순간 불신은 더 깊어지고 민원은 더 격렬해지면서 더 많은 송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소년·학부모 "상대를 괴물로 규정하고 소통 줄이면, 갈등 커질 뿐"
청소년·학부모들은 교권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학생과 학부모를 악마화하거나 이들을 교육 구성원이 아닌 '민원인'으로 대하면 교육현장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교권 보호만을 강조하다 보면, 교육현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입지가 줄어들고, 교권과 학생인권 간 균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위축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5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정치하는엄마들이 국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공동체는 서로를 살피고 돌봐야 하는데, 상대를 괴물로 규정하면서 공동체가 유지될 리 만무하다"며 "학생과 학부모를 교육의 외부자로 내몰고, 교육의 주체들을 신뢰가 아닌 대립적 관계로 내모는 교육감과 교육 정책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는 <프레시안>에 "교사들이 교권침해 문제로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학생들 역시 문제적인 상황에 대해 항의하거나 다른 의견을 냈을 때 '교권 침해하지 말라'는 식으로 윽박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어 "교육활동보호국이라면 교육청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기구를 만들겠다는 건데, 권리 보호의 균형을 강조하면서도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교육청 시각이 옳은가"라며 "교권 침해와 학생인권 침해에 대해 한국사회가 바라보는 시각이 불균형하다"고 지적했다.
수영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도 "교원지위법에 따라 각 교육청에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이 존재하지만, 학생인권보호관은 없는 교육청이 많다"며 "현존하는 제도부터 균형이 잡혀있지 않은데도 학생과 학부모를 악마화하며 교권보호활동국 설치를 논의하는 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도승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프레시안>에 "학부모도 소통 구조가 전혀 없어 어떤 게 소통이고 어떤 게 악성 민원인지 몰라 학교 가기를 꺼린다"며 "학부모들은 학교 공동체가 회복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해 왔는데, 교육감 당선인과 사회가 교권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권 회복만으로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학교에 대한 신뢰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교 갈등관리 역량 강화, 교육 3주체 신뢰 회복 집중 기구 필요"
청소년·학부모들은 "교육 3주체가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교 내부의 갈등 관리 역량 강화와 무력화된 기존 제도 개선이 먼저이며, 교육활동보호국을 설치한다면 신뢰 회복에 집중하는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백 활동가는 "개별 학교와 교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이들은 현장의 교사"라며 "개별 교사에 대한 교육 침해 사안은 학교장의 판단과 학교 내 갈등 관리 역량에 따라 피해 교원 보호의 수준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장 등) 관리자가 조기에 역할을 하게 할 일이지 몇 겹의 장치로 옥상옥을 만들어서 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도 부회장도 "많은 학교에서 학부모회 운영이 어렵고 학교는 소통이 부족해 폐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소통창구의 회복을 주문했다.
수원외국어고 학생인 전수민 씨는 경기교육활동보호국 토론회에서 "일각에서는 교권과 학생인권이 시소처럼 대립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학생인권조례 실시 지역에서 교권 존중 정도가 약 13.7% 증가하고, 학생인권조례 효용이 높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교권 존중 정도가 약 22.1% 높다'는 내용의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언급했다.
그는 "학교가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교육활동보호국이 설치된다고 해도 "단순히 잘못을 심판하고 처벌하는 징계 기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외 교육 중재 제도처럼 갈등의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교사, 학생, 학부모의 소통을 돕고 신뢰를 회복하는 중재 기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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